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매우 유사
기후변화 대응보단 中·러 견제용 관세라는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에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4/10830_15255_1913.png)
[ESG경제신문=주현준기자] 미국 의회가 공화당 주도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최대 55%의 관세를 부과하는 '외국 오염물질 부담금법(Foreign Pollution Fee Act)'을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철강, 시멘트, 비료, 유리, 수소 등 고탄소 산업 제품에 대해 기본 15%의 관세와 탄소 배출량에 따라 최대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유럽연합(EU)가 시행에 들어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거의 유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공화당 소속 빌 캐시디(루이지애나)와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중국과 러시아 등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주요 타겟이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공급망 안정, 그리고 글로벌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산 유사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10% 이상 높은 수입품에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율이 차등 적용된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 비시장경제국과 '우려 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경우, 기본 요율에 추가 가중치가 적용돼 최대 55%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미국의 우방국에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탄소포집 해양 기반 기술 같은 탄소 제거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거나, 미국이나 우방국에서 발생한 탄소제거 크레딧 구매를 할 경우에는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오염집약도가 미국의 50% 이하인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번 법안은 미국 내 제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 청정 제조 리더십 강화, 동맹국과의 무역 협력 확대와 더불어 중국 등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 견제 등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약 2,128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 및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물가 상승, 미국 수출경쟁력 약화, 글로벌 무역갈등 심화 등 부작용도 우려한다.
이 법안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내에서 탄소 가격제 도입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무역을 통해 탄소 감축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실질적인 기후 대응보다는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위해서는 미국 내 탄소 규제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탄소 규제는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탄소관세 등의 규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희원 넷제로 홀딩스 대표는 “트럼프는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며, 무역장벽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탄소국경세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가 ‘기후위기 회의론자’라는 점만 부각되면서 오히려 탄소 관세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최근 발의한 ‘외국 오염물질 부담금법(FPFA)’ 외에도 청정경쟁법(CCA) 등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탄소 관세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이 국제 탄소 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미국발 탄소 관세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이 법안은 공청회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입법 단계에 있으며, 향후 미국의 기후 정책과 통상 전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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