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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이름만 ESG펀드’ 규제 불똥 미국 증시로 튀나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6.10 17:04
  • 수정 2024.06.1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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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A, 펀드 운용자산 80% 이상 ESG 분야 투자 요구
유럽 펀드, ‘ESG’ 펀드명 유지 시 55조원어치 주식 매각해야
모닝스타 “미국 기업 주식이 매각에 가장 큰 영향 예상”
엑손모밀, 슐럼버거, 웰스파고, 셰브론 주식 영향 클 듯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유럽연합(EU)이 펀드운용사가 펀드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용어를 함부로 붙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불똥이 미국 증시로 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SG 펀드로 포장해놓고는 실제로는 엑손모빌이나 셰브론 같은 미국 정유사나 웰스파고 같은 미국 금융회사 주식에 투자한 유럽 펀드가 바뀐 규정을 따르려고 투자한 주식을 털어내려고 한다면 미국 증시도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회사인 모닝스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주식 시장 가치 측면에서 (다른 나라 시장보다) 미국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난달 바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규정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운용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모닝스타는 ESMA가 새로 시행할 규정으로 인해 ESG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용어가 펀드명에 포함된 EU 펀드 약 4,300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들 펀드가 현재의 이름을 유지하려면 1,600개가 넘는 펀드에서 총 400억달러(55조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EU 펀드들이 비(非) ESG 주식을 매각할 경우 에너지, 철도·방위, 기초 소재 분야 주식의 매각 압력이 커지고, 미국 기업 중에서는 엑손모빌, 슐럼버거, 웰스파고, 셰브론 등의 주식이 매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SMA의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매각 대상에 속하는 주식의 약 42%는 미국 주식이고, 이어 프랑스(17%), 중국(12%) 주식 순으로 조사됐다.

그린워싱 논란에 칼 빼든 ESMA

최근 몇 년 사이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일부 펀드들은 수익만을 추구하기 보다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에 이바지하는 펀드라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기 위해 ESG 분야 투자 비중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ESG 펀드로 포장하기 위해 애쓰면서 친환경을 덧입히는 ‘그린워싱’ 논란이 촉발됐다.

ESMA 연구 결과 지난 10년간 ESG 펀드 수는 4배나 급증한 상태다. 현재 EU에서 운용되고 있는 전체 투자 펀드 10개 중 1개에 가까운 9.6%가 펀드명에 ESG 관련 용어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지난달 ESMA는 ESG란 명칭이나 이와 동등한 뜻을 가진 용어를 붙인 투자 펀드는 운용 자산의 80% 이상을 ESG 목표와 실제로 관련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무늬만 ESG 펀드'가 확산하는 걸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대형 석유나 가스 생산업체와 같은 특정 자산에 대한 ESG 펀드의 투자도 금지했다.

ESMA는 “투자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펀드 정보가 펀드명인 경우가 많은 가운데 투자자는 이름 외에도 펀드의 기본 공시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지만, 그래도 펀드명은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ESG나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명이 불공정하거나 불분명해 오해의 소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그린워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특히 친환경 내지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펀드라고 명명된 펀드가 그 이름에 걸맞은 충분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와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ESG 펀드명 포기하나?

유럽 펀드들이 주식을 팔지 않으려면 펀드명에서 ESG를 떼어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펀드운용사들은 굳이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이는 실제로는 ESG 펀드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ESG 펀드에 투자하는 거라고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의 ESG 정책 연구 책임자인 아서 카라비아는 본인의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많은 펀드가 이름에서 ‘ESG’나 그와 관련된 용어를 삭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기존에 투자한 주식을 파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기보다는 차라리 어느 정도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EU 회원국 규제 당국은 시장 감독 시 새로운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EU가 펀드명에 ESG를 마음대로 붙이지 못하게 금지한 건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EU는 지난 2021년 3월에 SFDR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금융기관들에게 ESG 리스크로 인한 재무적 손실이나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및 투자 규모 등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했는데, 여기에 새로운 제안을 넣는 중이다.

지난주 ESMA는 여러 가지 제안된 변경안을 포함하여 SFDR에 대한 공동 의견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9일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가운데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 이렇게 나온 결론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의원들이 SFDR를 방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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