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 93개 금융기관, 5536개 기업집단 투자배제...기후대응 주요원인
韓 145→223곳으로 1년새 78곳 증가...30곳 이상서 배제된 기업 11개
풍산과 LIG넥스원, 가장 많은 투자기관으로부터 배제된 1·2위 기록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 기업들이 ‘무기 생산’과 ‘온실가스 배출(기후대응)’ 등을 이유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배제를 당하는 사례가 1년새 5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 배제 현황을 집계하는 ‘금융 배제 추적기’(Financial Exclusion Tracker)가 발표한 2024년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에 투자 배제 대상이 된 한국의 기업 수는 223개로 전년 145개에서 78개 기업이 증가했다.
금융 배제 추적기는 민간 은행의 책임 투자 등을 감시하는 네덜란드 시민단체 뱅크트랙(BankTrack)을 비롯해 세계 여러 단체가 연합해 집계하는 데이터베이스다. 금융 배제 추적기는 2024년 17개국 93개 금융 기관을 분석했으며, 해당 금융기관들이 135개국 5536개 기업 집단을 투자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단위로 집계하면 투자 배제된 기업의 수는 모두 6만 6708개에 달했다. 배제 이유는 ▲기후변화 악화 및 화석연료 투자 ▲인권 침해 ▲정치적 불안정 가중 ▲담배 생산 ▲무기 생산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 악화 및 화석연료 투자로 전체 배제 사례의 절반 가까이(48%)가 해당했다. 무기 생산(15%), 담배(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투자 배제 대상 1, 2위 기업 한국에
한국은 기업집단 기준 99개 기업, 자회사 단위로 확대하면 223개의 투자 배제 기업이 집계됐다. 한국 기업들이 배제된 이유는 무기(41.7%), 기후(26.3%), 담배(7.5%), 인권(6.9%), 사업관행(6.7%), 비공개 동기(4.7%), 환경(3.3%) 순이었다.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의 223개의 투자 배제 기업 가운데 최소 30개가 넘는 다수의 투자기관에서 배제된 회사의 경우도 지난해 8개에서 올해 11개로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서부발전이 새로 추가되며 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특히 풍산과 LIG넥스원은 각각 93개, 85개의 투자기관으로부터 배제되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들에게 배제된 1위, 2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풍산은 집속탄 등 비인도적 무기 생산이 주된 투자 배제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도 85개 투자기관으로부터 배제되어 LIG넥스원과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도 총 30개의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배제 대상이 되었으며, 투자 배제를 결정한 30개의 금융기관 중 11개 금융기관은 기후 및 환경적 요인을 배제의 이유로 들었다.
뱅크트랙의 요한 프리진스(Johan Frijins) 대표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신규 및 기존 고객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금융 배제 추적기를 주의 깊게 참고할 것”이라며, “다른 금융기관들이 해당 기업을 배제한 사례는 추가적인 위험 검토를 위한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의 기후금융팀 박현정 연구원은 “올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배제된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문제와 관련이 없을 수 없다”며,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기후, 환경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