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 CA100+ 탈퇴
반ESG 공세에 따른 법적 부담감 커진 것이 주된 원인
투자 이탈로 보기는 어려워...지속가능성 투자 여전히 활발

[ESG경제=김연지 기자] JP모건자산운용(JPMorgan Asset Management, 이하 JPAM)과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Global Advisors, 이하 SSGA)가 지난 15일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 이하 CA100+)'의 탈퇴를 발표했다.
CA100+가 반ESG 세력의 표적이 된 가운데, CA100+의 2단계 이니셔티브가 투자사들의 법적 부담감을 가중시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CA100+은 2017년 설립된 투자자 이니셔티브로, 기업의 온실 가스 배출량 감축을 촉진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700개 이상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관의 총 자산 규모는 16일 CA100+ 공식 홈페이지 기준 68조 달러(약 9경 814조 원) 이상이다.
CA100+는 지난 몇 년간 투자 기업들에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이사회 책임과 감독을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 구현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배출량 감축 조치 ▲기후관련 재무 정보 공개 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CA100+는 최근 이니셔티브 2단계에 접어들었다.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말에서 행동으로 옮기도록" 요구하는 보다 적극적인 기후행동에 나선 것이다.
블랙록(BlackRock Inc.)은 이런 이니셔티브 2단계가 법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은 CA100+가 기후행동 전략을 업데이트함에 따라 CA100+와의 관계를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탈탄소화를 중심에 둔 대부분의 펀드가 포함된 자회사 블랙록 인터내셔널(BlackRock International)로 회원 자격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회사는 더이상 CA100+과 관련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로펌 K&L Gates LLP의 보스턴 파트너 변호사 랜스 다이얼((Lance Dial) 은 블룸버그에 "기업들이 (CA100+에) 가입했을 때는 소송 가능성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더 많은 이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ESG 공격에 의한 법적 리스크 커져
CA100+의 2단계 이니셔티브가 법적 리스크에 직면한 것은 미국의 반 ESG 진영 정치인들의 공격이 커졌기 때문이다. ESG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공화당 주 법무장관 그룹은 대형 자산 운용사들에게 CA100+과 같은 그룹에 참여하는 것은 투자자의 신탁 의무 준수 및 독점 금지 규정 준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은 투자 수익 대신 환경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신탁 의무 준수에 어긋날 수 있으며, CA100+같은 단체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이 들이 주총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해 수평적 합의를 맺는 것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주정부는 '에너지 기업 투자 금지 금융사'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사용된 기준으로 CA100+ 참여를 언급했으며, 이를 근거로 여러 자산 운용사를 주 정부 자산의 수탁자에서 제외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하원 사법위원장 짐 조던은 JPAM과 SSGA의 탈퇴를 "큰 승리"라고 칭하며 "앞으로 더 많은 금융 기관들이 공개적인 ESG 활동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A100+, ESG투자 자체의 위축을 의미하지는 않아
그러나 CA100+측은 두 기관의 탈퇴가 글로벌 투자사들의 ESG 투자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CA100+ 대변인은 "회원들이 이니셔티브 참여를 통해 기후 위험을 관리하고 주주 가치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CA100+에는 지난해 가을에만 60개 이상의 새로운 투자자가 추가 가입했으며 여전히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투자자 주도 참여 이니셔티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CA100+ 탈퇴가 투자자들의 ESG 투자 감소를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 종합 투자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블랙록의 ESG 관련 운용 자산은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총 53% 증가해 현재 블랙록이 운용하는 ESG 펀드 규모는 약 3200억달러(약 427조3280억원)에 이른다.
블랙록이 지속가능한 투자 플랫폼을 통해 관리하는 투자금은 8000억 달러(약 1066조원) 이상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에만 은행들이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성 관련 채권을 마련하는 데 1500억 달러(약 200조 5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전 수석고문이자, 케임브릿지 지속가능성 리더십 연구소 연구원 마이클 셰런(Michael Sheren)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당장에 변화하는 정치적 흐름에 일일이 대응한다면, 기후 변화가 금융 문제의 핵심이 되는 미래에 대한 더 큰 그림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CA100+에서 탈퇴하는 것은 잘못되고 근시안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하도록 그 근거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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