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30개 펀드, 이름서 ‘ESG’와 ‘지속가능’ 삭제
EU, 그린워싱 막으려 5월 ESG 펀드명 규제 강화
펀드들, ESG 라벨 유지 시 무관한 자산 매각 불가피

[ESG경제=이진원 기자] 유럽연합(EU)이 ESG 펀드로 광고해 놓고 실제로는 ESG와 무관한 자산에 투자해 투자자의 혼선을 일으켜 문제가 된 소위 ‘이름만 ESG 펀드’를 막기 위해 시행한 규제가 의도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투자리서치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 같은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해 마련된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8조와 9조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ESG 펀드 중 30개 펀드가 연초부터 펀드 이름에서 ESG 관련 용어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닝스타는 5월 현재 약 6500개의 유럽 펀드 이름에 ESG나 지속가능 관련 용어가 포함되어 있고, 주식 및 채권 펀드 4개 중 약 3개가 새로운 규정을 위반하는 증권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집계하고 있다.
따라서 30개 펀드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앞으로 개명에 나서는 펀드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0개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이 삭제된 키워드는 'ESG'와 '지속가능'으로 나타났다.
유럽, 그린워싱 막기 위해 SFDR 시행
유럽의 SFDR는 금융시장 참가자와 금융 제품이 지속가능 관련 정보를 공개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명성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으로, 두 달 전인 올해 5월에 발표됐다.
EU 시장 규제기관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는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에서 펀드 이름에 지속가능 관련 용어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린워싱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같은 규정을 공개했다.
SFDR 중 8조는 환경적 내지 사회적 특성을 홍보하는 금융 상품에, 9조는 지속가능한 투자 목표를 갖춘 금융 상품에 각각 적용된다.
이 규정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분야 투자 비율을 공개하거나, 특정 ESG 기준을 따르는 방법 등을 포함하는 식으로 ESG 펀드 설정 시 공표한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을 알려야 한다.
규정이 발표된 직후 소위 말해 이름만 ESG 펀드들의 개명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이미 예상됐었는데, 실제로 수치로 이런 예상이 옳았다는 게 모닝스타 조사로 확인된 셈이다.
무늬만 ESG 펀드 개명 움직임 속도 낼 듯
핀테크 기업인 클래리티AI는 규정 발표 직후 펀드 이름에 친환경이나 임팩트 투자(사회적·환경적 투자)를 한다고 주장하는 펀드의 절반 가까이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이름이나 투자 대상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닝스타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SFDR 시행으로 지속가능이나 ESG 관련 용어가 들어간 EU 펀드의 3분의 2가 새 SFDR에 따라 자산을 (일부라도) 매각하거나 이름을 아예 변경해야 하며, 모두 이름을 유지할 경우 주식 매각 규모가 400억달러(55.4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는 이번 달 11일 유럽에서 ESG 펀드를 판매하는 자산운용사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펀드 이름에 ESG 라벨을 유지하려면 300억달러(약 41.5조원)에 가까운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샬롯 에드워즈가 이끄는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기존 이름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ESG와 무관한 보유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면서 이번 자산 매각으로 토탈에너지, 엑슨모빌, 쉘 등 정유회사와 코스트코 호울세일의 주식이 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모든 펀드가 펀드 이름에서 ESG 용어를 삭제하지 않고 익스포저를 매각할 경우 주식 펀드에서 245억달러, 채권 펀드에서 48억달러의 매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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