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 열분해 숯 땅속에 저장
현무암 가루 뿌려 탄산염 생성 촉진
토양 유기물 응집시켜 미생물 차단
CO₂ 제거량·격리기간 평가기준 필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 고정하는 '암석 풍화 촉진'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분쇄한 암석을 농경지에 뿌리는 모습. [자료: CO2RE]](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410/8421_11838_2739.jpg)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뿜어낸 온실가스 탓에 지구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기후 위기를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해도 이미 배출된 것이 대기에 축적된 탓에 지구온난화 시계는 쉽게 멈추지는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 중에서 직접 빨아들인다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굴뚝에서 배출되는 것을 붙잡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기에서 CO₂를 직접 제거하는 CDR(carbon dioxide removal) 기술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매년 CO₂ 90억 톤 대기에서 제거해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 등 세계 각국 전문가 50여 명은 지난 6월에 내놓은 ‘CDR 현황 보고서’에서 “파리기후협정의 1.5°C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준수하려면 금세기 중반까지 매년 70억~90억 톤의 CO₂를 대기에서 지속 가능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CDR을 통해 제거되는 양은 연간 20억 톤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나무 심기와 같은 기존 방법을 통해 제거된다. 바이오차(biochar), 암석 풍화 촉진(enhanced rock weathering, ERW), 직접 공기 탄소 포집 및 저장(DACCS), 탄소 포집 및 저장과 바이오에너지를 결합한 방법(BECCS) 등과 같은 새로운 CDR 방법은 연간 130만 톤에 불과하다. 이는 나무심기를 포함한 전체 CDR의 0.1% 미만이다. 더욱이 이 가운데 효과적으로 CO₂를 영구 제거할 수 있는 양은 연간 60만 톤으로 전체의 0.05% 미만인 실정이다.
조개껍질이 만들어지는 원리 응용
암석 풍화 촉진은 공기 중의 CO₂를 ‘암석’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서 풍화는 닳아 없어진다기보다는 변형, 재구성된다는 의미다. 칼슘(Ca)과 마그네슘(Mg)이 풍부한 규산염은 탄산(물에 용해된 CO₂)과 반응해 CO₂를 고정한다. 조개껍질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미네랄 탄산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물속 CO₂, 나아가서는 공기 중의 CO₂를 제거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현무암 등 규산염 암석 입자를 분쇄해서 토양 등에 뿌려 주면 표면적이 늘어나 화학적 반응이 빨라지고, 많은 양의 CO₂가 격리된다. 이렇게 고정된 무기 탄소는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까지 보관된다.
자연적인 암석 풍화 과정을 통해서도 세계적으로 연간 5억 톤가량의 CO₂가 제거되는데, 강화된 암석 풍화 방법을 채택하면 연간 최대 20억 톤까지 CO₂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오차는 연간 66억 톤까지 제거 가능
바이오차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바이오매스)을 숯처럼 만들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나무를 심어 CO₂를 흡수하더라도 식물체가 썩으면 다시 대기로 CO₂가 배출되고 공기 중의 CO₂를 영구 격리하지는 못한다.
대신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바이오매스를 350~750°C의 온도에서 가열, 열분해를 통해 바이오차를 만든다면 땅속에 수천 년까지 저장할 수 있다. 바이오차는 농경지나 정원의 토양개량제로도 사용될 수 있다.
영국 에버딘대학 연구팀이 지난 2020년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바이오차를 통해서는 연간 최대 66억 톤까지 CO₂를 제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토양 속에 남아있는 유기물 형태의 탄소, 즉 토양 유기물(SOM)을 토양에 계속 저장하는 방식이다. 토양응집제를 사용해서 SOM과 미네랄이 응집하도록 해서, SOM에 산소와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기물이 장기간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유기물 형태로 탄소를 장기 저장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토양 유기물이 축적될 수 있는 총 잠재력은 CO₂ 제거량으로 환산해 연간 4억~86억 톤으로 추산된다.
CDR 기술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도
이런 개별 CDR 기술을 서로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와 호주국립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각각의 CDR 기술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식물 바이오매스에 미네랄을 첨가한 다음 열분해하면 바이오차의 탄소 함량이 더 높아지고 안정성도 더 커진다. 이른바 ‘미네랄 도핑(mineral doping)’이다.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열분해 과정과 바이오차를 토양에 묻은 후에 탄소가 날아가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
또, 미국 아이오와 주 농경지에 바이오차와 SOM 저장 기술을 혼합하는 실험도 소개했다. 바이오차를 첨가할 경우 첨가된 바이오차만큼 토양 유기물(SOM)이 추가로 토양에 격리됐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바이오차 첨가로 인한 SOM 축적 효과는 연간 ha당 0.5~1.2톤이었다. 토양에 바이오차를 적용하면 초기에는 일부 SOM 분해를 촉진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SOM 축적이 빠르게 늘어나 초기 분해된 것을 상쇄할 수 있다.
CDR은 기후 위기 막아낼 최후의 보루
CDR 방법은 기후 위기를 막는 ‘최후의 보루’로서 의미가 있다. 먼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석유화학이나 철강·시멘트 등 산업공정 중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굴뚝에서 포집해 다른 산업의 원료로 사용하거나 땅속·바다밑에 묻는 기술, 즉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도 필요하다. CCUS에만 의존하기에는 불확실한 면이 있다. 지진 등의 위험이 없고 영구 격리가 가능한 저장 장소를 찾아야 하는 수고도 따른다.
그래서 CDR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제안된 CDR 기술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이들 기술을 적용했을 때 CO₂를 더 많이 효율적으로 격리·저장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암석 풍화 촉진 기술(EWR)을 적용할 경우 현무암 등 암석의 채굴과 분쇄, 운송, 토양 적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CO₂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에서 이미 사업화된 것처럼 채석장에서 버려지는 현무암 가루를 농경지에 토양 개선제로 석회암을 대신해 뿌린다면 ERW는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자발적 탄소 상쇄 방법으로 EWR에서 나오는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개별 CDR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 CO₂를, 얼마나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격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정량적인 검증 방법, 평가 기준의 개발이다. 모니터링과 보고·검증 시스템을 개발해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혹은 국제적인 표준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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