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공동 조사…"준비없이 시행하면 혼란과 부작용 우려"
"단기간 준비 쉽지않아...충분한 시간과 공시항목 완화 필요"
해외 공시 의무화 피하기 힘들어..."미루기 보다는 실행하며 적응을"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정부가 ESG 정보공시 초안을 내놓고 8월말까지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그 내용을 대폭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제시했지만, 재계는 28년 이후로 2년 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재계는 설문 조사 등을 근거로 제시하는 한편 오는 2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등 4개 경제단체 공동 주최로 '국내 ESG 공시제도 경제계 토론회'를 열고 ESG 공시 완화 방안을 적극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2025년 이후로 제시했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이를 2026년 이후로 유예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벌써 3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 재계는 아직도 준비할 것이 많으니 최소 4년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세계 주요국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한다. 현지 법인이나 수출 기업들은 지역별로 그 적용을 받는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ESG 경영을 내재화하기 보다는 일단 미뤄놓고 보자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4개 경제단체은 최근 자산 2조원 이상 12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제도 관련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8.4%가 ESG 공시 의무화 도입시기로 2028년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2030년이 25.6%로 가장 많았고, 2028년 19.2%, 2029년 13.6% 등이었다.

기업들이 원하는 ESG 공시 의무화 방향은 거래소 공시(38.4%), 거래소 공시 후 유예 기간을 두고 사업보고서 내 공시로 전환(29.6%), 지금과 같은 자율공시(25.6%) 순이었다.
또 협력업체와 등 가치사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 배출을 포함하는 '스코프3' 탄소배출량 공시에는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6.0%)이 공시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40%에 달했으며, 공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6%로 극소수였다.
ESG 공시 의무화와 동시에 연결기준 종속회사까지 포함해 공시하는 방안에도 대부분 기업이 반대했다.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59.2%로 가장 많았고, 공시대상에 종속회사 포함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33.6%에 달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회계공시도 수십 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착해 온 걸 감안하면 더 많은 지표를 공시해야 하는 ESG 공시를 기업들이 단기간에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준비기간과 함께 기업에 부담되는 공시 항목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태영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위원은 "해외 투자와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의 여건을 감안할 때 ESG공시 대응은 느슨하게 시작하더라도 빠를 수록 좋다"며 "결국 해야할 숙제를 뒤늦게 한꺼번에 하려다가는 더 큰 비용과 고통을 치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재계가 준비 부족을 자꾸 얘기하는데, 정부가 공시 의무화 일정을 제시한게 벌써 3년반 전 아니냐"며 "그동안 ESG경영을 선포하고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고 ESG위원회 등 내부 조직을 두면서 ESG 실행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은 모두 '쇼잉' 이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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