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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 지속가능연계대출에 엄격한 잣대 적용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3.11.13 16:10
  • 수정 2023.11.14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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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논란과 규제당국 압박에 기준 강화
ESG 외면하는 기업 SLL 일반 대출로 전환
국내에서는 지속가능연계대출 시작 단계

글로벌 은행들이 지속가능연계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은행들이 지속가능연계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신형기자] 글로벌 은행들이 지속가능연계대출(SLL : Sustainability Linked Loan)의 목표 기준을 엄격하게 바꿔 나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지속가능연계대출은 기업의 ESG 경영을 독려하기 위해 ESG 점수나 특정 핵심성과지표(KPI)를 달성하면 금리를 낮춰주고 달성에 실패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이 상품은 국제적으로 2017년 처음 도입됐다. 대출자금을 관련 분야에만 사용할 수 있는 녹색대출이나 사회적대출과 달리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아 기업이 지속가능성 성과를 위한 다양한 용도로 대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ESG 금융상품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속가능연계대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시장의 불신과 함께 지속가능연계대출을 철저히 관리하라는 규제 당국의 압박이 더해지자 글로벌 은행들이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BNP파리바의 콩스탕스 샬샤 기업금융 부문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는 “더 이상 (지속가능연계대출 관련된 ESG 성과의) 과장은 없다”며 “목표를 분명하게 100% 달성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그린워싱 논란이나 평판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0월 중 지속가능연계대출 규모는 3100억달러(약 40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00억달러(약636조원) 보다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대출은 21%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Engie)와 미국의 포드, 독일 유틸리티 기업 RWE 등은 대규모로 지속가능연계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의 사례는 변화된 대출 여건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Engie)는 올해 48억달러의 지속가능연계대출을 받았다. 엔지 대변인은 이 대출에는 ‘해제(declassification)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출을 제공한 은행이 엔지의 ESG 목표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일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이처럼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여러 기업이 지속가능연계대출 신청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지난 6월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의 부실을 지적하며 ESG 금융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은행의 보상 시스템이 불충분한 ESG 목표를 세운 기업에도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을 남발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까다로운 조건 제시하는 은행

로펌 시몬스 앤 시몬스(Simons & Simons)의 엘리엇 베어드 파트너에 따르면 은행들이 “심각한 논란(severe controversy)”에 직면한 기업이나 환경이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속가능대출을 일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또한 “지속가능성 평가를 수정할 수 있는 이벤트(sustainability amendment event)”의 정의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사례는 보통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해 지속가능성 성과를 높이거나 지속가능성 성과가 부실한 기업을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경우로 한정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앞으로 규제의 변화나 기업의 경영전략 수정, 은행이 판단하기에 지속가능성 목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에도 지속가능성 평가를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베어드 파트너는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대출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며 “아직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본 적은 없으나, 일부 은행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약속을 어긴 경우 즉시 상환을 요구하는 조항까지 고려하고 있다. 은행이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갑자기 대출 상환을 요구하면 기업은 채무불이행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로펌 노턴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의 데이빗 밀리건 파트너는 이런 조항은 은행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으나, 지속가능연계대출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지의 대변인은 이런 조항을 요구하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

한국산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속가능연계대출 활용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지난해 9월 신한은행은 국내 대형 금융기관이나 기업 중 최초로 4억달러를 지속가능연계채권으로 조달했다. 목표 달성 시 금리를 0.5%p 인하하는 조건이다. 신한캐피탈과 SK지오센트릭도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1800억원과 4750억원을 지속가능연계채권으로 조달했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를 2025년까지 90만톤으로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24.9%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면 금리를 조정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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