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클레임파이낸스, 대형 자산운용사 5곳 패시브펀드 조사
패시브 ESG 펀드 자금 중 최소 1000억 달러 화석연료 사업 투자
추종 ESG지수에 허점 많아… 그린워싱 연루 위험 경고

프랑스 기반 기후NGO '리클레임 파이낸스'가 20일 공개한 보고서(Unmasking Greenwashing:A call to clean up passive funds)의 표지. (리클레임파이낸스 제공)
프랑스 파리 기반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가 20일 공개한 보고서(Unmasking Greenwashing:A call to clean up passive funds)의 표지. (리클레임파이낸스 제공)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ESG와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패시브펀드들의 70%가 신규 개발 사업을 벌이는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25개의 ESG 패시브펀드는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신규 화석연료 개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 대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 기반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는 20일 내놓은 ESG패시브펀드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고발하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데이터를 활용해 아문디, 도이치자산운용(DWS), 블랙록, UBS, LGIM과 같은 유럽과 미국의 대규모 자산운용사 5곳이 보유한 총 자산 규모 약 2조7000억 달러(3600조원)의 ESG 패시브펀드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산운용사들이 ESG 패시브펀드의 투자 대상 선정 시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주가지수를 활용하지만, 이 지수들은 이름과 달리 화석연료 개발 기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가 추종하는 지수의 종목 구성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으며 특히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지수 구성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라 퀴블리에(Lara Cuvelier) 리클레임파이낸스 지속가능투자 캠페이너는 자산운용사들이 “지속가능” 패시브펀드를 통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기후 관련 투자 정책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산운용사조차 대부분 이 정책을 패시브펀드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소 1000억 달러 이상 패시브펀드 통해 유입

패시브펀드는 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를 의미한다. 이중 ESG 패시브펀드는 S&P 500 ESG 인덱스, MSCI SRI 지수(사회책임투자지수) 등 기업의 ESG 성과를 반영한 주가지수를 추종한다.

보고서는 분석대상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최소 2270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하는 화석연료 개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패시브펀드를 통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블랙록은 ACS 월드 ESG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ACS World ESG Equity Tracker Fund)를 통해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화석연료 대기업에 약 5억 달러(670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도이치자산운용은 MSCI AC 월드 ESG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Xtrackers MSCI AC World ESG Screened ETF)로 쉘, 엑손모빌, 토탈에너지 등에 약 1억 달러(130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탈에너지의 신규 계획에는 파푸아뉴기니 LNG 개발 사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최소 2억 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배출하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ESG패시브펀드들이 추종하는 지수들의 ‘지속가능성’ 주장에 대한 방법론이 표준화돼있지 않은 등 허점이 있을 수 있다며, 지수 제공업체와 지수 종목 구성 방법론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펀드를 “지속가능성”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그린워싱에 연루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은 자사의 ESG패시브펀드 투자 전략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당국도 이러한 펀드의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강화된 규제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촉구했다.

라라 퀴블리에 캠페이너는 “기관 투자자와 규제 당국은 이러한 기만적인 주장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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