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김강국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에서 번 돈을 들여와 국내 전기차 분야의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전년 대비 4.6배로 늘려 총 59억 달러(약 7조7,000억원)를 국내로 유입해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1억달러와 6억달러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13억달러로 늘었으며, 올해 다시 큰 폭으로 증액된다. 현대차는 해외 자회사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에 해당한다.

'리쇼어링(reshoring)'이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일본의 경우 이른바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내 경제는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 덕분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경제 전반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었다. 그래서 일본 경제는 인구 감소와 디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1%대의 실질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현대차 해외법인, 중국ㆍ러시아 제외하곤 고른 수익

현대차가 본사 배당을 늘린 해외법인은 지난 2년간 경영실적 호조로 많은 잉여금을 보유한 곳들이다. 현대차는 미국법인(HMA)과 인도법인(HMI), 체코생산법인(HMMC) 등이, 기아는 미국법인(KUS)과 오토랜드 슬로바키아(KaSK), 유럽법인(Kia EU) 등이 배당액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중국과 러시아 법인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손실을 키웠다.

들어오는 자금 규모는 현대차 21억달러(2조7,300억원)를 비롯해 기아차 33억달러(4조2,900억원), 현대모비스 2억달러(2,600억원) 등이다. 해외법인 배당금의 79%는 상반기에, 나머지 21%도 하반기에 들어온다.

배당금은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과 기아 경기 화성공장의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기아 경기 광명공장의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전환 등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리쇼어링 배경에는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당국과 국내에서 모두 과세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그러던 것이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에 대해서 금액의 5%에만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해 기업의 세금부담이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 배당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건전성 개선과 현금 확보 효과로 더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