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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은퇴설계] ⑭ 노후에 다시 일한다는 것

  • 기자명 서명수 기자
  • 입력 2023.08.07 00:12
  • 수정 2023.08.07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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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보수 200만원이면 8억 금융자산 보유와 맞먹는 효과
자존감 높이고 고립감도 해소···눈높이 낮춰야 취업성공 

그래픽=대한노인회 제공
그래픽=대한노인회 제공

얼마전 통계청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고령층(만 55~79세) 취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58.9%를 기록했고 68.5%가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하는 즐거움(35.6%)’이 고령층이 계속 일하고자 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생활비에 보탬(55.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생활비 보탬’은 줄어든 반면 ‘일하는 즐거움’은 늘었다. 이는 노후에 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훌륭한 노후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말이 있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가지는 것이다. 퇴직 후 일자리는 소득이 얼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현역과 다르다. 집에서 나와 갈 데가 있고 얼마 안되는 보수지만 꾸준하게 소득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 괜찮은 일자리다.

사람에겐 인적 자산과 물적 자산이 있다. 인적 자산은 배운 지식과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것을 말하고, 물적 자산은 금융상품과 부동산을 의미한다. 퇴직은 인적 자산이 휴식에 들어감을 뜻한다. 물적 자산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지만 노후자금에 보탬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인적 자산을 놀리지 말고 재활용하라는 이유는 그래서다.

만약 월 200만원을 받는다면 금리 3% 기준 8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인적자산은 저금리 상황일수록 빛이 난다.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 월 200만원 받는 사람의 금융자산이 12억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일하면 관계 증진 따라 행복지수 증가

재산 좀 불려보겠다고 위험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지 말고 그 시간에 일자리를 찾아 보는 게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퇴직 후 남은 인생 전부를 일에 갖다 바치라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 10년 정도 소비가 가장 왕성한 활동기 동안만이라도 인적 자산을 활용해보라는 것이다.

또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자기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는 의미도 있다. 퇴직 후 사라지는 것이 그동안 나라는 존재를 나타내 주던 명함이다. 명함이 있다가 없어지면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멘붕이 온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그 사람이 하는 일로 사람을 규정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거나 묘사할 방법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은 존재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끝으로 일을 하면 관계 교류 증진에 의해 행복수치의 증가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75년 동안 조사한 결과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이 결국 행복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노후에 주변과 교류가 없거나 홀로 고립이 심화되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 결과 불행해진다.

일을 통해 주변과 교류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무료함의 지옥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목적의식의 상실이 수입의 단절보다 은퇴자에게 더 심각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내가 왕년엔~' 생각부터 버려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노후에 가장 바라는 삶은 ‘어떻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였고 가장 염려되는 것은 ‘경제적 필요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또 가장 큰 고민은 생활비, 할 일 없는 것의 순이었다.

이와같이 노후의 3대 불안은 돈, 건강, 외로움으로 나눌 수 있다. 이 3대 불안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이 바로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 전 미리미리 평생 현역이 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취업 성공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가 왕년엔…’이라는 생각이다. 취업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과거에 대한 향수병을 갖고 있다. 눈높이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후 일자리는 사무직보다는 기능·기술직 취업 문이 비교적 넓다. 결국 관리직이나 사무직군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경제단체가 조사한 결과 구직자의 35%가 사무직군을 희망했는데, 기업에서는 15%만이 사무직군 채용을 원했다.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취업 비용 절약을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을 배우거나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면 좁은 취업 문을 열 수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취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가 대표적이다. 직업능력을 개발해 취업을 도울 수 있도록 교육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이 취지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은행을 정년퇴직한 후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학원비를 지원받아 숲해설가 자격증을 땄다. 그는 이 자격증으로 국립공원에 취업해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돈도 벌어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재학생, 연 매출 1억5000만원 이상의 자영업자, 45세 이하의 월 임금 300만원 이상인 대기업 근로자,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를 제외하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발급후 5년간 사용 가능하다.

지원금액은 개인당 300만원인데, 저소득계층에게는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140시간 이상 훈련과정에 참여하고 출석률 80%를 넘길 경우 매달 30만원씩 훈련장려금조로 용돈도 지급한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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