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트럼프 기후 재원 협상 타결에 영향
트럼프 행정부 기후재원 공여 철회 가능성에
기후재원 조성 기간 '35년으로 늘려서 결정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직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파가 상당히 반영된 회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앞으로 이 다자간 기후 협의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COP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 때문에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이에 부응하듯 자발적인 기후 재원 출연에 합의했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 COP29 결산 기사에서 선진국 진영과 신흥국·개도국 간의 대립, 중국의 조용한 부상과 트럼프 효과, NGO의 공세, COP의 위기 등을 5개의 키워드로 지목했다.
이번 회의에서 당사국들은 공공과 민간 등 모든 부문을 망라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해 매년 1조300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 중 선진국은 매년 최소 3000억 달러를 동원하기로 합의했다.
선진국들의 종전 목표는 2020년까지 연 100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었는데, 당초 계획보다 2년이 늦은 2022년에 이 목표를 달성했다.
당사국들은 파리협정에 따라 종전 목표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를 내년까지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이 목표의 수립이 COP29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AFP에 따르면 선진국은 기후 재원에 대해 연간 2500억 달러 마련을 주장했으나, 다수의 개도국은 최소 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진통 끝에 초안보다 500억 달러 많은 3000억 달러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문에서 당사국들은 1조3000억 달러 마련 목표에 대한 진전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내년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되는 COP30까지의 로드맵(Baku to Belém Roadmap to 1.3T) 수립에 착수하고, 2030년에는 기후재원 접근에 대한 특별 평가를 수행해 이 목표에 대해 다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신흥국의 불만과 트럼프 효과
BBC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대해 재원 규모가 충분치 않은 데다 재원에 보조금과 대출이 섞여 있는 것에 대해 개도국과 신흥국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인도 대표 찬드니 라이나는 재원 규모에 대해 “빈약한 규모”라고 평가하고 합의문은 “시각적 환상에 불과하다”며 이 금액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어마어마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진국은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재원 마련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협상 타결을 종용했고 신흥국은 어쩔 수 없이 협상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처럼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는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또한 이번 회의에 참석한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취임 후 미국 기후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초당적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바쿠를 방문한 오거스트 플루거 텍사스주 의원은 성명을 통해 “COP29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 약속은 단순한 립서비스(lip service)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협상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COP에서의 합의를 뒤집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선진국이 2035년까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트럼프가 미국의 공여 중단을 선언해도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미국이 다시 공여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을 미리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을 공여자에 포함하는 등 공여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여 중단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졌다.
싱크탱크 ODI 글로벌(Global)의 마이클 제이콥스 선임 연구원은 BBC에 이번 합의는 트럼프가 기후 협의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공백을 파고든 중국의 부상
BBC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미래의 기후 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이 불확실해지면서 트럼프 임기 중 누가 기후 리더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국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다만 처음으로 개도국에 지원한 기후금융 규모를 공개했다.
중국은 또한 연간 1조3000억원 규모의 기후재원 마련에 동의하면서 자발적인 기후재원 공여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매우 능숙하고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리 슈오는 “중국은 남반구 국가(Global South)에 대한 재정 지원에 대해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행보는 “미래에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정부, 에너지 저장 협약 서명했지만…'30년까지 ESS 6배 확대 못해
- [COP29 결산] “내년 유엔 감독 탄소시장 개설”...국제탄소시장 기술지침 합의
- 트럼프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 "화석연료가 빈곤 종식할 열쇠"
- COP29 폐막… 기후재원, ’35년까지 매년 1.3조 달러 마련
- 중국, 글로벌 기후금융 주도권 쥐나…"EU와 협력 기회"
- 트럼프, 기후위기 대응 훼방꾼될까...IRA 폐지는 지켜봐야
- 美 청정경쟁법, “대선 상관없이 통과 유력...국내 2.7조 비용 유발”
- 美 4000억 달러 에너지 대출, 트럼프 집권시 화석연료기업 돈줄?
- [COP29 결산] 선진국 기후재원 마련에 “다자개발은행 의존도 커질 것"
- [COP29 결산] 녹색 디지털 행동 선언 68개국 지지...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어쩌나
- 中, ‘25년 기후목표 달성 빨간불...낙관적 탈탄소화 전망은 되레 늘어
- 트럼프 집권하에서도 주정부ㆍ지자체 기후행동 지속 전망
- 코레아 COP30 의장,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파장 우려"
- 빅테크 포함 3000개 미국 기업 파리협정 계속 지지
- 中 “글로벌 기후 대응 적극 주도”...배출권거래 대상 산업 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