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기후정책 추진 동력 약화 관측 나와
환경보호청 등 연방정부 기관 대상 소송 급증 우려
전문가들 "탈탄소 등 기업 기후약속 영향은 제한적"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미국 대법원이 ‘셰브론 원칙’을 파기하면서 행정부의 기후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1984년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재판에서 법률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경우 그 법을 집행하는 특정 행정기관에 처분을 맡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률이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연방 정부가 법을 해석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판결로 이후 ‘셰브론 원칙’으로 불렸다.
하지만 보수 색채의 판사가 숫적 우위를 차지한 미국 대법원은 7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셰브론 원칙 폐기를 결정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총기산업이나 석유화학, 담배, 농업 등의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 보수적인 법률가 단체 등이 ‘셰브론 원칙’ 폐기를 주장하며 법원에 압력을 가해왔다.
‘셰브론 원칙’ 폐기로 환경보호청(EPA)뿐 아니라 교육부나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이 내놓은 규제에 대한 소송이 급증하고 이런 소송이 마무리 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의 메레디스 무어와 동료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사람과 환경에 대한 보호 조치가 훼손되고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 오셔나(Oceana)의 더스틴 크라노 활동가는 “극우가 연방정부의 바다와 물, 공공 토지, 깨끗한 공기와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려는 사례”라고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반면에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려는 EPA의 권한을 제한하는 2022년 판결에 대한 적절한 후속 조치라고 평가했다.
템플대학교 비즐리 로스쿨의 크레이그 그린 교수는 이번 판결로 행정부와 의회가 누려왔던 권한이 법원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제 연방 판사가 법률의 의미에 대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결정을 내길 것”이라며 “권력의 큰 변화”라고 말했다.
법 통과 어려워져 연방정부 규제 의존도 높아져
의회의 분열로 법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미국 행정부는 정책 추진을 위해 연방정부 규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린비즈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쉐브론 원칙’은 연방정부 기관에 환경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EPA의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인플레이션감축법 입법 근거를 제공했다.
EPA의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는 화석연료 발전소는 2039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력 공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천연가스 발전소도 2032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셰브론 원칙' 폐기로 기업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규제할 수 있는 EPA의 권한이 약해질 전망이다.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이안 페인 선임 위원은 “연방 정부 기관의 조치가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환경과 에너지 연구소(Environmental and Energy Study Institute)의 다니엘 브레셋 대표는 “‘셰브론 원칙‘ 폐기는 40년간의 관행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라며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로부터 법률의 모호성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뺴앗아 판사에게 넘겼다”고 꼬집었다.
“탄소중립 등 기업 기후 약속 영향은 제한적”
회계법인 BDO의 이사이자 전 증권거래위원회 시장정보국 부국장이었던 홀리 카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기업의 탄소중립 등 기후 약속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는 기업이 해야할 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투자자와 주주, 직원들은 여전히 기업에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에서 상한선을 충족해야 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닥은 바뀌었지만(규제 환경은 달라졌지만) 천장도(투자자 등의 요구와 기대는) 달라졌느냐?”고 반문하며 “‘셰브론 원칙’ 폐기가 기업의 기후 의무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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