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의무화 초기부터 '제한적 확신' 수준 3자 인증 예상
IAASB의 인증 기준, "인증 제도 원활한 정착에 도움"

[ESG경제=이신형기자] 백태영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위원은 국내에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면 초기부터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 수준으로 제3자 인증이 의무화되고, 인증 기준으로는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의 기준이 채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의원은 BDO성현회계법인이 8일 주최한 기후리스크 공시 전략 세미나에서 <ESG경제> 기자와 만나 “IAASB가 국제적인 회계감사 기준을 만든 기관이고 IOSCO가 이 기준 사용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1일 열린 ESG경제 창간 3주년 기념 포럼에서 ESG 공시가 의무화하면 ‘제한적 확신’ 수준의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회계 감사 기준을 만든 IAASB는 ESG 공시기준처럼 인증 기준도 국제적인 기준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의 요구로 ESG 공시 인증 기준을 만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국제지속가능성인증기준(International Standard on Sustainability Assuarance 5000, ISSA 5000) 초안을 공개하고 여론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IAASB는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12월1일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백 위원은 “공시 의무화 초기에 거래소 공시로 시행이 돼도 ‘제한적 확신’ 수준으로 공시 내용에 대한 3자 인증 의무화가 시행될 것”이라며 “도입 초기에는 금융당국이 특정한 인증 기준을 사용하라고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결국은 IAASB 기준이 사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SSA 5000은 제한적 확신과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을 모두 수행한다.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은 인증 대상 정보에 대한 정보 사용자의 신뢰가 유의미한 수준 이상이지만, 합리적 확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의 분기나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검토의견'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에 합리적 확신(Reasinable Assurnace)은 인증 제공자가 인증 대상 정보가 왜곡되지 않았다는데 절대적이진 않아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감사보고서)은 합리적 확신에 해당한다. 분기나 반기 검토보고서에 비해 감사보고서는 실사 등 추가적인 감사가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보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공시 인증은 데이터가 아닌 적법 절차 준수 여부에 초점"
백 위원은 ESG 공시 인증은 “공시 지표와 데이터가 아닌 주로 공시 과정이나 적법한 절차(due proess) 준수 여부에 대한 인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의 상당 부분이 추정으로 이루어져 데이터에 관한 인증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ISSA 5000이 요구하는 인증 기준도 대체로 이와 유사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 황근식 감사인증기준본부장은 3일 공인회계사회 주최 ESG 인증포럼에서 공시 인증에 사용되는 정보의 적합성에 관한 ISSA 5000의 주요 요구 사항은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입수하기 위한 절차의 설계 및 수행 ▲증거로 사용하려는 정보의 관련성과 신뢰성 평가 ▲경영진측 전문가가 수행한 업무를 증거로 사용할 경우 경영진측 전문가의 적격성 평가 등의 절차 ▲증거로 사용하려는 정보의 관련성과 신뢰성이 의심될 경우 추가적으로 수행할 절차 등이라고 밝혔다.
정보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요구는 기존 회계감사기준과 달리 기업이 생산한 정보에 국한된다. 황 본부장은 "회계감사기준에서는 정확성과 완전성 속성이 나타나면 정보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기업이 생산한 정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정보에 대해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이날 포럼에서 ESG 공시 인증제도 도입과 관련, “공시 제도와 연계해 검토 중”이라며 “인증 대상이 되는 정보나 인증 기준, 인증인의 자격 등을 글로벌 규제 동향을 지켜보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ISSA 5000, “인증 제도 원활한 정착에 도움”
IAASB는 이미 ESG 공시 인증 기준인 ‘ISAE 3000’과 온실가스 배출 인증 기준인 ISAE 3410을 내놓은 바 있다. ISSA 5000은 ISAE 3000과 다른 감사 기준도 일부 차용하는 인증 기준이다.
IAASB는 “ISSA 5000은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속가능성 인증 기준이 될 것”이라며 "ISSB와 ESRS, GRI을 포함한 기존 공시기준은 물론, 현재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인 새로운 공시기준들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은 포럼에서 “ISSA 5000은 포괄적 기준”이라며 “인증 기준을 적시에 제정할 필요성이 있어 포괄적인 일반 요구사항을 만들고 나중에 온실가스 배출이나 노동, 추정치 등 특정 주제에 관한 인증 기준을 나중에 제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에 따르면 ISSA 기준은 환경이나 노동 등 어떤 지속가능성 주제에도 적용 가능하고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한 공시 등 어떤 형태의 공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ISSB 기준뿐 아니라 여러 공시 기준에도 적용되고 투자자나 다른 이해관계자 등 어떤 정보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공시라도 적용 가능하다.
ISSA 5000은 인증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도 회계법인뿐 아니라 일정 자격을 가진 독립된 기관으로 정해 놓았다. 인증 기관은 국제윤리기준위원회의 국제윤리기준(International Independence Standards)을 포함한 전문회계사 윤리강령(International Code of Ethics for Professional Accountants)과 같은 관련 윤리적 요구 사항을 준수하고 ISSAB의 품질관리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ISSA 5000은 모든 지속가능성 공시 인증에 적용되지만, 인증 실무자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별도의 결론을 제공하는 경우 ISAE 3410 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일부 공시 항목으로 제한된 인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 관할권에서 기후 관련 공시에만 인증을 요구하면 여기에 맞게 인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황 본부장은 “ISSA 5000은 보고(공시)‧인증 제도의 원활한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정보의 인증이나 여러 준거기준(공시기준)의 적용 등 다양한 상황을 다루고 있어 점진적 인증 범위 확대처럼 유연한 방식으로 보고(공시)‧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데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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