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재생에너지 수소' 규정 변경 추진
유럽의회ㆍ회원국 협의 거쳐 2개월 후 확정

[ESG경제=이신형기자]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일부 사용한 수소도 그린수소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이 유럽연합(EU)에서 일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재생에너지 수소(renewable hydrogen)’ 규정을 13일 공개했다. ‘재생에너지 수소’로 인정받으면 투자와 생산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이 규정은 두 달 간 유럽의회와 회원국 검토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더 걸릴 수도 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집행위원은 “재생에너지 수소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하는데 필수적”이라며 "재생에너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명확한 규정과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재생에너지 수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의를 내렸다.
(1) 새로 건설되는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 경우다. EU는 재생에너지를 유독 중시하는데 이의 확충을 유도하는 ‘추가성(additionality)’ 원칙을 중시한 정의로 풀이된다. EU집행위는 “수소 생산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2) 다음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 평균 90%를 넘는 지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생산한 수소다.
(3) 마지막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장기공급계약(PPA)을 한 사업자가 생산한 수소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역은 원전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도 포함된다.
수소 생산업자에게 재생에너지 장기공급계약을 요구하는 것도 수소 생산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 확충 유도 조치다.
수소는 EU의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 수단이다. EU집행위는 “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 수요는 미미하지만 2030년에는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가 대량 보급될 것”이라며 "2030년 목표 1000만톤의 재생에너지 수소를 생산하려면 약 500테라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는 2030년 EU 전력 수요의 14%에 해당한다.
프랑스의 승리
EU는 당초 원전 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재생에너지 수소’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규정에서도 원전 기반의 수소를 아직 ‘재생에너지 수소’로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PPA를 체결한 수소 생산업체가 탄소배출량이 적은 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재생에너지 수소’로 인정한 세 번째 정의를 놓고 로이터와 유렉티브 등은 "EU가 원전 전력 사용 허용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이 문제를 놓고 대립했던 프랑스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했다.
원전 비중이 큰 프랑스와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재생에너지 수소’의 정의를 놓고도 대립해 왔다. 독일과 프랑스의 치열한 로비전의 결과로 EU의 이번 규정 발표도 수 개월 지연됐다.
유렉티브에 따르면 아녜스 파이네 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장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원전 전력 사용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매우 높은 수준의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 목표를 논의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렉티브는 EU 집행위의 새로운 규정으로 이런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저탄소 전력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수소를 생산할 때 PPA 계약만 체결하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 수소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때 기준이 되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1메가줄당 18g 이하로 시간당 1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65g 미만이라는 뜻이라고 유렉티브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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