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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심화, 은행들 물리적 위험 키운다

  • 기자명 박가영 기자
  • 입력 2024.04.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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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기후변화, 은행 대출 손실·대차대조표 악화 불러와
은행, 물리적 위험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에 대비해야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 모습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세계가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목표에서 점점 멀어져가면서 은행들의 물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는 은행에 대출 손실·대차대조표 악화 등 여러 재정적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젤 은행 감독 위원회(BCBS)는 “기후 변화가 은행의 안전과 건전성, 광범위한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은행들은 주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위험 대비에 조첨을 맞춰왔다. 전환 위험은 탈탄소화와 관련된 자산가치의 변화 및 이에 들어가는 비용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 폭풍, 가뭄 등 치명적인 재해들이 자주 발생하게 되며 은행들은 이제 “물리적 위험”에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불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체이스앤코의 기후·자연·사회적 위험 책임자 지안루카 칸탈루피는 “극심한 사건과 장기적인 기상 패턴의 변화로 인해 잠재적인 손실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금융업계는 물리적 위험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로 국내총생산의 2.2%가 감소했다. 2023년에 발생한 최악의 캐나다 산불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고 심각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져 전 세계 무역에서 연간 약 2700억달러를 수송하는 수로를 손상시키기도 했다.

칸탈루피 책임자는 “이런 일들은 점점 더 자주 일어날 것이며, 은행들은 위험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대출 결정을 내릴 때 직면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들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 사용량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인 반도체 기업의 물 스트레스(사용 가능한 연평균 수자원에서 물 수요량이 차지하는 비중) 지수나, 특정 지방에서의 벌목이 다른 지역의 인프라를 파괴할 산사태를 불러올 가능성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증가하는 기후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 크레디트스위스에서 합류한 칸탈루피 책임자를 포함해 관련 리스크 평가 인력을 증강시켜왔다. 또한 기상 이변이 JP모건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등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재난 모델링 전문가를 고용했다.

극단적인 기후현상, 기업 수익 감소부터 파산까지 불러올 수 있어 

12월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New Energy Financ)팀의 분석가들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수익 감소에서 파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할 수 있으나, 이러한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분석 대상인 2000개 기업 중 무려 65%의 기업이 물리적 위험에 취약할 수 있는 분야를 식별해내지 못했으며, 기후 리스크에 대한 재무 평가를 진행하는 기업은 훨씬 더 적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기후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물리적인 영향이 신용과 유동성, 운영사으이 위험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인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기후 위험에 대한 신용 노출의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기후 위험 열 지도'를 도입했다. 이 지도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이 가장 높은 사업 영역을 보여준다.

씨티씨티그룹이 도입한 '기후 위험 열 지도' 표 이미지=시티은행
씨티씨티그룹이 도입한 '기후 위험 열 지도' 표 이미지=시티은행

해당 평가에 따르면 158억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 대출 장부는 전환 위험 점수가 가장 높은 4점이며 물리적 위험 점수는 3점이다. 물리적 위험 점수가 가장 높은 두 부문은 반도체와 항만이었다.

보험사·부동산 등 기후 위험에 직면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보험사와 부동산 등에 가해지는 위험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독일의 재보험사 뮌헨리(Munich Re)가 보험 보상액을 근거로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풍과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총 2500억 달러(한화 약 33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보험사 협회(Association of British Insurers, 이하 ABI)도 날씨와 관련된 영국의 주택 손해배상 청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주택과 기업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18% 증가한 총 48억 6천만 파운드(60억 7천만 달러)의 재산 손실에 대한 보험금을 받았다. 그 중 기상 관련 주택 피해 손해배상 청구가 전년대비 36% 증가한 5억 73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AP=연합뉴스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산불 고위험 지역에서 신규 주택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있으며, 주택 보험 업계가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11일 기후 변화로 재해 지역에서 보험과 금융 등 사회 서비스가 취약해지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보험사와 금융기관이 기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들은 지구 온난화 가속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화석 연료 자금 제공 목록에는 시티즌스 파이낸셜(Citizens Financial), BOK 파이낸셜(BOK Financial), 트루이스트 증권(Truist Securities), 피프스 서드(Fifth Third), US 뱅코프(US Bancorp) 등 미국의 은행들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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