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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SG 결산] ③ 정치적 '래쉬'에 거품 빼며 더 단단히 뿌리 내려

  • 기자명 김연지 기자
  • 입력 2023.12.12 13:58
  • 수정 2023.12.13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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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ESG경제=김연지·김현경 기자]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하고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선동으로 ESG가 공격 대상이 된 한해였다. 이른바 '앤티 ESG' 또는 'ESG 래쉬' 현상이 확산된 것이다.

그러자 겉으로만 ESG를 떠들던 '그린 워싱' 세력은 예상했다는 듯, "그것 봐라. ESG는 유행이었고, 이제 끝났다"고 얼굴을 바꿨다. 자본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ESG 투자가 줄어들고, ESG 관련 자산의 가치도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ESG는 더욱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너무 크게 웃자랐던 가지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과정으로 보는 게 올바른 시각이다. '가짜 ESG' 또는 'ESG 거품'이 빠져나가고 알맹이만 남아 더 탄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간 기후와 환경에 집중했던 ESG의 외연은 점차 사회 분야로 확대되고 모습을 보였다.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인권 중시 경향이 확산됐고, ESG공시에도 사회적 지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금융계 역시 사회지표 비중이 높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잣대로 투자와 대출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였다. 

1. ESG를 향한 백래쉬, “ESG를 무릎 꿇렸을까?"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반ESG의 물결이 더욱 뚜렷했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3월 주 정부 자금이나 공적연금의 ESG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포괄적인 법에 서명한 뒤, “ESG를 무릎 꿇렸다”며 이 법안을 자신의 대선 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ESG 공세에 미국 공화당 전체가 나서는 분위기다. 공화당이 장악한 여러 주에서 발의된 ‘반ESG 법안’은 올해 상반기에만 165건에 달했다. 공화당이 집권한 26개 주정부는 ‘퇴직연금 수탁자들이 자금을 운용할 때, 기후변화와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는 노동부 규정을 놓고 텍사스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적극적으로 ESG 투자를 실천해온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6월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ESG라는 단어는 극좌파와 극우파 모두에 의해 정치적으로 무기화 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ESG에 대한 반작용이 ESG를 향한 사회적 흐름에 제동을 걸진 못했다. 실제로 승인되거나 공식적으로 입법이 된 ‘반ESG 법안’은 20개 주에서 28개 (15%)에 불과하다. 첫 ANTI-ESG 법안을 승인한 텍사스주에서는 ‘에너지 및 총기 산업에 적대적인 금융사와 계약 금지 및 투자 회수 법안 해당 법안’ 시행으로 인해 외려 추가 금융 비용이 발생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산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ESG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지 않았다. 미국의 인덱스 산업 협회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전 세계 230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투자책임자(CIO),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산운용사들은 수립하는 투자 전략의 40%에서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고, 향후 10년 이내에 이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한 바 있다. 

2. UAW의 임금 상승 협상 타결…소득 불평등은 미완의 숙제 

올해 미국에선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대규모 파업 공세로 임금의 대폭 상승이란 결과를 이끌어냈다. UAW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임금을 40%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9월 전례없는 3사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돌입 6주 만에 3사 모두 임금 협상을 잠정 타결하며, '향후 4년 반 동안의 25%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인상'을 이끌어냈다. UAW는 현재 현대를 포함해 테슬라, 도요타, BMW 등 노조가 없는 자동차 제조사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도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AFL-CIO가 지난 8월 발간한 임원 급여에 대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S&P500 지수에 편입된 상장 기업의 평균 CEO 임금은 1,670만달러(약 218억 5,000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CEO 임금은 전년인 2021년도보다는 격차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근로자 임금 중간값보다 272배나 많았다.

3. E'S'G 공시, 사회적 지표의 발전 있었다

유럽의 3개 주요 금융 규제 기관들로 구성된 유럽금융감독 기구(European Supervisory Authorities, ESA)는 4일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의 기술적 세부규칙(Regulatory Technical Standards, RTS)에 사회적 지표를 추가했다. 새로운 사회적 지표는 노동자 인권과 생활임금, 남여 차별 등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이번 수정안으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RTS에 포함된 ‘주요 부정적 영향(Principal Adverse Impact, PAI)’을 공개하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은 사회적 지표를 공시해야 한다. ▲담배 및 살상무기 등 제조에 참여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 여부 ▲직원들에 적정 생활임금 지급 여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준수 여부 ▲남녀 직원의 임금격차 등이다.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자발적인 금융 이니셔티브도 구성됐다. 세계 최대 은행 JP모건과 프랑스의 금융기관 나틱시스 CIB(Natixis)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달성에 초점을 맞춘 ‘임팩트 공개 협의체(Impact Disclosure Task Force, IDT)’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DT는 지금까지 ESG 데이터 프레임워크는 사회적 고려보다 기후변화 부문에 너무 집중해왔다는 자성에서 나왔다.  

IDT의 참여 기관들은 빈곤, 기아, 건강, 교육, 성평등, 위생, 일자리, 혁신, 평등, 공동체, 책임 소비와 생산, 평화와 정의, 연대 등 다양한 SDGs 요소들의 목표와 진행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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