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750명 미만 기업엔 스코프3 공시 유예
생물다양성 전환 계획 등 자발적 공시로 전환

[ESG경제=이신형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EU의 독자적인 ESG공시 기준인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의 수정안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수정안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 공시기준을 제정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과의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고려했다. 또한 종업원 750명 미만 중소ㆍ중견견기업의 스코프3 공시 유예, 생물다양성 전환 계획 등 일부 공시 항목을 자발적 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EU 집행위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8월 말 ESRS 초안을 마련한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ESRS 수정안을 제시했고 EU 집행위는 여기에 추가 수정 작업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특정 공시 항목의 의무화는 필수적이지만 중복을 피하고 불필요한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 디지털화와 상호운영성을 위한 솔루션도 마련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수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호운영성과 관련,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14명 ISSB 위원의 일원으로 선임된 백태영 위원(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상호운영성을 높이려면 “우선 용어와 개념을 통일해 공시 기준의 틀은 달라도 내용이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SSB는 공시할 중대 사안을 투자자 관점(금융중대성 또는 단일 중대성)에서 보지만, EU나 GRI는 ‘이중중대성’을 채택한다.
단일중대성이란,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의 성장과 성과, 위험 등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중대성이 있는 정보라는 관점이다. 이에 비해 이중중대성은 여기에 기업이 인간의 삶과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상호운영성을 확보하려면 투자자 관점에서 본 중대한 사안에 대해 공시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공시를 해도 내용은 일치해야 한다.
EU 집행위 수정안의 주요 내용
이번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대성 평가 : 모든 공시 항목과 데이터는 공시 기업의 중대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중대성 평가란 ESG 이슈 중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일반 공시(General Disclosure)에서 구체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한 항목과 데이터는 예외다. 이런 항목과 데이터는 무조건 공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EFRAG의 수정안은 기후 관련 데이터와 SFDR이 요구하는 금융정보, 종업원 250명 초과 기업의 인력 정보 등도 의무 공시 대상으로 삼았으나, EU 집행위의 수정안은 이런 내용도 공시 기업의 중대성 평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부 공시의 점진적 시행 : 밸류체인에 관한 정보 공시를 3년간 유예하는 한편, 기후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과 양성평등 지표, 단체협약 범위, 적정 임금, 사회적 보호, 직원 교육 등에 대한 공시를 1~3년 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EU 집행위는 여기에 더해 종업원 750명 미만 기업의 스코프3 공시와 인력에 대한 공시의 1년 유예, 생물다양성과 밸류체인 종업원, 기업활동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최종 소비자에 관한 공시는 2년 유예하는 내용을 첨가했다. 모든 기업의 기후나 환경 이슈를 제외한 다른 ESG 이슈의 재무적 영향에 대한 공시를 1년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발적 공시 확대 : EFRAG는 수정안에서 공시 요구사항과 데이터를 축소했다. 공시 요구사항의 수를 40% 줄이고 공시 데이터는 60% 축소했다. EFRAG의 수정안도 이처럼 다수의 자발적 공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자발적 공시의 범위를 확대했다. 생물다양성 전환 계획과 인력에 관한 정보 중 비고용인력에 대한 정보 등 일부는 자발적 공시 대상이 됐다. 기업이 특정 지속가능성 이슈를 중대한 정보로 평가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자발적 공시 대상이다.
▶의무 공시 유연화 :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이해관계자의 경영 관여에 따른 재무적 영향과 중대성 평가 방법론은 의무 공시 대상이나 여기에 유연성이 부여된다. 뇌물,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정보 공개에도 수정이 이루어졌다.
▶EU 법체계와의 일관성 : 유럽의 급여지침이나 오염물질배출 및 등록부와 모순되지 않도록 기술적 수정이 이루어졌다.
▶글로벌 공시 기준과의 상호운영성 : EU 집행위와 EFRAG는 ISSB나 GRI와 긴밀히 협력해 높은 수준의 상호운영성이 보장되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ESRS를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SRS 완화에 ESG 투자자 반발
EU 집행위가 기업의 ESG 공시 부담을 줄여준 ESRS 수정안을 내놓자 ESG 투자기관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베스트먼트 앤 펜션스 유럽(Investment & Pensions Europe)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지속가능투자포럼(Eurosif)은 13일 성명을 통해 EU 집행위의 수정안이 기업이 공시에 앞서 “어떤 게 (공시해야 할) 중대한 정보인지 자유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EFRAG의 최종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수정안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허버트 스미스 피리힐스의 하이케 슈미츠 파트너는 “기업이 어떤 정보를 공개할지 중대성 평가를 하는 동안 투자자가 직면할 불확실성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다음달 7일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CSRS 도입을 위한 법적인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럽의회의 관련 법안 심의에만 최소 2개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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