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과 가정에 대한 정보 공시 요구로 불확실성 높인다는 지적 제기
합리적인 가정 세워 공시하면 결과 달라져도 큰 문제 없다는 반론도

[ESG경제=이신형기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기준이 기업이 측정ㆍ관리하기 부담스러운 추정과 예측, 가정에 대한 공시를 요구해 법률 리스크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광호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팀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생산성본부가 공동 주최한 ESG 세미나에서 “(ESG 공시와 관련한 법률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불확실성 높은 (추정과 가정 같은) 정보를 감사하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내 ESG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는 한국회계기준원의 이웅희 본부장은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ESG 공시에 따른 소송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이나 예측 같은 정보 떄문에 소송 리스크가 올라간다고 특별하게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추정과 가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예가 스코프 3 공시와 시나리오 분석”이라며 “합리적인 가정을 세워서 공시를 한다면 결과가 달라졌다고 해서 반드시 소송이 많아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ISSB는 기후공시 기준(S2)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기업들은 공시 내용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나, ISSB는 “기업들이 이미 재무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기후 관련 시나리오 분석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SSB는 시나리오 분석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한편 ▲적절한 시나리오를 활용하고 선택한 시나리오에 관해 공시하는 한편 ▲시나리오 분석에 사용된 가정에 관한 정보와 방법론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도 추정치가 포함될 수 있다. ISSB는 추정치를 포함한 스코프 3 배출량 측정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공시 서식이나 사례 제시하지 않아 혼선”
생산성본부 정광호 팀장은 ISSB의 ESG 공시기준이 공시 서식이나 구체적인 공시 사례 등을 제시하지 않아 어떻게 공시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실무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SSB의 S1을 기반으로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지침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ISSB는 지난달 ‘S1’으로 불리는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General Requirement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Climate-related Disclosure)을 확정 발표했다.
이중 'S1'은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ESG 이슈)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공시 방법과 내용을 담고 있다.
정팀장은 예를 들어 ISSB는 지배구조에 관한 공시에서 의사결정구조에 해당하는 곳이 이사회인지 위원회인지, 또는 CEO인지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SSB의 공시기준은 지배구조와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지배구조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 통제에 관한 공시 영역이다.
회계기준원 이웅희 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의사결정기구에 관한 공시는 ESG 관련 위험과 기회를 책임지는 기구가 기업마다 다를 수 있어 어떤 기구가 그런 책임을 지는지, 역할은 어디까지이고 인력구조는 어떤지 등을 공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사정에 맞게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그대로 공시하면 되며, ISSB 기준이 의사결정구조까지 정해 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ISSB가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한 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더 많은 사례를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본부장은 “공시기준을 확정 발표하면서 부록을 통해 38개 조항에 관한 예시를 제시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며 “ISSB는 지금도 어떤 예시가 더 필요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기준이 나왔고 아직 공시도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적응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공시기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 지원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ISSB는 ESG 공시기준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전환이행그룹(Transition Implementation Group, TIG)과 역량강화 이니셔티브를 설립해 각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ISSB 기준 도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IG는 새로운 ESG 공시기준 도입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분석하고 논의해 기업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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