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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은퇴설계] ⑩ 노후자산 알아서 ‘척척’···‘T’자 돌림 형제

  • 기자명 서명수 기자
  • 입력 2023.07.02 12:42
  • 수정 2023.07.02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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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은퇴 기준으로 자산배분 자동 조절해 자금 증식
TIF, 고객 자금 굴려 원금의 3~4% 노후 생활비 지급

그래픽=키움증권 제공
그래픽=키움증권 제공

자산배분을 하면 노후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디 자산배분이 말처럼 쉬운가. 그것도 어느정도 시장을 예측해야 가능한데, 정보에 어두운 개인 투자자한테 어림없는 일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자산배분 비율, 배분 대상 자산 등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펀드 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산배분을 맛보는 것이다.

최근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이다. 전 생애에 걸쳐 노후자산 관리를 자동적으로 수행해주는 펀드 상품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와 TIF(타깃인컴펀드)가 있다. 한마디로 TDF는 은퇴 전 생애에, TIF는 은퇴 후 생애에 각각 방점을 두고 역할 분담을 한다고 보면 된다.

TDF는 이름 그대로 날짜를 겨냥한 펀드라는 뜻으로, 여기서 날짜는 은퇴시점을 가리킨다. TDF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한 ‘생애주기별 자산배분’방식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401K)의 주류가 된 상품으로 한국에서도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

은퇴 전후 책임지는 멀티플레이어 TDF

TDF는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하도록 설계해 놓은 상품이다. 가입자의 은퇴가 가까울수록 위험자산은 줄이고 안전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은퇴까지 먼 시점에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은 주식시장의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은퇴에 임박해서는 변동성을 줄여야 하므로 채권 비중이 높아진다. 은퇴 후에는 안전자산 비율을 왕창 높여 가입자의 인출 수요에 대비한다. 가령 TDF2045를 살펴보자. ‘2045’라는 숫자는 TDF의 핵심인 ‘빈티지’로 2045년을 전후로 은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은퇴까지 20년 이상 남았으로 주식비중이 80%가까이 되지만 은퇴시점이 10년 남은 시점에는 55%, 은퇴시점에는 33%로 줄어든다. 빈티지가 2035라면 주식비중은 60% 정도다.

예를 들어 미리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하는 TDF 자산 전략배분 곡선은 다음과 같다.

TDF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초반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용성을 인정받아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제정되고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제도가 도입된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펀드회사가 자체 전략에 따라 자산을 운용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자산이 90% 이상이던 미국의 퇴직연금은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비중이 80%가까이 높이지는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6년 첫 출시 이래 TDF 시장이 매년 2배이상 성장하면서 올 1분기 적립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다.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TDF의 누적 수익률은 15.7%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11.6%)과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9.1%)을 웃도는 수치다.

TDF는 증시 상승기에는 글로벌 주요 지수와 동조화된 수익을 내고 주가 하락기에는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형태로 매년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 채권형펀드 사이의 성과를 냈다.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디폴트옵션 제도도 TDF에 호재다.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주요 디폴트옵션 중 하나로 TDF를 제시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TDF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퇴직연금에 어울리는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디폴트옵션 TDF로 운용할 경우 연 수익률은 5~6%로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 2%을 능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퇴 후에는···수비형 TIF

노후를 대비한 자산을 증식하는 데 주력하는 TDF와 달리 TIF는 노후생활자금을 정기적으로 월급처럼 받는 데 중점을 둔 상품으로 동생뻘이다. 월지급금을 안정적으로 수령하는 동시에 잔여자산을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은퇴자금의 조기 소진을 방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입이나 소득을 뜻하는 ‘income’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TIF는 이미 형성된 노후자금을 맡겨두면 주식보다는 채권과 부동산에 투자해 정기 이자와 배당 수익을 내면서 원금을 최대한 덜 꺼내 쓰게 만드는 수비형 상품이다. 매년 원금의 3~4% 정도에 해당하는 지급금을 월간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받을 수 있다.

TDF가 있는데 굳이 TIF가 필요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상품구조로 보면 자산 배분 조정을 통해 TDF만으로도 노후자금 적립에서부터 인출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출 시기에 이르면 TDF가 TIF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TDF와 TIF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애초에 TDF는 자산을 축적하는 데, TIF는 자산을 인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TDF가 자산을 최대한 불리는 게 목적이라면 TIF는 죽을 때까지 자산을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TDF 설정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TIF는 운용자금 5000억원 수준이고 취급 금융사도 5개에 불과하다. TDF에 비해 아직은 대중화가 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령화의 전전에 따라 앞으로 각광받는 상품이 될 것이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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