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실패 시 글로벌 주식 가치 반토막 가능”
“현 증시 밸류에이션엔 기후 변화 대응 성공 기대 반영”
4월에도 기후 리스크 관리 못하는 기업 경고 보고서 나와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업 의사 결정자들이 기후 변화 문제를 통제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의 주식 가치가 대폭 하락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싱크탱크 EDHEC-리스크 클라이밋 임팩트(EDHEC-Risk Climate Impac)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 의사 결정권자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배출량 감축 정책을 펼치는지에 따라서 손실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주식 가치의 40% 이상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기후 위기가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티핑포인트 근처에 도달한다면 손실이 50% 이상으로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손실을 10%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의 증시 밸류에이션은 의사 결정자들이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인 감축 조치를 취해 기후 변화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후 변화가 잘 통제되지 않더라도 경제 생산과 소비에 미미한 영향만을 미칠 것이라는 두 가지 시장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이므로 이런 믿음이 흔들리면 결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후 변화 대응 실패 시 글로벌 증시 하락 가능성 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리카르도 레보나토 교수는 “이 두 가정 모두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나리오로 간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식 재평가(가치 하락)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레보나토 교수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물리적 기후 피해와 기후 전환에 드는 비용이 어떻게 주식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 기관이 보유한 기후 민감 자산의 가치 하락이 궁극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이해해 보려는 시도도 보고서 작성의 동기로 작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레보나토 교수는 자신이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자산 가격 책정 기법과 업그레이드된 통합 기후 경제학 모델을 혁신적으로 결합해 이처럼 기후 변화와 글로벌 주식 가치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냈다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가 기업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불과 3개월 전에 유사한 연구 결과나 나온 뒤 또다시 나온 것이다.
플로리다 대학교 “기후 리스크 무시하는 기업은 가치 하락 확실”
4월에도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진은 기후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의 가치는 올라가는 반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기업들의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허리케인, 산불, 기후 관련 규제와 같은 기후 변화 위험에 대한 기업의 노출과 기후 위험이 시장 가치에 반영되는 정도를 정량화해 봤더니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계산 결과 배출 규제 등으로 인해 높은 전환 리스크에 직면한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할인된 가치를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약 5000개 미국 상장기업의 실적 발표 내용을 분석한 뒤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업의 물리적 기후 위험 노출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탄소 배출량 감소 등 저탄소 경제로의 글로벌 전환으로 인해 기업이 직면하는 '전환 위험'에 대한 새로운 측정 방법을 개발해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칭리 플로리다 대학교 워링턴 경영대학교 조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면서 ”우리 연구에 따르면 기후 전환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기업은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투자 및 친환경 기술 확대 등의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고 기후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의 경우 밸류에이션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처럼 ‘선제적’ 조치에 나선 기업들은 전환 리스크가 커질수록 지속가능한 혁신을 강화하고 연구비 삭감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전환 리스크에 대해 논의는 하더라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기업은 기후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커질 때 R&D 예산과 일자리를 줄이는 경향이 있었다.
유화 탕 에머슨-메릴린치 부교수는 이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전략과 결과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면서 ”기후 취약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가시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기업은 시장에서 보상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두 보고서 모두 투자자나 규제기관 및 활동가들 사이에서 기업이 기후 위험을 공개적으로 공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공시 규칙 최종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 내 모든 상장사가 기후 리스크와 관련 재무적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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