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코오롱 4세 이규호 부회장, 실적악화로 승계 정당성에 ‘먹구름’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5.12.03 16:05
  • 수정 2025.12.03 16:23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능력 입증 못하면 단 한 주도 안물려준다” 부친 발언 재소환
코오롱, 작년 영업익 77.9% 감소...코오롱글로벌, 567억원 적자
코오롱FnC, 코오롱모빌리티도 실적 악화...승계 역풍요인 지적
직함 확대보다 뚜렷한 실적개선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선행돼야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회장이 2025년 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 (HLMHE) 개막 본회의에 참석해 ABAC 내 바이오헬스케어워킹그룹 (BHWG) 의장으로서 그간의 활동경과와 성과를 알리고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미래 헬스케어 혁신을 논의했다.   사진=코로롱그룹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회장이 2025년 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 (HLMHE) 개막 본회의에 참석해 ABAC 내 바이오헬스케어워킹그룹 (BHWG) 의장으로서 그간의 활동경과와 성과를 알리고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미래 헬스케어 혁신을 논의했다.   사진=코로롱그룹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의 지분을 처음으로 직접매입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룹 전반의 실적 악화와 막대한 승계 세금 부담이 겹치며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 4세로서 그룹 핵심 요직을 대부분 꿰찼음에도 지분승계가 아직 출발선 수준인데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승계 정당성과 재원 마련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2441주(0.01%)와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518주(0.05%)를 각각 주당 4만975원과 9508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입액은 약 2억 원 규모다. 

사실상 ‘지분 0% 후계자’, 첫 매집에도 ‘출발선’

코오롱그룹 후계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코오롱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아 ‘지분 0%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2023년 말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왔지만, 공식 지분 구조에서는 소외돼 있었던 것이다.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부친인 이웅렬 명예회장이 ㈜코오롱 지분 약 49.74%와 주요 계열사 지분을 통해 확고히 쥐고 있는 구조다. 이번에 이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식을 처음으로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소액으로 계열사 지분 일부를 확보한 수준에 그쳐 본격적인 지배권 이전단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멀티보드 체제로 ‘실질 지배’…형식 승계는 미완

이 부회장은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 현장부터 시작했으며, 이후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22년 말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2023년 11월 부회장에 올라, 동년배 재벌 후계자들 중 가장 빠른 승진 속도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연이어 사내이사로 올라서는 ‘멀티보드(Multi-Board)’ 체제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히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리밸런싱을 주도했다. 적자를 내던 필름사업을 분리하고, 지주사 산하로 항공우주 소재 등 복합소재사업을 일원화하는 사업 재편을 시도했다. 계열사에 산재해 있던 복합소재 사업들을 통합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코오롱글로벌과 계열사 MOD·LSI 합병,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ENP 합병 결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하고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진두지휘해왔다.

창업주 이후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해온 코오롱가의 관행과 주요 계열사 핵심 보직을 장악한 현재의 구조를 감안할 때 실질적인 4세 경영 체제는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최대주주 지분은 여전히 부친이 보유하고 있고, 후계자가 실질 통제권을 언제·어떤 방식으로 승계할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형식적 승계’는 미완성 상태로 있다.​​

승계 본격화 앞두고 그룹 실적 급랭...‘성과 검증’ 부담 커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문제는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그룹 실적이 일제히 꺾이며, 이 부회장을 둘러싼 ‘성과 검증’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영업이익 1667억 원에서 2024년 567억원(연결 기준) 영업손실로 돌아서며 2년 만에 흑자에서 대규모 적자로 추락했다. 매출 증가에도 원가 상승과 금융비용 급증이 수익성을 잠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5조7693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77.9% 감소했다. 패션 계열사 코오롱FnC 역시 2025년 2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9.2%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53.4% 줄어드는 등 소비 부진과 이례적 기온 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그룹 브랜드 가치와 투자심리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부회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섰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소비 위축과 전기차 수요둔화 지속 등의 영향으로 출범 초기부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하고 당기순손실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신사업 드라이브’가 수익성보다는 외형 확장에 치우쳤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룹 연결 기준으로도 최근 몇 년 사이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로 전환하는 구간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지분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일수록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데, 현 국면은 오히려 역풍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00억대 증여세 부담, 속도조절 불가피

지분 승계과정에서 예상되는 막대한 세금 부담 역시 이 부회장의 승계 시계를 늦추는 핵심 변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식 약 628만 주(지분율 49.74%)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 기준 지분 가치는 24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할 경우 30억원 초과 증여분에는 50% 최고세율이 적용되고, 대기업 최대주주 지분 증여에는 20% 안팎의 할증이 붙어 최대 60~70% 수준의 실효세율이 거론되는 만큼, 단순 증여 방식 선택 시 1400억 원 안팎의 증여세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여세액으로 적게는 600억원에서 많게는 1700억원대까지로 추산한다.

이처럼 현금·담보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단기간에 지분을 대량 이전하는 것은 그룹 재무구조와 주주가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정 분산 증여나 지주사 구조 개편, 계열사 간 지분 스왑 등 복합적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어느 쪽도 세제·지배구조·소수주주 권리 보호 이슈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평가다.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 확대나 지분 매각, 자회사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재무 전략이냐,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냐”를 둘러싼 시장의 의심과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크다.​

실적 개선으로 시장신뢰 확보하는게 경영권 승계의 관건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지분 없이 멀티보드 체제로 그룹을 이끄는 현재의 승계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함 확대보다 뚜렷한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단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친의 발언이 오히려 승계 정당성 논란의 기준점으로 재소환될 수 있고, 주가와 신용도 측면에서도 오너 4세 체제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KOREA H2 Business Summit’에 회원사로 참여한 코오롱그룹이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그룹의 수소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KOREA H2 Business Summit’에 회원사로 참여한 코오롱그룹이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그룹의 수소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특히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FnC 등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 회복,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체질 개선, 그리고 향후 지주사·계열사 간 지분 구조 재편 과정에서 소수주주와 채권자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이 부회장이 ‘실질 지배자’에서 ‘정식 총수’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승계의 방향성은 사실상 정해졌지만, 실적 부진과 세금 부담, 시장의 감시라는 삼중고 속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성과와 구조’의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