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공표된 국제 기준 'ISA 720' 국내 미도입
재무제표와 ESG정보 불일치 보고 감사인에 강제
"ESG공시 신뢰도 제고 위해 도입 필요" 주장 나와

[ESG경제=이신형 기자] 정부가 연내 ESG공시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ESG공시에 대응하기 위해 개정된 국제 회계감사기준을 국내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는 재무정보 외의 기타정보에 관한 감사인의 책임을 명확히 한 개정 ‘ISA 720(revised)’을 2015년 공표했고 유럽 주요국, 캐나다 등은 ‘ISA 720’을 도입했다. 미국은 이 기준과 유사한 자체 감사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ISA 720’이 도입되지 않았다.
IAASB는 이와 별도로 ESG공시에만 적용할 인증 기준인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 기준(International Standard on Sustainability Assuarance 5000, ISSA 5000)’을 최근 공개하고 여론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ISA 720’은 ESG공시 시대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회계감사 기준이다. ’ISA 720‘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ESG 정보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재무제표와 ESG 정보를 포함한 기타 정보의 불일치가 갖는 의미나 잘못된 정보의 수정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ISA 720은 ESG공시가 사업보고서에 포함될 경우 재무제표와 ESG 정보의 중대한 불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아울러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는 ESG 정보에서 중대 왜곡 여부가 발견됐는지 감사보고서에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SG 공시 시대, 감사인 책임 커져
이영한 서울시립대교수는 15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주최한 ’제5회 ESG 인증포럼‘ 주제 발표에서 “ESG 공시정보의 인증 및 신뢰성 확보의 필요성 관점에서 ISA 720의 도입과 이로 인한 예상 효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ESG 정보는 ’ISA 720’의 ‘기타 정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감사인의 감사 절차와 감사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SA 720’은 ‘기타 정보’를 연차보고서(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외한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명확하게 정의한다.
감사인의 의무와 관련한 규정을 살펴보면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연차보고서(사업보고서)에 중대 불일치가 있는지 살펴보는 의무절차가 포함된다. 또한 ▲연차보고서가 감사보고서 이후에 공표되는 경우 그 사실과 연차보고서에 대한 확인 의무를 규정한다. 감사보고서 이후에 공표되는 정보에 대해서도 감사인이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감사인이 연차보고서의 왜곡을 발견하는 경우 별도의 단락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항목도 있다.
별도의 단락으로 보고해야 하는 내용은 ▲경영진이 기타정보에 책임이 있다는 설명과 감사의견은 기타정보에 대한 것이 아니라서 감사인은 감사의견이나 어떠한 형태의 확신도 표명하지 않고 앞으로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 등이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를 예로 들며 ‘ISA 720’이 적용되는 사례를 설명했다. 가령 기후 변화가 기업의 영업 및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가 매니지먼트 리포트(경영자 보고서)에 공시될 경우, 이 효과가 감사보고서에 나오는 재무제표의 주석이나 본문의 충당부채 추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효과가 충당부채 추정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감사인은 중대 불일치가 있다고 보고 감사 절차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ISA 720‘은 개별 국가의 법규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기타정보‘를 인정한다. 경영자 보고서(Management Report), 경영진 설명서(Management Commentary), 이사회 보고서(diretors’ report), OFR(Operating and Finacial Review). 회장 성명(chairman statement),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내부통제와 리스크평가 보고서 등이 해당한다.
‘ISA 720’이 도입되면 회계감사인의 업무량이나 소송 리스크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지적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보면 별도의 인증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감사인의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고 감사인의 보수가 크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인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정보의 왜곡에 대해 책임 지는 게 아니라 감사 절차에 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감사절차를 위반할 경우 감사인이 법적 책임을 지지만 정보 왜곡은 기업 책임이라는 뜻이다.
“ESG공시 신뢰 확보하려면 ‘ISA 720’ 도입 필요”
ESG공시 기준의 글로벌 기준선이 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기준은 모두 ESG공시를 사업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시대가 오면 ESG 공시의 진위를 둘러싼 소송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5년부터 거래소 공시로 공시 의무화를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사업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영한 교수는 “국내에서도 사업보고서 공시 체계로 ESG 정보 공개채널이 변경되면 지속가능성 정보가 ‘ISA 720’의 기타정보에 해당될 것”이라며 “ESG 정보의 국제간 비교와 신뢰가능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며 ‘ISA 720’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명전 숙명여대 교수는 “도입이 늦어지면 국내 기업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우리보다 주요국이 먼저 도입했기 때문에 해외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았으면 한다. 도입은 하되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이제 막 도입 검토가 이루어지는 단계”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윤지혜 국제회계기준팀장은 “국제기준이 개정된 후 8년이 됐는데, 국내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는 사업보고서 공시 시점을 고려하고 감사인의 현실적인 부담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를 거쳐 도입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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