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요타와 볼보,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
앞서 포드와 GM, 포르쉐도 생산 계획 수정
유럽 중심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전문가들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아"

[ESG경제=이진원 기자] 포르쉐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자동차에 이어 최근 볼보 자동차와 토요타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에 나서고 있다.
주로 100% 배터리로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가 대상이며, 판매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계획 변경의 가장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이 ’단기적인 수요 둔화‘인 캐즘(chasm)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면서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6일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2026년 순수 전기차의 중간 생산 목표를 당초 계획했던 150만 대에서 2026년 100만 대로 30% 축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도요타가 순수 전기차보다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매체는 도요타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고, 이 사실을 협력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볼보, 포드, GM 등 잇달아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
이보다 하루 전인 5일 스웨덴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도 수요 약화를 이유로 2030년까지 순수 배터리 구동 전기차만 판매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히며 3년 전에 했던 약속을 뒤집었다.
이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100%가 아니라 90~100%를 전기차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오로지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완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같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위 두 모델과 HEV라고 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ybrid electric car)까지를 포함해서 ’전기차‘라고 부른다.
짐 로완 볼보 CEO는 “볼보의 미래가 전기화라는 믿음은 확고하다”면서도 “그러나 전기화로의 전환이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며, 고객과 시장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볼보는 충전 인프라의 느린 보급과 일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철회 등도 이 같은 계획 후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 들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 역시 대형 3열 순수 전기 SUV 제조 계획을 폐기하고 차기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연기하는 등 전기차 전략을 축소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존 롤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가격과 마진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이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인한 가격 전쟁이 계획 수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포드는 이러한 계획 변화로 순수 전기차에 대한 연간 자본지출 비중이 현재의 40%에서 30%로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는 2022년에 베스트셀러인 F-150 픽업트럭의 전기 버전을 출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GM을 비롯한 업계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선호도가 예상보다 약해질 조짐을 보이자 이미 투자와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7월에 연초 이후 60% 이상 늘어난 5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다고 발표했지만 가격 경쟁 탓에 전기차 사업에서 25억달러 가까운 손실을 냈다.
이들 외에도 지난 6월 GM도 올해 전기차 생산량 전망치 상단을 이전 전망치인 30만 대에서 25만 대로 낮췄고, 독일의 포르쉐 역시 올여름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80% 늘리겠다는 목표를 철회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가속화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최근 몇 달 사이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적어도 단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는 않다. 유럽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EAMA)에 따르면 7월 유럽연합(EU) 전역의 전기차 등록 건수는 11% 가까이나 감소했다.
컨설팅 회사인 JP파워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에 예측했던 12%보다 크게 낮은 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도 둔화 기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Rho Motion)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완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은 예상보다 더딘 20% 증가에 그쳤다. 유럽은 같은 기간 성장률이 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
전문가들은 그래도 전기차 시장 전망을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JP파워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가 미국 전체 소매 시장에서 36%를 차지할 것이며 2035년에는 58%까지 더 올라갈 것으로 낙관했다.
블룸버그NEF도 지난 7월 내놓은 최신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의 전기차 정책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27년까지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기차는 작년 미국 신차 판매의 10%를 차지했다.
이 기관은 앞으로 가격이 저렴한 신규 전기차 모델이 대거 출시되면서 현재의 캐즘이 해소될 것으로 낙관했다.
여전히 너무 비싼 가격은 구매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막는 요인이다. 켈리블루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미국 내 전기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5만6520달러였다. 휘발유 구동차의 평균 거래 가격인 4만8401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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