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및 회원국 승인 필요... 연기되면 내년 12월 시행
집행위, 세부지침 및 협력 프레임워크도 제시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유럽연합의 삼림벌채규정(EUDR)이 시행을 3개월 가량 앞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가 이 규정의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다수의 주요 수출국과 업계, EU 내부의 반발과 규정 시행 연기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U집행위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EUDR의 시행을 1년 연기해 대기업엔 내년 12월 말, 중소기업엔 2026년 6월 말부터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규정의 최종 시행 연기를 위해선 유럽의회와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EU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집행위는 증명서를 제출할 IT 시스템 등 “규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가 기술적으로 준비되었으므로, 추가적인 12개월은 효과적인 (규정) 이행을 위한 단계적 도입 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행위는 EUDR 이행 준비에 관한 추가적인 지침과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FAQ를 함께 공개했다.
지난 2022년 제정돼 오는 12월 말 시행을 앞둔 EUDR은 EU 역내로 유통되는 팜유, 소고기, 커피, 코코아, 콩, 고무, 목재의 7개 품목과 이를 이용한 가공품에 대해 적용된다.
해당 품목 수출기업 등은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삼림벌채 이력은 없었는지를 실사해 관련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EU로의 수출과 역내 판매가 원천 차단되며 규정 위반시 EU 역내 매출의 최소 4%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수출국, 업계 등 반대... "집행위 공식 굴복" 비판
하지만 EUDR은 규정 시행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팜유 주요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소고기와 커피 대량 수출국인 브라질 등 규정 적용 품목의 주요 수출국과 EU 내부,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인도네시아 등 수출국들은 자국 내 소규모 생산농가들이 EUDR의 이행을 위한 생산지 지표와 증거 제출 등 정보 수집이 어려워 공급망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EU의 증명서 제출 시스템이 미비하고 명확한 이행 지침도 제공되지 않아 규정 시행 연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EU에 목재를 수출하는 중국은 위치 데이터 공유 등 보안 문제로 규정 시행에 반대했다.
EUDR에 대한 반대는 EU 내부와 업계에서도 제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유럽 농부들의 트랙터 시위가 격화될 당시 유럽연합 27개국 가운데 20개 회원국의 농업장관은 규제 시행 보류와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유럽코코아협회(ECA) 등 업계는 EUDR로 인해 유럽 내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편, 환경단체는 이같은 집행위의 연기 제안을 비판하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린피스유럽은 성명을 통해 집행위는 EUDR에 적대적인 기업과 정부의 압력에 공식적으로 굴복했다며 “집행위가 규정 시행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 등을 발급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인 네슬레와 페레로, 마스 리글리 등 일부 업계는 지난 7월 EUDR의 차질없는 시행을 지지하고 나서며, 오는 12월 예정된 시행일에 맞춰 기업들이 EUDR을 준수할 수 있도록 EU가 관련 지침을 내놓는 등의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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