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투자 비상장 저탄소 솔루션 기업 주목
기후변화 투자 확대, AI 데이터 확보 책임성 부각
거버넌스 개선 주주제안 봇물, 자발적 탄소시장 회복
사회적 위험이 주요 지속가능성 이슈로 급부상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세계 최대 ESG 펀드 벤치마크 제공업체이자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내년에 주목해야 할 6대 ESG 트렌드를 최근 선정했다.
MSCI의 로라 니시카와 ESG 및 기후 R&D 책임자는 보고서 서문에서 지금부터 2030년까지 “지정학과 기술 혁신, 환경 문제 등으로 전세계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사용자와 공급자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과 기상재해 악화의 영향, AI 보급 확대와 관련된 새로운 사회적 위험 등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MSCI가 제시한 2025년 주요 ESG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에너지 전환 투자...비상장 저탄소 솔루션 기업에 주목
실물 경제의 탄소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융배출량의 탄소중립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런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에너지 전환 투자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관심은 재생에너지나 클린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경우 지난 2020~21년 클린테크과 녹색빌딩,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이런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은 다르다.
부문별로는 저탄소 솔루션 부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탄소 솔루션 부문에는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포함되지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핵심 분야는 친환경 운송과 저탄소 발전, 에너지 저장이다.
저탄소 솔루션 관련 상장사의 경우 전기차 제조업체를 포함한 자동차 업체 등 소비재 기업이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했다. 시총의 절반 이상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유틸리티 업체가 차지했고 발전설비와 충전 시설, 배터리 관련 기업이 27%를 차지했다.
비상장사의 경우 유틸리티 기업이 순자산가치의 약 55%를 차지했다.
기업의 체급을 보면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압도한다. 상장사 시가총액은 4조4000억달러를 기록해 비상장사의 순자산가치 1890억달러보다 약 23배나 많다.
하지만 2019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년간의 기업가치 증가 추이를 보면 비상장사의 ETF 순자산가치 상승률이 연간 17%로 상장사의 연간 시총 상승률 11.9%보다 높다.
[그래프] 5년간 저탄소 솔루션 부문 상장사와 비상장사 기업 가치 증가 추이

이런 추세는 투자 수익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6월 말까지 5년간 저탄소 솔루션 비상장기업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은 123%로 비상장사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 97%, 저탄소 솔루션 상장사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 57%, MSCI 올컨트리 월드 인베스터 마켓 지수(MSCI ACWI IMI Index) 수익률 61% 등을 압도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기후변화 적응 분야에 투자 기회 넘쳐
올해는 기상 관측 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고 유럽의 가뭄과 북미의 초강력 허리케인 발생 등 기상재해가 이어졌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으나, 이제는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기상재해가 거시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2025년은 기후변화 적응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법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MSCI가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등 350개 금융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MSCI Sustainability Institute Climate Risk Survey) 결과 거의 압도적 다수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변화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프]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MSCI의 설문조사 결과

따라서 녹색채권 발행 등을 통해 기후 회복력 강화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경 유틸리티 기업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개선에 투자하기 위해 녹색 채권을 발생하기 시작했고 2023년까지 유틸리티 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액의 18%가 기후변화 적응 재원으로 사용됐다. 유틸리티 기업이 아닌 센트럴 니폰 익스프레스웨이는 태풍의 피해로부터 고속도로망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냉각 시스템과 수자원 확보, 드론을 이용한 수색 및 구조, 임시 방수벽과 같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배수 시설 및 빗물 수집 기술을 제공하는 와츠 워터 테크놀로지스와 냉각 및 냉장 시스템 제조업체 모딘 매뉴팩처링(Modine Manufacturing), 정밀 농업용 라이더 제조업체 마이크로비전(MicroVision) 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MSCI 지속가능성 연구소(MSCI Sustainability Technologies)는 글로벌 적응력 및 회복력 투자(Global Adaptation and Resilience Investment, GARI)의 워킹그룹과 함께 의미 있는 기후 회복력 및 적응 솔루션을 제공하는 800개 이상의 상장 기업을 식별했다.
업종별 투자에서 보험과 유틸리티, 자본재, 소재, 운송 업종 투자자가 기후변화 적응 투자의 성과를 가장 크게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 기후변화 적응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의 가치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피해를 피할 수 없어 기후변화 적응을 전환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얻은 교훈은 정확한 위치 데이터가 투자자에게 현재의 리스크를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기상재해가 더욱 빈번해짐에 따라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기후변화 적응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3. 사회적 위험, 지속가능성 위협 요소로 급부상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사회적 위험이 전체 지속가능성 위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래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인적자원과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IT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올해에도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 IT와 정보통신은 2014년 이후 기업 수나 시가총액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업종이다.
지난 11년간 사회적 위험 관리 능력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여전히 가장 큰 위험 요인이고 ESG의 각 요소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자산과 지역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 지역별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

4. 생성형 AI와 데이터의 안정적 확보
AI 투자 붐은 희망과 기대감에 기댄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생성형 AI의 학습 기반인 안정적인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AI 투자 붐이 지속되려면 AI 업체가 투자자에게 데이터의 질과 데이터에 대한 합법적인 접근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AI는 의료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임상 효율 향상에서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첨단 진단 기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다. 2020년 이후 의료 분야에서 AI 또는 머신러닝 장치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지멘스 헬스케이(Siemens Healthineers)와 같은 기업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 여부는 충분한 양의 적법한 트레이닝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에 달려 있다.
제한적이고 품질이 낮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하면 AI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IBM 왓슨 헬스(IBM Watson Health)는 AI를 통한 암치료 프로그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이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했다. 제한된 데이터셋(dataset)로 훈련된 시스템이 편향성을 불러왔고 폭넓은 환자 집단에 진단을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폭넓은 데이터셋을 적용하면 좋겠지만, 적절한 데이터 사용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법적인 리스크가 따른다. 구글의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는 AI 업체가 수백만 건의 의료 기록을 환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취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미국 보건복지부 건강인권국이 조사에 나섰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기업이 의료 정보를 취득할 때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나, MSCI가 살펴 본 기업 중 25% 이상에서 이런 정책 유무를 확인할 수 없었다.
AI 활용 윤리도 문제다. AI 활용은 이미 얼리 어답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이미 제품 생산과 기업 경영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얼마나 AI를 책임감 있고 윤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올해 10월 현재 AI 사용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책임있는 AI 사용에 관한 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5. 거버넌스 변화 요구하는 주주제안 봇물
올해 미국 주총 시즌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구속력 있는 다수결 투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전년대비 13% 늘었고 주주들은 전적으로 이런 주주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임원이 주총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즉시 사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국가에서 이런 조항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으나, 미국에서는 임원이 과반 이하의 지지를 얻어도 사임할 의무는 없다. 임원의 사임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한다.
올해 MSCI 미국 투자 가능 시장 지수(MSCI USA Investable Market Index)에 편입된 상장사 중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임원이 사임한 기업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다양한 투자자들이 구속력 있는 다수결 투표 주주제안에 지지를 보내 찬성률이 98.8%에 달했다. 미국에서 주주제안은 구속력이 없어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찬성률은 기업 이사회에 주주들이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으로 임원 선임에서 구속력 있는 다수결 투표를 도입한 기업들은 지배구조에서 모범 사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MSCI의 기업 지배구조 평가 모델에서도 드러난다. 구속력 있는 다수결 투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주주 권리 보호에 미흡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 권리는 양질의 기업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이고 양질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6. 자발적 탄소시장 회복의 분기점?
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자발적 탄소시장은 조정과 자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의 검증을 거쳐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 목표를 세우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탄소 크레딧의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채택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CORSIA)도 탄소 크레딧 수요 증가를 이끌 전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항공업계는 탄소배출량을 2019년 수준의 85%로 유지해야 하고 이를 초과한 항공사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사용해 초과 배출량을 상쇄해야 한다.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약 6.2조와 6.4조의 기술지침에 관한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유엔의 감독하에 운영되는 국제 탄소시장도 내년에 출범할 예정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질적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2025년은 탄소 배출권 시장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게될 전망이다.
MSCI 카본마켓(MSCI Carbon Markets)이 현재 등록된 4000개가 넘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까지 상쇄에 사용된 탄소 크레딧의 47%가 MSCI로부터 B 이하 등급을 받았다. A와 AA 등급을 받은 프로젝트는 8%에 불과했고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받은 프로젝트는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탄소 감축 프로젝트의 질은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2년간 폐기된 탄소 크레딧 중 최저 등급인 CCC 등급의 크레딧 비중이 29%에서 15%로 축소됐다. 반면에 A 또는 AA 등급의 크레딧은 6%에서 12%로 늘었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올해 회복을 위한 분기점을 맞게 될지 여부는 후행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는 충분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MSCI의 분석에 따르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현재의 기후 목표를 유지한다면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는 올해 15억달러에서 2030년 7~35억달러, 2050년에는 450~25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 UBS "트럼프 등장에 따른 ESG 투자 불안 과장됐다"
- 에너지 전환 투자,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보다 수익률 높아
- MSCI, VCM 탄소 감축 프로젝트 평가 착수
-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의 운명은?...MSCI 평가사업 87%가 하위등급
- SBTi, 올 4분기 넷제로 목표 인증 기준 개편 초안 공개
- 모닝스타가 선정한 2025년 ESG 투자 6대 트렌드
- 2024 6대 해외 ESG 뉴스...기후위기의 심화와 트럼프 당선
- 정부, 중소기업 탄소 크레딧 시장 개설 논의...공공 인증 하이브리드 시장
- 블룸버그 선정, 2024년 '베스트 & 워스트' 기후 뉴스
- UN이 선정한 2025년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5대 이슈
- 정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기후정책 뜯어보니
- 셸, ‘24년 탄소 크레딧 최다 매수 기업...MS 2위
- SBTi, 온실가스 감축 약속 기업 1만곳 돌파...29% 급증
-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 논란, “신뢰성‧추가성 면밀히 검증해야"
- SBTi, 넷제로 목표 인증기준 개편 지연...탄소크레딧 허용 안갯속
- 녹색채권 발행사, 실제 배출량 감축 성과도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