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관련 지표 및 목표 등 화폐단위로 공시 원칙
기후관련 시나리오 분석 추정손익 변화도 수치화
연결기준 모든 종속회사 한묶음으로 공시해야

[ESG경제=이신형기자]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내놓은 ESG 공시기준은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이나 기회가 기업의 재무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치로 보여달라고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TCFD나 보고서 방식의) ESG 공시기준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딜로이트안진 그룹의 허규만 ESG 공시인증 TF 리더는 딜로이트가 26일 주최한 ISSB 공시기준 관련 웨비나에서 ISSB 기준을 국내 기업이 많이 활용했던 TCFD 기준과 비교하면서 “(ISSB 기준에 따른 ESG 공시는) 재무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며 “(ISSB가 TCFD를 흡수통합 했지만) TCFD와 확연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TCFD 기준에 따른 공시에서는 어떤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정성적인 공시만 해도 됐으나, ISSB 기준을 사용하면 구체적인 화폐단위로 위험을 공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부 설명 방식도 병행 허용하지만 원칙적으로 화폐화하겠다는 것이다. ISSB는 ESG공시와 재무공시의 통합 문제를 장기 과제로 정해 놓고 있다.
ISSB는 ESG 공시를 확정 발표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비계량적 시나리오 분석과 재무적인 영향에 대한 비계량적 정보공시도 허용하긴 했다. 다만 수치화된 정보로 공시하지 못할 경우 불가능한 이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허 리더는 “대부분의 기업이 1년짜리 사업계획을 짜고, 5년짜리 계획을 짤 때도 추정 손익계산서와 추정재무제표, 추정현금흐름표가 나온다”며 “그런데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이걸 못한다고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상태에 미칠 영향을 수치화하는 예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예로 들었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저탄소 설비로 교체하면 자본적 지출이 발생해 현금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유형자산 교체에 따른 장부가액과 감가상각비의 변화 등이 발생하는데, 지속가능성 관련 의사결정이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이런 식으로 공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간 사업계획을 얘기할 때 최장 5년짜리만 얘기했는데 앞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추정손익을 만들려면 5년을 넘어 10년, 20년 추정손익까지 살펴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정손익과 추정재무제표는 정석적 분석과 확연히 다르고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이) 현재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봐야 한다”며 “이게 ISSB 공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관련 지표 및 목표도 화폐단위로 공시해야
허 리더는 ISSB 기준에 따라 공시할 때 기후관련 공시 지표와 목표도 화폐단위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ISSB는 기후공시 기준에서 ▲기후관련 전환위험과 물리적 위험에 취약한 자산과 사업활동의 비중 및 금액 ▲기후관련 기회와 관련된 자산과 사업활동의 비중 및 금액 ▲기후관련 위험 및 기회와 관련된 자본 지출과 자금 조달 투자 금액 ▲내부탄소 가격 ▲기후 관련 경영진 보상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허 리더는 “현재 기업이 공시한 자산과 손익계산서를 재점검하고 지속가능성 공시 내용과 합치하는지 점검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관련 시나리오 분석 추정손익 변화 공시 해야
ISSB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회복력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관련 시나리오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허 리더는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때와 2도 또는 2.5도 상승할 때 대응 전략과 추정 손실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얘기하는 게 시나리오 분석의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TCFD 기준도 시나리오 기술을 요구했으,나 정성적인 수준의 공시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ISSB는 더 나아가 온난화 정도에 따른 설비 구축과 이에 따른 비용 발생, 감가상각, 추정손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결과와 함께 시나리오 분석에 사용된 방법론과 가정에 대해서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업 모든 종속회사 ESG 공시에 포함해야
ISSB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모든 종속회사를 ESG 공시에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허 리더는 “연결기준이라고 하면 어느 것은 넣고 어느 것은 빼도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제가 갖고 있는 상식에서는 그런 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모든 종속회사는 다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요하지 않은 종속회사 매출은 큰 의미가 없으니 임의로 연결재무제표에서 빼버리겠다는 발상과 같다는 얘기다.
그는 따라서 “종속회사로부터 수집된 정보가 검증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속회사가 온전하게 다 들어가는지 봐야 하고 공시에 사용하는 가정이나 측정 방법이 있을 텐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같은 기준으로 공시하도록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ISSB 중대성 개념, 상대적 우선 순위 아닌 절대적 정량적 가치 중시
허 리더는 ISSB의 중대성 개념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것을 가리지 않고 “절대적인 정량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며 이런 점에서 국내 기업이 주로 이용해온 GRI 기준과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GRI는 중대성 분석을 위한 상세한 절차를 제시해 중대성의 우선 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정보는 공시에서 제외해도 되지만, ISSB 기준에 따라 공시하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일단 모두 다 공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ISSB는 중대한 정보를 “어떤 정보에 대해 기업이 공시를 누락, 왜곡, 또는 불문명하게 진술할 경우 재무제표를 이용해 투자 판단을 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정보”로 정의한다. 이는 국제회계기준과 동일한 중대성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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