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속가능성 공시 인증과 중복될 경우 환경산업기술원 검증 면제 필요
“자본시장법에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이 가장 자연스러워”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공시(ESG 공시) 도입이 추진됨에 따라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경정보공개제도와 지속가능성공시의 정합성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정보공개제도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세부적인 내용에서 두 제도 간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국공인회계가회가 개최한 ‘제14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 ‘국내 환경 관련 공시제도의 국제 정합성 분석 및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해 발제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환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후금융뿐 아니라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이런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 교수는 환경정보 공개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환경정보공개제도하에서는 6월30일까지 정보 공개 대상 기업이 정보를 등록하고 검증 절차를 거쳐 12월31일 대국민 공개가 이루어진다. 환경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정보 공개 시점을 5월31일로, 대국민 공개 시기는 8월31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재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보고서 보고 시점(3월)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게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며 “현재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업보고서 공개 시점인 3월말에 관련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의 글로벌 기준선이 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도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정보와 동시에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사업보고서 공시 시점에 맞출 수 없다면 “늦어도 6월말에 보고가 이루지도록 공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관리를 위한 경영진 역할 포함해야”
정광화 강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현행 환경정보공개제도는 정보 공개 대상 업종을 제조업과 공공행정, 교육서비스, 보건, 기타 서비스, 기타 산업의 6개 업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공개 항목은 GRI기준을 기반으로 27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업종에 따라 의무 공개 항목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또한 사업장 단위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연결기준 공시를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6개 업종으로 이루어진 분류를 산업공통과 공공행정으로 단순화했다. 공공행정 기관을 제외한 민간 기업을 산업공통으로 일원화했다.
개편안은 또한 정보 공개 대상 기업을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과 기타 기업으로 나눠 공개항목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비핵심항목은 통합되거나 삭제됐다. 중요도가 높은 플라스틱이나 생물다양성 관련 항목이 새로 추가됐고 기존 항목 중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과 녹색투자 등 기존항목은 구체화됐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정보는 사업장이 아닌 법인 단위로 공개하도록 했다.
[표] 현행 환경정보공개제도와 개편안 요약

정준혁 교수는 환경부의 개편안에 대해 대체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일부 세부 내용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녹색경영 관련 총괄 감독기구 및 최고 경영진 외에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 관리를 ‘위한 경영진 일반’의 역할에 관한 사항도 포함하는 방안”과 “기후변화 등이 기업의 재무현황 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도록 녹색경영 관련 정보공개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꼐 사업장 단위의 정보 공개를 법인 단위의 정보 공개로 개편할 경우 “연결기준으로 보고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정교수는 말했다.
이와 관련,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삼성전자 조차도 사업장 단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공개하고 있다”며 “법인 단위로 공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공시와 상호인증 검토 필요
정 교수는 지속가능공시와 환경정보공개제도간 제3자 상호 인증 문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정보공개제도에 따라 공개하는 정보는 환경산업기술원이 수행하는 환경부 장관의 검증이 이루어진다. 지속가능성공시 정보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나 제3자 인증이 도입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제3자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성공시 정보가 환경정보공개제도에 따라 공개될 경우 환경산업기술원의 검증을 면제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실장도 “상호인증은 중장기적으로 필요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이 공표되고 기업이 제3자 인증을 받으면 (환경정보공개제도의) 검증 절차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환경산업기술원의 검증을 받은 환경정보가 지속가능성공시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한편 정 교수는 “지속가능성공시가 아직 입법 단계에 접어들지 않아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알 수가 없으나,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그런 법령에 넣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 지속가능성공시기준 초안도 재무중요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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