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클럽 등 7개 비영리단체, '뱅킹 온 클라이밋 카오스 2024' 보고서 발간
56위로 이름 올린 KB금융그룹... 8년간 129억 달러 제공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파리협정 채택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세계 60대 민간 은행이 화석연료 산업에 6조9000억 달러(약 9364조98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라클럽,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 등 7개 비영리단체들은 13일(현지시간) 공동 발간한 ‘뱅킹 온 클라이밋 카오스 2024(BOCC, Banking on Climate Chaos: Fossil Fuel Finance Report 2024)’ 15차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4200개가 넘는 화석연료 회사에 대한 세계 60대 은행의 대출·투자 등 자금 제공 내역을 다뤘다. 상위 60개 은행의 대다수가 금융배출량 감축과 넷제로 목표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7조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석유·석탄·천연가스 등에 제공했다.

미국의 은행들은 전체 화석연료 업계에 대한 투자 및 대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지난해 화석연료 관련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JP모건체이스였다. JP모건체이스는 408억달러(약 55조2700억원)를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했으며, 2016년부터 8년간 총 4309억 달러(약 583조7800억원) 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02억달러(약 40조9100억원)를 투자한 씨티그룹은 8년간 총 3963억달러(약 536조9000억원)를 투입해 JP모건체이스의 뒤를 이었다.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입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약 336억달러(약 45조5512억원), 8년 총합 3331억달러(약 451조2800억원)를 기록했다.
유럽 은행들은 전체 화석연료 업계 투자 금액의 25%를 차지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바클레이즈는 지난해 242억달러(약 32조8000억원), 8년간 총 2351억달러(318조6000억원)를 투자하며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은행은 4위를 차지한 일본의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으로, 지난해 332억달러(약 44조9700억원), 8년간 3076억달러(약 416조8500억원)를 제공했다. 8년간 총 2724억달러(약 369조1500억원)를 제공한 미즈호 파이낸셜과 2121억달러(약 287조3900억원)를 투입한 SMBC 그룹도 각각 6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들이 투자나 대출을 제공한 화석연료 사업은 다양했다. 미쓰비시그룹은 심해 해상 시추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에 5억1200만 달러를 제공했다. JP모건체이스는 수압파쇄(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추하기 어려운 석유를 시추할 수 있는 방법)에 6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탈리아 최대 금융그룹인 유니크레딧(UniCredit)은 북극 시추에 관련된 회사에 2억65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석유 및 가스를 추출하는 회사에 1억6200만 달러를 제공했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KB금융그룹이 56위로 순위에 포함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약 12억달러(약 1조6200억원)의 자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했으며, 지난 8년 간 제공한 자금은 129억 달러(약 17조4700억원)에 달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후 지구온난화 억제의 핵심인 석탄화력발전 감축을 위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 참여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은행들 '그린워싱' 지적도
보고서는 은행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으며, 은행들이 내놓은 ESG정책이나 탈석탄 금융이 그저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그린워싱 문제도 지적됐다. 보고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에이프릴 메를로 RAN 연구 및 정책담당자는 "기후 위기를 틈타 이득을 취하는 은행들은 매년 새로운 그린워싱 기법을 발명해내고 있다“며 ”그러나 화석연료에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는 장부가 모두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그린워싱은 여러번 지적된 바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 ‘클린허브(CleanHub)’가 발표한 그린워싱 리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인 도이치자산운용(DWS)과 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이 3위와 7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3사 모두 자사의 ESG투자상품이 내부적인 ESG투자 정책이나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들에게 ESG펀드로 광고한 것으로 밝혀져 벌금을 물었다.
영국 최대 금융그룹인 HSBC의 녹색금융 계획에 최대 1조달러를 투입한다는 녹색금융 계획도 행동주의 투자 단체 셰어액션으로부터 “투자자들은 은행이 이 자금을 정확히 어떻게 지출할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형태의 목표는 은행이 친환경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지만,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어디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국내 금융기관 화석연료 자산 118.5조원...재생에너지 자산 37.2조 불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2022년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화석연료금융 총자산(대출, 채권, 주식투자만 합산·보험 등 제외) 118.5조 원이다. . 반면 재생에너지는 2012년부터 2022년 6월말까지 누적했음에도 37.2조 원에 불과했다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전했다.
연료별로는 석탄금융 49.2조 원, 천연가스금융 30.2조 원, 석유금융 22.3조 원 순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와 석유금융의 총액은 52.5조원으로 석탄금융보다 3.3조 원이 더 많았다. 이 수치는 석탄만이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전체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밝혔다.
보고서는 화석연료금융을 줄이려면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기후금융, 녹색금융, 더 나아가 지속가능금융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금융규제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를 적극 고려하고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처럼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기후(리스크) 등에 관한 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ESG공시 "법정 공시로 도입해야"...거래소 공시는 부실공시 면책에 한계
- “ESG 공시 인증 법과 제도 정비 시급...진도 늦어”
- 스코프3 배출량 측정 데이터 플랫폼 속속 출시
- 유럽 주요 은행들 녹색금융 계획에 '그린워싱' 의혹 제기
-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넘어서…사상 최대
- 연간 90억달러 탈탄소 전환 비용 어떻게 마련하나
- ESMA, ESG펀드 라벨링 규제 확정… 지속가능투자 비율 최소 80%
- 튀르키예, 2024년 1분기 유럽 최대 석탄화력 전력 생산국 부상
- RE100 달성 지원 위해선 "정책적 변화 긴요"
- 구글, 일본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 체결
- "녹색금융 시장 커질 것"...블랙록 시장 선점 '시동'
- OECD, 민간부문 석탄산업 투자 금지 추진
- “기후 대응 실패하면 기업 주식 가치 반토막 위험”...싱크탱크 주장
- ESMA, 모든 금융상품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권고
- 퇴직연금 운용 ‘머서’ 호주법인 그린워싱 혐의...과징금 100억원 철퇴
- 한은, 중기 녹색금융 '그린 CLO' 도입 제안..."탈탄소 전환 자금 저리 공급"
- ING은행, 넷제로 이행못하면 대출 중단...화석연료 기업 대출 추가 제한
- 뉴욕주 보험기금 "석탄자산 처분으로 탄소 익스포저 40% 감소"
- 한은, 기후대응에서 주요 20개 중앙은행 중 16위...한중일 중 꼴찌
- ESG 점수 높을수록 펀드수익률도 높아..."주주관여 전략 적중”
- 아문디 "2025 글로벌 ESG투자 대세는 청정에너지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