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자산운용 가치형펀드 운용 신광선 선임본부장 인터뷰
가치주 발굴 및 투자에 재무지표와 ESG요소 통합 고려
5년 펀드수익률 43.18%로 시장 벤치마크 대비 19.46%p 높아
“ESG 이슈 사전대응으로 수익률 하락 방지...G 개선 여지 커”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지난 2021년 불어닥친 ESG투자 붐이 '그린워싱' 위험과 '반 ESG흐름' 등으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ESG는 제도화하는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 환경, 사회, 거버넌스 요소를 고려하는 ESG투자가 과연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에 대해 베어링자산운용의 신광선 선임본부장은 30일 ESG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건, 재무분석만을 기반해서 투자했을 때보다 ESG를 고려해 투자했을 때 예측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기업의 재무적 지표와 ESG를 통합한 투자 전략을 활용해 가치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는 개개인마다 투자전략이 다르고, 투자와 매매 결정에서 사람들이 심리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는 만큼 “펀드는 어떻게 보면 모든 요소들이 다 결합돼 있는 아트로, 과학적으로 증명되거나 요소들을 분해해서 성과를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ESG를 고려했을 때 “기업 재무상태만 분석했을 때보다 ESG와 관련된 나쁜 요소들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요소들을 그만큼 덜 당했다”며 “ESG를 통해 그런 기업들을 피하면서 (투자 대상) 기업들이 어떤 경로를 향해 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선정 가치주 기반 ESG통합 전략 활용
신 본부장은 자신이 운용하는 가치형펀드는 배당 및 성장성이 높은 저평가 가치주에 집중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분석과 더불어 기업의 ESG요소를 함께 분석해 이를 투자결정에 반영하는 ESG통합 전략을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을 보면 KB금융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등이다. 28일 기준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84억원으로, 베어링 가치형 증권자투자신탁 ClassA의 수익률은 지난 2년 20.89%, 5년 기준 43.18%로 시장 벤치마크인 코스피 수익률을 각각 12.87%p, 19.46%p나 상회했다. 국내에서도 ESG를 고려한 펀드 투자가 어느 정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신 본부장은 기업의 재무적 역량과 동시에 “자사주 매입∙배당 증가 등 주주이익 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키거나, 구조조정 또는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ESG 측면에서 장기적인 가치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들 위주로 저평가 가치주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재무적 지표 및 자사의 선정 기준 등을 활용해 가치주를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ESG 등급을 산정해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후 ESG 이슈에 따른 시장 대응 및 리스크 관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서한 발송과 의결권 행사 등의 주주 관여 전략을 활용한다.

ESG 전망 반영해 이슈 선제 대응...수익률 하락 방지 경험
구체적인 ESG통합 전략에 대해 신 본부장은 기업의 E,S,G를 개별 평가한 점수와 섹터별 가중치를 기반으로 종합적인 ESG 현황 점수를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편입 여부와 투자 비중 확대 및 축소를 고려하는 등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개별 평가항목으로 ▲E에선 원재료 소싱, 제조, 유통 과정 전반에서 탄소 발자국 감소 프로그램 존재 여부와 물 사용량 관리에 대한 사내 고위 협의체의 관여 여부 등 ▲S엔 인력 규모나 최근 구조조정, 대량해고 발생 여부 ▲G엔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 사외이사 비중 등이 포함된다.
이같은 개별 점수는 섹터별 가중치를 반영해 합산되어 최고점수인 1점에서 최하위인 5점까지 종합 ESG점수와 등급이 산정된다.
신 본부장은 이를 목표주가 산정에 활용해 평균치에 포함되는 기업들을 제외, 2.5점 미만의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엔 최대 20%까지 할증(프리미엄), 3.5점 이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엔 최대 15%까지 할인(디스카운트)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탐방 및 IR담당자와의 소통, 주주서한 발송 등의 정성평가를 통해 향후 ESG요소가 개선될 수 있는지도 평가해 개선(Improving), 안정(Stable), 악화(Deteriorating)의 3개 등급으로 나뉘어 반영한다.
특히 그는 “‘개선’(Improving) 등급을 반영해 비록 (현재) 점수가 나쁘더라도 펀드에 편입을 할 수 있고, 그런 기업들이 주가가 꽤 좋아졌던 사례가 많았다”며 "반대로 ESG 이슈가 터진 직후 재평가를 통해 등급을 낮추고 비중을 축소하는 등 사전 대응해 펀드 수익률을 방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SG 점수가 높아졌거나 나빠졌다고 해서 바로 그 기업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ESG를 접목해 운용하는 펀드라면 그런 이슈를 민감하게 반영해 펀드의 비중을 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내 E,S 투자 확대 위해서도 G 개선 시급
신 본부장은 E,S,G별 항목별 가중치을 섹터별로 다르게 설정하지만, 가급적 G 점수를 높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거버넌스(G)쪽에 변화할 게 많고 미국처럼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해 기본적으로 G 점수(비중)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사주를 활용한 기업 분할 합병, 지배주주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사내외 이사들의 행태, 편법 경영권 승계, 계열사 밀어주기, 탈세 및 횡령 등 고쳐져야 할 행태들이 많다"며 "아직도 문제가 많은 대주주들이 기업 지배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주주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기업을 매도하지만, 소액주주들의 경우 이런 프리미엄을 전혀 얻지 못하고 오히려 디스카운트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이 기술 개발과 투자 등에 투입해야 할 정신과 자원을 경영권 방어하는데 쓰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라며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산운용사와 기관들이 의식을 갖고 주주행동에 적극 나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E나 S에 중점을 둔 국내 ESG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거버넌스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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