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종식 기대감+밸류에이션 매력 커져
최근 몇 달 사이 주요 청정에너지 ETF 급등세
WSJ “일부 스타트업 ‘죽음의 계곡’ 건너는 중”

[ESG경제=이진원 기자] 최근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빠른 속도로 반등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부진 탈출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악재 역할을 해왔던 고금리 시대가 조만간 저물 것이란 기대감이 서서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밸류에이션 매력과 장기적인 수요 증가 전망으로 이동하면서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청정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글로벌 청정에너지(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는 4월 19일 13.02달러에 저점을 찍은 후 3일(현지시간) 15.08달러에 마감하며 약 한 달 반이란 짧은 시간 동안 16% 급등했다.
<아이셰어스 글로벌 청정에너지 ETF 지난 1년간 움직임>

같은 기간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엣지 그린 에너지(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Green Energy) ETF도 30.48달러에서 37.63달러로 23% 이상 급등했다.
부진 탈출 신호?
청정에너지 분야는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리 상승과 공급망 교란 문제로 청정에너지 주식과 펀드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시장조사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런 대체 에너지 ETF의 연평균 수익률은 2022년과 2023년 마이너스 11%와 10.5%를 각각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재무제표가 튼튼한 화석연료 기업과 달리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기업은 채권 발행 등 자본 시장에 의존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은 아직 돈을 빌려 투자하는 단계라 갚아야 할 부채 수준이 높아 고금리 장기화로 특히 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캐나다의 지속가능성 전문매체인 ‘코포릿나이츠’ 등 주요 외신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연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 2년간의 부진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여기에 향후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관련주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최근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오는 2030년에 6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의 44%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사업 세제 지원 대상을 기존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에서 원자력 발전과 핵융합 발전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IRA 도입 후 민간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8500억달러(약 1170조원)에 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용량도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국은 향후 10년 이상 주요 청정에너지 전력 생산지가 될 수 있도록 전례 없는 장기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청정에너지 수요 속 옥석 가리기도 필수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신규 청정에너지 용량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이 분야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전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실행하거나 동영상 게임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칩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서버가 과열되어 전원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다.
국제에너지협회(IEA)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6년까지 지금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전력 수요가 예상되자 아마존과 메타 등 소위 빅테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기도 전에 풍력 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력 구매 계약(PPA) 체결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일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100억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청정 전력 계약을 체결한 게 빅테크들의 청정에너지 확보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 에너지 계약에 해당한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관련주 전망이 최근 밝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자금 등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개별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차세대 기후 스타트업이 맞은 고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높은 이자율과 건설 비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수백 개 스타트업이 무서운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진단하며 일부 청정에너지 분야 기업 사정은 녹록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스타트업 중 적어도 일부라도 성공을 거두면 기후 변화를 제한하려는 전 세계의 노력에 기여하겠지만, 초기 단계의 기업 중 예산 낭비나 엔지니어링 실패 내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위험 요소로 인해 좌절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런 실패 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기업의 사례로 파산 위기에 몰렸거나 파산 보호를 신청한 전기차 업체인 피스커(Fisker) 로드스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를 들었다.
‘죽음의 계곡’이란 스타트업이 처음 자본 출자를 받은 때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하는데, 꾸준한 수익을 얻기 전에 스타트업이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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