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ISSB 기준 조기 전면 도입 주장에 난색
거래소 시장공시 먼저 시행한 뒤 사업보고서로
3분기 중 ESG 공시 의무화 세부 로드맵 발표

[ESG경제=이신형기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달 26일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S1)과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S2)를 확정 발표한 가운데, 국내 ESG 공시의 의무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 국내에서도 대기업부터 ESG 공시에 ISSB 기준을 서둘러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의지가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는 3분기 중 국내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인데, ISSB 공시기준에 맞춰 2025년에 첫 공시를 해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7년 자산 1조원 ▶2029년 자산 5000억원 ▶2030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자산 규모가 큰 코스닥 상장사도 ESG 공시 의무화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공시부터 시작"
하지만 2025년부터 도입되는 ESG 공시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법정공시가 아니라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른 거래소 시장공시다. 법정공시는 공시 내용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등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제도다.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가 되면 저절로 법정공시가 된다. 사업보고서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공시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상호 연구원은 지난달 12일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27년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거래소 공시에 국내 기준인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간소화 기준을 적용해 먼저 시행하고, 법정공시에는 ISSB 기준을 기반으로 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해 세부사항을 추가하거나 완화한 KSSB 일반 기준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 소식통은 자본연의 보고서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ESG 공시 의무화 조치의 초안”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소식통은 “ISSB 기준을 대기업의 ESG 공시에 전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본시장, 특히 글로벌 투자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도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대기업부터 ISSB 기준을 조기에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자본연도 보고서에서 ISSB 기준을 국내 ESG 공시 기준으로 전면적으로 도입해 의무화할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EU와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는 방안이고 ▶2안은 자본시장의 국제 신인도와 정합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산 10조원 이상 또는 자산 2조원 이상이고 외국인 지분율이 30% 이상인 기업에 한해 전면 도입하는 방안이다.
금융위 관계자, ISSB 기준 조기 전면 도입 가능성 부인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ISSB 표준안 대로 '25년부터 사업보고서 통합 ESG공시가 실시되느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를 도입하되 가급적 기업들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발언이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25년부터 사업보고서 방식으로 ESG공시가 이뤄지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해져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의지나 국내 ESG 공시 제도와 상관없이 대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해 ISSB 기준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현재 국내 수출 대기업들은 ISSB나 다른 글로벌 기준에 준하는 ESG 공시를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며 "(당국이 글로벌 ESG 기준을) 천천히 도입한다고 해도 기업이 직면한 현실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공시화 하면 ESG 공시 사업보고서에 포함
ISSB 기준은 ESG 공시를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ESG 공시 자체를 부담으로 여기는 국내 기업들은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ESG 공시가 법정공시가 되면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사업보고서와 같은 공시 기간의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할 전망이다. ISSB의 공시기준 등 국제 표준안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연은 공시 위치에 대해서는 법정 공시가 시작되면 핵심 공시항목은 사업보고서 본문에 기재하고, 상세 항목은 사업보고서 등의 첨부서류로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시 시기에 대해서는 ISSB 기준보다 유연한 방안이 제시됐다. ISSB 기준은 ESG 공시 기간을 사업보고서의 공시 기간과 일치시키도록 요구한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둘어주기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이 제공된다.
국내 기업은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회계정보를 늦어도 다음 해 3월까지 발표하지만, 지속가능성 경영 정보는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정보가 다음 해 7월에 발표한다.
자본연은 법정공시 전환 후 통상 8월15일까지 이루어지는 반기보고서 제출일까지 직년 사업연도 ESG 공시를 마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12월 결산법인이 9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재무정보 공시와 상당한 시차가 있다.
이상호 자본연 연구위원은 ESG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반기 사업보고서 공시 일정에 맞춰 전년도 ESG 정보 공시를 법정 공시하는 걸로 제안했다”며 “현재로서는 이 보다 앞당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시행을 해 보면서 ESG 공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코프 3 공시 시기에도 ISSB 기준과 자본연이 제시한 정부 검토안과 시차가 존재한다. ISSB는 스코프 3 공시를 1년 유예해주기로 했으나, 자본연은 ▶'27년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9년 자산 1조원 이상, ▶'31년 자산 5000억원 이상, ▶'32년 자산 5000억원 미만의 코스피 상장사에 스코프 3 법정공시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자산 5000억 이상 기업에 '31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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