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에서 1억원···은퇴후 2~3년간 쓸 과도기 비용
여행·자기계발·취매 등 용도 다양···목돈은 ISA로 마련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환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두달 여행지에서 장기체류하고 다른 나라로 옮겨 다니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하고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 생각하게 된다.
선진국 은퇴자들 상당수는 안정된 연금제도 덕분에 우리보다 노후생활이 풍족하다. 그럼에도 은퇴 3~5년 전부터 은퇴를 자축하기 위한 자금을 더 모은다. 말하자면 ‘은퇴 축하금’이다.
은퇴후 2~3년간 이 은퇴축하금은 여행·취미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며 앞으로 살아갈 은퇴생활을 설계하는데 활용된다. 선진국 은퇴자들의 여유로운 노후는 어쩌면 은퇴축하금이 있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사정에 띠라 다르겠지만 은퇴축하금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은퇴는 남을 위해 살았던 인생 전반부와 달리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이다. 그래서 은퇴축하금은 직장생활을 끝낸 자신에게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은퇴생활의 완주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가정을 위해 스스로에게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은퇴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깊이 호흡할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축하금은 인생의 전반전을 정리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과도기 비용으로 은퇴생활에 연착륙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준다.
대학 다닐 때 취직과 사회생활을 미리 준비하듯이 은퇴 후 2~3년간을 알차게 보내야 기나긴 노후생활의 토대를 탄탄하게 닦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은퇴 직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은퇴축하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은퇴 직후 쓸 여행경비 딴 주머니로 만들어야
은퇴축하금의 가장 큰 용처는 여행경비다. 재충전을 위해 떠나는 여행에는 돈이 필요하다. 많은 은퇴자가 연금상품 중 일부를 인출하거나 은행예금과 보험을 해약해 여행자금을 준비하지만 이런 방법은 옳지 않다. 노후자금이 부족해 은퇴 생활이 쪼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시기에 맞춰 찾아 쓸 수 있는 적립식 펀드 또는 정기적금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축하금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배우자와 이견이 생길 경우 용돈 절약 등으로 비자금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보통 은퇴자들은 평소에 가고 싶은 곳부터 무작정 가는 경향이 있다. 돈이 적으면 가까운 곳, 돈이 있으면 먼 곳으로 여행가는 식이다. 하지만 은퇴 후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여행계획을 미리 세워야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은퇴 직후 부부가 남미나 북유럽, 아프리카 등 평소 가기 힘들었던 곳을 1~2달 장기 여행을 하는 것이다. 짜임새 있는 은퇴 축하여행이 되려면 사전에 목돈을 충분히 모아놓고 여행 스케줄도 작성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은퇴 후 여행이 자원봉사, 여가생활, 자기계발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 더욱 보람있는 노년이 될 수 있다.

ISA 수익금 200만원까지 비과세...딴 주머니에 제격
여행경비를 충당할 목돈 마련과 관련해 은퇴를 3~5년 앞둔 예비은퇴자라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추천한다.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종합통장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은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고 수익금을 받는다. 그러나 ISA는 수익금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비과세 한도 초과 수익금에 대해서는 15.4%가 아닌 9.9%만 분리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은퇴축하금은 자기계발을 위한 비용으로도 쓸 수 잇다. 은퇴는 휴식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상당수 은퇴자는 은퇴하기 직전 또는 직후 재교육을 통해 인생 3막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평생교육원이나 직업 학원등을 다니면서 요리사와 상담사, 중장비 운전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건축 및 전기관련 기술을 배워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시청 등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무료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급과정은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은퇴자는 퇴직후 대학을 다시 다니면서 젊은 시절 못했던 공부를 마음껏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또 어떤 은퇴자는 평생 배우고 싶었던 것을 찾아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은퇴축하금은 이처럼 자기계발을 위한 자금으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은퇴축하금은 또 취미·여가 활동비로 활용 가능하다. 취미·여가 활동은 은퇴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부가 함께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골프를 치면서 체력을 단련할 수 있고, 음악회나 영화관을 다니며 노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주 부지런한 사람은 캠핑카를 구입해 전국을 여행하며, 물가가 싸고 경치가 좋은 동남아 국가에서 별장을 빌려 수년간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목돈이 들어가는 활동이다. 자전거·카메라·악기·오디오 등 장비를 구입해 젊은 시절 바빠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런 활기찬 취미샐활은 많은 사람이 꿈꾸는 로망이지만 돈 문제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젊은 시절에 은퇴설계를 잘 짜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은퇴생활의 행복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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