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사장 특별 인터뷰, 중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플랫폼 구축
최근 6년간 녹색금융 보증 연평균 11.1% 증가...'30년 100조원 달성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신용보증기금은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의 특성 때문에 신보의 보증 지원도 수출 기업 우선이었다.
이런 신보가 기업의 탈탄소와 에너지전환 등을 돕는 녹색금융 지원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올리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보는 오는 2030년까지 누적 녹색금융 보증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신보는 녹색금융 보증을 확대해 중소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탄소배출량 산정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소기업은 당분간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공급망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요구가 급증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역량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15일 ESG경제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탄소배출량 측정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에 특화된 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고 그 역할은 신보가 맡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해 공을 들여 측정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플랫폼 구축...4단계로 추진
보증기관인 신보가 중소기업 탄소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에 대해 최 이사장은 “신보는 국내 최대 규모인 141만개 중소기업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으로 중소기업 데이터 플랫폼 BASA를 구축하고 정부와 유관기관, 기업에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해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 스팀, 가스 등 에너지를 관리하는 기관의 에너지 데이터를 (신보의 데이터 플랫폼) BASA에 축적된 데이터와 연계해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실제 탄소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신보는 중소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스템을 ‘탄소중립 데이터센터’로 명명했다. 데이터센터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신보는 4단계로 이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1단계는 신보가 보유한 중소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사업자에게 기업별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 제공을 요구하는 단계다.
2단계에서는 에너지 사업자로부터 확보한 중소기업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에 에너지원별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곱해 스코프 2 배출량을 산출한다.
3단계에서는 중소기업에 스코프 1 배출량 측정 방법 컨설팅 및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해 측정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중소기업이 스코프 1 배출량을 측정해 매년말 신보의 플랫폼에 스코프 1 배출량을 등록하게 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신보가 보유한 중소기업의 매입이나 매출 정보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돕게 된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데이터센터 운용 개요

최 이사장은 이런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면 “기업의 탄소 감축량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할 수 있어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요구 및 유럽 등의 수출 규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플랫폼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 받는 중소기업은 감축 실적에 따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정책적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이 플랫폼 구축의 세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신보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량 수집을 위한 기관 간 데이터 통합 등의 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소 감축 기업에 우대보증 제공
최 이사장은 신보에 탄소 감축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발자국 우대보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산정한 스코프 1 배출량과 신보의 플랫폼으로 산정한 스코프 2 배출량을 수집해 줄어든 탄소발자국 수준에 따라 보증한도를 우대하거나 보증료를 차감하는 제도다.
최 이사장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분야의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넷제로 챌린지X’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보는 내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의 연간 스타트업 선발 규모의 약 5%를 ‘넷제로 챌린지 X’ 사업에 배정하기로 했다.
‘30년 녹색금융 보증 100조 목표
신보는 2008년 태양광 발전 시설자금에 대한 보증 업무를 시작했고 2009년 ‘녹색성장산업 영위기업 보증’ 제도를 도입했다. 2021년에는 재생에너지 기업 등을 지원하는 녹색보증을, 2022년에는 저탄소 기술혁신 기업과 저탄소 사업전환 기업, 저탄소 프로젝트 추진 기업을 지원하는 녹색공정전환보증을 신설했다.
최 이사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녹색공정전환보증을 통해 달성한 누적 탄소 감축량은 59만1496이산화탄소환산톤(tCO2eq)으로 여의도 면적의 185배에 달하는 소나무숲 조성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신보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녹색 벤처기업 특례보증‘이나 에너지 사용 감축량에 따라 보증료를 차감하는 ’탄소중립 실천기업 우대보증‘ 등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신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555억원 규모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G-ABS)도 발행했다. 유동화가 어려운 중소기업 채권을 모아(pooling) 이를 기반으로 증권을 발행해 유동화한 것으로 환경부가 이차보전을 통해 중소기업에 4%p, 중견기업에 2%p의 금리 차감 혜택을 제공했다.
신보는 ABS 발행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을 직접 설립하는 한편, 보증을 통한 신용보강과 함께 이차보전을 통해 0.2%p의 금리 차감 혜택도 제공했다.
신보는 올해에도 2600억원의 G-ABS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한 가운데, 상반기에 1561억원의 G-ABS를 발행했다.
ABS 발행을 제외한 신보의 녹색금융 보증 규모는 지난해 1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보는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11조1000억원의 보증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과거 6년간 녹색금융 공급 금액이 연평균 11.1% 성장해온 만큼 올해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녹색보증 공급 목표를 설정했다“며 ”2030년에는 누적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신보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국제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세계은행 및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녹색금융 노하우를 전달하고,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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