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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공시에 기후위험 반영...외국 기업 사례 살펴보니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4.01.02 19:10
  • 수정 2024.01.03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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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회 포럼서 외국 기업 공시 사례 소개
재무공시에서 기후변화 영향 큰 항목은
재무제표 공시ㆍ유형자산ㆍ자산손상ㆍ충당부채ㆍ공정가치 측정 등 5개

                           한국공인회계사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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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제=이신형기자] 국내에서는 아직 예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미 외국 기업들은 재무 공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이나 전환 위험까지 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의 안성민 수석조사역은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 주최로 열린 ‘ESG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포럼에서 “(재무공시에서) 기후위험을 공시하는 것은 결국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라며 “주목할 점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2022년과 2023년 재무제표 심사 중점 항목에 기후변화가 재무공시에 반영됐는지가 포함이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ESMA의 주요 지적 사항을 보면 “기후 문제가 재무공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환경 위험에 대한 고려 사항과 (자산) 손상 평가, 민감도 분석에 대해 공시가 미흡하다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국내 금융당국이 기업의 기후 위험을 당장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언급일 뿐이다.

안 수석조사역에 따르면 최근 51개국 15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재무공시에 기후위험을 양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은 26%, 질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은 74%에 달했다.

재무공시에 기후변화 위험을 반영하는 것은 ESG 공시와 다르다. 김재호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위험 요소를 자세히 공시하라는 것“이라며 ”반면에 재무공시는 위험 요소가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을 반영할 때 재무공시에서는 ”경영진이 판단해 실제로 자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손상을 인식해야 하는지, 인식하게 되면 손익계산서에 표기하고, 이런 인식의 근거도 공시해야 한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어떻게 공시하나

한영회계법인의 윤용진 상무는 해외 기업의 실제 공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재무공시에서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큰 항목은 1. 재무제표 공시 2. 유형자산 3. 자산손상 4.충당부채 5. 공정가치 측정의 5개 항목이라고 소개했다..

재무제표 공시와 관련, 윤 상무는 IFRS 회계기준서는 기후변화 위험을 특정해 공시할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기후변화 위험은 기준서가 제시하는 재무제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추정 불확실성의 중요한 원천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런 판단에 따라 공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마다 노출된 기후변화 위험과 대응 전략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에 특화된 정보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광업기업 BHP그룹은 파리협약이 목표로 하는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시나리오 분석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공시했다. BHP그룹은 다만 석유와 가스 사업을 우드사이드사에 매각하고 석유 탐사 관련 기업의 지분 매각과 NSWEC 자산에 대한 손상 반영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또 다른 영국의 광업기업 리오틴토도 2020년 연례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중요한 추정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공시했다. 리오틴토는 석탄 산업에서 철수하는 등 화석연료 자산을 팔고 니켈과 구리 등 2차전지 관련 사업에 투자해서 기후변화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유형자산의 경우 유럽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윤 상무는 말했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ESG 문제가 “정책에 들어가게 되면 자산 자체를 가동하는 게 어렵다”며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 설비나 고탄소배출 선박 등의 조기 대체 등 내용연수를 조정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복구충당부채의 장부금액이 상승하고 잔존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을 적용해 선박의 경제성을 재검토하고 노후 선박의 내용연수를 단축시켜 2900만달러의 추가 감가상각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선박의 내용연수는 기존 25년을 유지한다고 공시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EDF는 2020년 화석연료발전소의 가동중지 목표 시점인 2026년에 맞춰 2019년 상반기에 르하브르 발전소의 내용연수기한을 2021년으로 수정했고 꼬르데말 발전소의 내용연수는 2026년으로 수정했다고 공시했다.

자산손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손상 추정을 뜻한다. IFRS 기준서는 재무보고 기간 말에 손상징후가 있는지 파악하고 손상징후가 있으면 손상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험이 초래한 시장 환경과 규제 환경 등의 부정적인 변화는 손상징후에 해당할 수 있다.

자산손상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자산회수 가능액 감소와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자산 수익성 악화,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탄소 규제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윤 상무는 자산손상의 추정치를 반영하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존 재무보고에서 30년이나 40년에 걸쳐 추정치를 도출한 적이 없고 현재 시점에서 파리협약 달성을 위한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이 이루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석유 채굴업체 비치에너지는 기후변화 위험의 불확실성을 자산손상 추정에 반영해 공시했다. 고려한 위험은 정부 정책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기후변화로 촉발되는 물리적 위험, 시장과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등이다.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업체 에키노르는 최선의 추정치를 적용해 자산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1.5도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약 40억달러의 새로운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충당부채는 현재의 의무를 재무보고 기간 말에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에 대한 최선의 추정치를 뜻한다. 탄소중립 선언을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하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미래의 온실가스 감축이 현재의 부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따라서 “충당부채의 (재무제표에 대한) 영향이 다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은 과거에는 충당부채를 산정하지 않았으나, 2020년 처음으로 복구충당부채를 인식했다. 복구충당부채는 기업이 해체 또는 제거할 의무가 일반적인 유형자산을 취득할 때 원상복구를 위한 원가 추정치를 뜻한다. 과거에는 업계 관행상 원유 생산 설비를 복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복구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이런 가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정가치 측정은 기업의 추정이 아니라 시장의 판단에 근거한 측정치다. 윤 상무는 투자자 등 재무정보 이용자들은 기후변화 위험이 어떻게 공정가치 측정에 반영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며 “공정가치를 측정할 때 해수면 상승과 환경관련 벌금 인상 등 기후변화 위험, 현재의 정부 정책과 예상되는 정부 정책 방향, 고객과 투자자의 행동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포장 및 제지기업인 몬디 그룹은 2020년 기후변화가 초래할 물 부족이나 화재 등의 영향을 산림자산의 공정가치 측정에 반영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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