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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은퇴설계] ⑫ 인플레의 심술...20년 뒤 생활비 2배 ‘껑충’

  • 기자명 서명수 기자
  • 입력 2023.07.17 09:50
  • 수정 2023.08.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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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치, 시간·물가상승에 비례해 하락에 가속도
퇴직하면 고비용 품목 소비 커져 체감물가 상승

노후 설계의 최대 적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래픽=픽사베이
노후 설계의 최대 적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래픽=픽사베이

올해 초 은퇴해 집에서 쉬고 있는 A씨. 생활비는 100만원 정도 드는데, 다른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연금 100만원으로 노후 기간 내내 충당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물가라는 악마가 화폐가치를 갉아먹어서다. 1980년 이후 우리나라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3.6%,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현재 100만원은 20년 후엔 50만원의 가치로 쪼그라든다. A씨는 개인연금으론 생활비가 모자라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⑫

돈이라는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 다른 말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속성이 있다. 돈은 위대하지만 시간 앞에선 맥을 못춘다. 경제성장에 따라 물가가 오르고 시중에 돌아다니는 통화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길수록 물가상승이 심할수록 하락세에 속도가 붙는다. 소득흐름이 이어지는 현역 때야 물가는 그리 대단한 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득이 확 줄어드는 노년기에는 물가를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자는 갈수록 파괴력이 커지는 물가와 싸워야 한다.

‘72법칙’과 물가

주어진 물가상승 아래 현재 돈의 가치가 절반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쉽게 알아보는 ‘72 법칙’이 있다. 72란 숫자를 연간 물가상승률로 나누면 원금의 가치가 반토막 날 때까지 걸리는 햇수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물가상승률이 3%라면 24년 뒤 화폐가치가 절반이 돼 그 시점의 1000원은 구매력 기준으로 현재의 500원에 해당한다.

현재 짜장면 값이 500원이라면 24년 뒤에는 1000원을 줘야 사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은퇴설계를 할 때 생활비는 물가를 반영해 계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당한다.

은퇴자들은 종종 “퇴직하고 나니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면 의료, 보건, 여가, 문화 등에서 지출이 많이 늘어나는데, 이들 항목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비용이 껑충 뛴다. 예컨대, 간병비·요양시설 이용료 등은 은퇴자가 주로 이용하는 개인서비스인데, 인건비가 반영되기 때문에 더 무서운 속도로 오른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년 마다 전국 50대 이상 4500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해 ‘국민노후보장패널’을 발표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만 해도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150만8000원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월 277만원으로, 84%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상승률 42%를 훌쩍 뛰어넘었다.

만약 이 17년 동안의 연평균 적정 노후생활비 상승률 3.9%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현재 은퇴부부의 적정 노후생활비로 여겨지는 277만원은 10년 뒤 406만원, 20년 뒤에는 595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레의 노후생활비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물가의 천적은 주식

물가에 치명적인 돈의 속성을 감안하면 은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분명해진다. 투자수익률이 적어도 물가상승률이 적어도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만 목표로 한 자금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3%지만 투자수익률이 6%라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가치는 그 차이인 3%복리로 불어난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면 투자원금의 실질가치가 줄어드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아무리 돈을 많이 모았어도 은행 금리 수준으로 운용하면 물가를 이겨내지 못해 재산을 불려나갈 수 없다.

결국 은퇴설계는 죽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물가라는 훼방꾼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노후자금은 은퇴기간을 초기·중기·말기로 나누어 중기와 말기로 갈수록 물가를 이겨낼 수 있는 주식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효과적이다.([ESG은퇴설계]⑨‘노후자금 불려줄 자산주머니 3개’참조)

은퇴설계는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장기전이다. 은퇴자금의 일정 부분을 마지막까지 투자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이유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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