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발효 후 美 자동차 업계, 재활용 배터리 연구에 매진
재활용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 아성 흔들지 관심
한국 성일하이텍,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건설 계획

2022년 6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세계 태양광에너지 엑스포'에서 한 업체가 폐배터리로부터 리듐을 효과적으로 추출하여 자원회수 시스템을 소개하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
2022년 6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세계 태양광에너지 엑스포'에서 한 업체가 폐배터리로부터 리듐을 효과적으로 추출하여 자원회수 시스템을 소개하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조항’ 하나 때문에 북미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재활용 공장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조항은 미국에서 재활용된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는 원산지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미국산으로 간주하여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특혜를 말한다. 미국 이외 원산지에서 직접 채굴된 소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로이터는 10여 명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를 인터뷰해 본 결과 이 조항이 자동차 제조사들이 재활용 가능한 배터리 연구에 더 매진하도록 장려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1대 배터리 당 150만원 상당 소재 출

리서치 회사 EMR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차량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2022년 11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였던 이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180억 달러(약 2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토마스 베커 지속가능성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자동차 한 대당 재활용 가능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배터리 소재 가치가 적게는 1000유로(약 143만 원)에서 많게는 2000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캐나다 배터리 재활용 회사인 리-사이클(Li-Cycle)의 루이 디아즈 부사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서 몇 년 안에 재활용 배터리 소재가 부족해질 수 있지만, 이런 소재는 무한대로 재활용해도 전력 손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아 연말 운영 시작을 목표로 뉴욕에서 배터리 소재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다.

재활용 회사인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와 리-사이클 등은 향후 몇 년 내에 유럽에서 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워놨지만, IRA 조항 덕분에 이미 미국 내 재활용 공장 건설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정부, 배터리 재활용 적극 직원 

다만 이런 분위기가 중국의 배터리 소재 재활용 시장 지배력에 얼마나 위협을 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1위는 중국이다. 거의 모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은 중국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도 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중국은 올해 1~5월 사이 11만 5000톤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면서 2022년 재활용 규모인 10만 2000톤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중국에는 현재 1만 곳이 넘는 배터리 수거 지점이 존재하며, 84개 기업을 배터리 재활용 산업 표준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스타트업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재활용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최소 80곳에 달하고 50곳 넘는 스타트업이 지난 6년 동안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이고 글렌코어(Glencore) 같은 대형 광산업체 등으로부터 최소 27억 달러(약 3.5조 원)의 투자를 받았다.

성일하이텍, 미국에 공장 건설 계획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 중에서는 성일하이텍이 가장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성일하이텍은 지난주 18일 열린 ‘배터리 리사이클링 데이’ 세미나에서 현재까지 10여 년 동안 다른 업체들보다 많은 총 3만 5000대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2000만 달러(약 256억 원)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이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곳이다.

컨설팅 회사인 써큘라에너지스토리지(Circular Energy Storage)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활용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규모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2022년 약 11.3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했고, 2030년에는 약 150만 대의 전기차에 해당하는 138GWh로 이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 수명은 보통 10년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2040년까지 새로운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소재의 40%가 재활용 재고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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