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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원 ‘자연부채스왑’에 글로벌 금융기관 잇따라 참여

  • 기자명 박가영 기자
  • 입력 2024.01.24 23:00
  • 수정 2024.01.2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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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시장 개척, 표준화·범위 확대로 활성화 기대
세계은행 보증에 발행 수요 늘어...수익 내기 힘든 구조 제약 요인

미국 뉴욕시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본사에 걸린 간판. 로이터=연합
미국 뉴욕시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본사에 걸린 간판. 로이터=연합

[ESG경제=박가영 기자] 개발도상국에서 자연 보호를 위해 재정을 지출할 경우 해당국의 채권을 매입하고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이 보증을 제공하는 ‘자연부채교환(DNS, Debt for nature swap)’에 대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9개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자연부채스왑 시장의 지역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영국의 메이저 투자 은행인 바클리스(Barclays)는 이 시장이 8000억 달러(약 1070조 원)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부채교환 시장에 뛰어든 상업은행은 크레디트 스위스(현재 UBS에 흡수)가 유일했다. ESG 열풍이 불기 시작한 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1년에는 벨리즈와, 2022년에는 바베이도스와 각각 약 3억6000만 달러와 약 1억4000만달러의 자연부채스왑을 체결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에콰도르가 발행한 16억 3000만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며, 에콰도르가 향후 18년간 갈라파고스 생태계 보호에 3억2300만 달러를 지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대로 한다면 매입한 국채 중 6억 5000만 달러를 갈라파고스 채권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가봉과 자연부채스왑을 체결하며 이 시장에 참여한 두 번째 은행이 됐다. 가봉이 발행한 5억 달러(약 67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매입해 해양 보존을 위해 발행하는 청색 채권으로 전환한다는 계약이었다. 가봉은 향후 15년에 걸쳐 해양 생태계 보호에 1억6300만 달러(약 2200억 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이후 골드만삭스, HSBC, 시티그룹, BNP파라바, 스탠다드차트, 바클레이스 등이 자연부채스왑을 모색하고 있다.

표준화·범위 확대로 활성화 기대돼

지난 COP28에서는 경제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다자개발은행(MDB)들이 자연부채스왑 확대를 위한 글로벌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태스크포스의 초기 의장은 미주개발은행(IDB)이 맡았다.

다자개발은행은 자연부채스왑 계약에서 ‘중개자’역할을 한다. 다자개발은행에서 현금을 필요로하는 정부에 신용 보증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위험한 시장에 투자를 한다. 

미주개발은행(IDB)의 조안 프랫(Joan Prats) 수석 금융 전문가는 “여러 투자은행들이 자연부채스왑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자연부채스왑을 검토하고 있는 은행만 8~9개 가량”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연부채스왑에 대한 방법론이 이제는 표준화돼가고 있으며, 크레디트 스위스가 시장의 개척자였다면 이제는 더욱 열린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양 보존에 중점이 맞춰졌던 과거와는 달리 산림보호 등 다양한 자연 보호를 목적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크레디트스위스가 주선한 자연부채스왑은 특정 대출자의 개별 상황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자연부채스왑의 한계, 극복 가능할까

메기 오닐(Maggie O’Neal)과 바클리스 애널리스트 팀은 “부채와 환경 목표를 함께 가져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항상 윈윈하는 관계가 될 수는 없다. 환경 프로젝트로 할당되는 자금은 부채 상환 금액에 훨씬 못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자연부채스왑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범주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최근 2년간 자연부채스왑에 투자한 기관투자자 중에는 미국 TIAA의 자회사인 누빈과, 리걸 앤제너럴투자운용, 노르데아자산운용 등이 있다.

빅터 샤보우(Viktor Szabo) 에버딘 자산운용의 신흥시장부채담당투자이사는 "원래 자연부채스왑은 굉장히 훌륭한 아이디어였으나 투자자들을 찾는 일이 꽤 어렵다“며 ”이러한 상품들이 일반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도 신흥 시장에서 낼 수 있는 수익률과, 선진국들의 국채 시장 수익률을 따져봤을 때 자연부채스왑에 선뜻 투자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지난주에 개최됐던 다보스포럼에서도 ESG 자금 흐름에 관한 지적이 나왔다. 빌 윈터스 스탠차트 CEO는 ”ESG 투자자들의 제한된 전문 지식과 복잡한 투자 형태가 결합돼 ESG 자금이 효과적으로 지출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게다가 모든 ESG 펀드가 실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투자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들이 구매하기 쉬운 것을 구매할 뿐, 올바른 일이라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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