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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잡아라...스타트업 몰리고 투자 급증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3.11.17 12:48
  • 수정 2023.11.17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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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친환경 '수성 배터리 재활용' 연구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도 급증 추세
배터리 성능 유지하는 친환경 재활용 문제가 과제
EU는 이르면 2031년부터 배터리 핵심 원료 재활용 의무화

중국 허베이성의 한 리튬 배터리 공장. 신화=연합
중국 허베이성의 한 리튬 배터리 공장. 신화=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술 스타트업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더 깨끗하고 경제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의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 재활용 의무화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재활용 회사와 시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은 배터리를 1,400°C 이상의 고열에서 태우는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유해 가스가 발생해 환경에 피해를 주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화학 용매를 사용해 금속을 추출하는 습식 제련법이다. 유해 가스 발생 위험은 적지만 대량의 위험한 화학 화합물이 필요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바이오 야금(biometallurgy)이다. 박테리아를 사용해 금속을 추출(야금)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물질을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한 마디로 세 가지 전기차 재활용 방법 모두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폐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그중 최근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방법이 ‘수성(water-based) 기술’을 활용한 재활용 방법이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GRST와 미국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온투 테크놀로지(OnTo Technology)를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과 독일 화학 대기업인 BASF 같은 대기업이 상업성이 있으면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는 이런 수성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연구 중이다.

호주 뉴캐슬 대학교의 배터리 재활용 전문가인 보이치 므로직은 FT에 “리튬이온배터리는 본래 재활용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라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은 악몽과 같다. 배터리는 통일되어 있지 않고, 거품과 접착제가 붙어있어 분리하는 데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수성 바인더가 ‘미래’”라며 “화학 바인더보다 환경적으로 덜 유해하고 금속을 회수하는 데 덜 수고로운 방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배터리 스타트업 투자

스타트업 정보업체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9월까지 92억 달러(약 11.9조 원)에 달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친환경 배터리 생산에 주력하는 프랑스의 베르코어(Verkor)는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9억 달러(약 1.2조 원)를 포함, 총 21억 달러(약 2.7조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첫 번째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배터리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전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 JB 스트라우벨이 미국 서부 네바다주에서 설립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는 시리즈 D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약 1.3조 원)를 유치하여 이제까지 받은 투자금이 38억 달러(약 4.9조 원)를 넘어섰다.

이 외에 환경을 고려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하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12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노스볼트는 폴란드 제조 공장 규모를 키우는 중이다.

보통 스타트업 업계에서 시리즈 C 투자는 해외 진출을 위해 받는 투자 단계이고, D 투자는 해외 진출 및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받는 투자 단계에 해당한다.

이런 활발한 투자 분위기 속에서 기술 투자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 2년간의 투자 규모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들은 2022년과 2021년에는 각각 78억 달러(약 10조 원)와 120억 달러(약 15.5조 원)의 투자를 받았다.

친환경적인 배터리 재활용 방식 개발에 분주

대부분의 리튬이온배터리는 금속을 전극에 붙이기 위해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재활용 방법은 버려진 배터리를 제련하거나 독한 화학 물질에 녹여 바인더를 제거하고 코발트, 니켈, 구리와 같은 금속을 금속 합금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대만의 칩 제조업체인 리얼텍 세미컨덕터(Realtek Semiconductor)와 홍콩의 의류 대기업인 TAL 어패럴(TAL Apparel)의 설립자가 투자한 홍콩의 GRST가 개발한 공정에 따르면 사용한 배터리를 물에 녹여 음극과 양극을 구성하는 귀금속 덩어리인 검은색 금속을 얻을 수 있다.

GRST는 향후 2년간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투자 받아 중국 저장성에 공동소유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수성 바인더 재활용 기술을 다른 배터리 제조업체에 임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FT는 전했다.

배터리 성능 유지하는 친환경 재활용이 과제

지금까지 수성 바인더를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로 인한 배터리 성능 저하가 문제가 돼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이런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GRST의 공동 설립자 저스틴 헝은 이 문제를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자체 고객 테스트에 따르면 자사가 개발한 수성 바인더를 쓴 배터리도 화학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 안전성, 내구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온토 테크놀로지도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수성 바인더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고, 바스프는 올해 중국 내 두 공장에서 수성 바인더 생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변화로 배터리 재활용 관심 급증

전문가들은 미국의 예를 들며, 미국에서 사용된 리튬이온배터리의 5% 미만이 재활용되는 낮은 재활용률은 투자와 규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튬이온배터리는 폐기물 관리 시설이나 매립지로 보내지는데, 이때 바인더의 독성 화학물질이 화재를 일으키거나 수자원으로 누출될 위험이 크다.

배터리 공급망 기술 회사인 인포시스(Infyos)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사라 몽고메리는 FT에 “재활용은 지금까지 배터리 업계에서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면서 “리튬이온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존 기술은 대규모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배터리 재활용률을 높이고 재활용 과정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규제 변화를 지적하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EU는 이르면 2031년부터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의 재활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버려지는 배터리가 촉발할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이런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020년 초안을 발의한 지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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