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로 배출권 수요 위축 예상
리파워EU 정책 추진으로 탄소배출권 공급은 증가 전망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해들어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추가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뉴스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클린 에너지 트랜지션(Clean Energy Transition)의 페르 레칸더 CEO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고 원자력과 수력 발전량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S&P global commodity Insights)도 지난해 12월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2021년 150% 급등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2월 80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그 이전에는 수 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조치로 EU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급증했고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줄어 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변동성 장세를 보인 후 올해 들어 EU의 배출권 가격은 30% 가량 하락했다.
EU의 경기 둔화도 배출권 수요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의 마이클 테스타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경기 둔화로 2024년 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결국 배출권 수요가 줄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은 증가
이런 가운데 EU는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재원 조달 수단의 하나로 탄소배출권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파워EU(RepowerEU) 정책을 내놓고 재원 마련을 위해 200억유로(약 28조6000억원)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파워EU 추진을 위해 EU는 미래에 매각할 탄소배출권을 앞당겨 매도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당분간 배출권 공급도 증가할 전망이다.
레칸더 CEO는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의 벤치마크 선물 가격의 3분의 2 수준인 톤당 35유로(약 5만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출권 시장의 벤치마크 선물은 12월물 가격은 14일 55.41유로로 하락하면서 2022년 3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조사기관 베이트(Veyt)의 탄소배출권 시장 전문가 잉그빌트 소르후스는 “배출권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난다면 가격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리파워EU) 정책은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는 올해 EU 탄소배출권시장에서 6억8400톤의 탄소배출권(EUA)과 EU 항공배출권(EU Aviation Allowances, EUAA)이 할당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A가 6억7700만톤, EUAA가 670만톤을 각각 차지한다. 지난해 할당된 5억2300만톤의 EUA보다 1억6100만톤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EU 당국이 할당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리타스 인바이런멘탈 파이낸스(Veritas Environmental Finance)의 스테판 푸이팅어 애널리스트는 7600만톤 정도 할당량 감소를 예상하며 올해 실제로 할당될 배출권은 6억800만톤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규모의 할당량도 지난해보다 많지만, 시장의 예상 범위 내의 할당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FP 에너지는 올해 해운 부문의 배출권 할당이 추가될 수도 있으나, 물량이 3500~4000만톤에 그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는 지난해 12월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해 평균 톤당 89.6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의 11월 전망치 톤당 93유로에서 하향조정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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