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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의 이해]② 조직 내 올바름의 실천과 인권 존중

  • 기자명 김상민 기자
  • 입력 2023.04.20 23:59
  • 수정 2023.04.26 00:1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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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ern’은 상명하복을 뜻하는 ‘dictate’와 의미가 달라
거버넌스는 조직 구성원의 민주적 관계 형성이 핵심
민주주의는 서양 문화의 산물...우리 정신문화로 체화해야

좋은 거버넌스는 기업내 임직원의 민주적 관계 형성이 핵심이다.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좋은 거버넌스는 기업내 임직원의 민주적 관계 형성이 핵심이다.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ESG경제=김상민 기자]

“자금이라는 것은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뭘 압니까”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1997년 한보 사태 국회청문회에서 던진 말이다. 월급쟁이의 꽃이라는 ‘임원’도 재벌 총수라는 사람 앞에서 머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기막혀했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사람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했다. 당시에는 ‘주인 vs 머슴’의 상하 관계가 한국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 행태이기도 했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참 나쁜 거버넌스’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 많은 기업이 ‘주인 vs 머슴’이 아니라 ‘주주와 임직원 간 파트너십’을 지향하고 있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낸 흐름은 그렇다. 직급과 호칭을 처음으로 파괴한 CJ그룹은 2000년 1월부터 부장 과장 대리의 직급 호칭을 없애고 ‘~님’을 불렀다.

일부 대기업은 직원 간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직원 간 호칭을 ‘~프로’와 ‘~님’으로 통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호칭도 ‘Jay(영어이름), JY(이니셜), 재용님’으로 바뀌었다.

한국은 오랜 유교 문화의 영향 탓에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기본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진 나라다. 한국의 3대 종교는 흔히 불교, 기독교, 천주교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모든 국민이 유교도’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다. 나이와 학번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모두 스스럼없이 ‘형님’과 ‘선배’, ‘언니’와 ‘후배’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은 태도와 사고방식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인간관계가 여전히 나이와 학번을 중심으로 형성되다 보니 수직적 관계가 편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평등한 개인’을 전제로 한 수평적 인간관계, 즉 민주주의 정신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아 보인다. ESG의 핵심인 거버넌스의 참뜻을 오해하는 것도 ‘좋은 거버넌스=조직 내 민주주의’임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ESG의 핵심인 거버넌스(governance)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정부(government)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한다. ‘govern’에서 나온 단어의 어원이나 형태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의 통치기구이므로 거버넌스는 자연스럽게 ‘지배구조’로 이해되고 현장에서도 그렇게 사용되고 있다.

거버넌스가 지배구조로 단순하게 이해되니, 논의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업의 소유 형태는 어떤 게 좋은가?’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은 누가 의사결정권자가 되어야 하는가?’

거버넌스는 이런 질문으로 한정할 단순한 이슈가 아니다. 통치한다는 의미로 쓰일 때 ‘govern’은 ‘dictate’와 다르다. dictate는 ‘말을 받아쓰다’의 뜻으로 지시하면 이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상명하복에 어울리는 게 바로 dictate이다. 두 단어의 차이는 governor(주지사)와 dictator(독재자)를 비교하면 쉽게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윗사람이 이리저리 지시하면 받아쓰기만 하는 건 좋은 거버넌스가 될 수 없다.

거번(govern)이 정부가 아니라 사람에게 쓰이면 ‘감정이나 욕구를 자제하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지닌다. 가족 차원에서 아버지라면 응당 가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차원에서는 행동을 정의하고 권한을 부여하며 성과를 올리는 일련의 ‘올바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된다.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법과 규범, 정당한 권력에 의해 다스려지는 행위를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거버넌스에는 당연히 ‘민주주의 정신’이 바탕에 놓여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제도이며, 또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포함되는 게 기본적인 인권 즉 누구도 침해할 수 있는 인간 존중, 자유권과 평등권, 법치주의, 다수결의 원리, 소수의 의견 존중 등이다.

민주주의란 개념은 동양권에서는 없었고 사실 서양에서 유래한 제도이자 사상이다. 영어의 민주주의(democracy)란 단어가 처음 소개됐을 때 일본 개화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하극상(下剋上)이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일본에는 천황(天皇)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신민(臣民)인데, 어떻게 신민 즉 백성이 주인이 될 수 있느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어색하고 참뜻에 맞지 않아서 다시 민주(民主)로 바꿨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한국대사관에서 오래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1922~1988)이 1968년에 쓴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란 책이 있다.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권력이 과도하게 중앙으로 집중됐고,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의 최고 목표는 말단 관리라도 벼슬을 얻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모든 가치가 중앙권력에 속하다 보니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 커졌고, 정치가 치열한 경쟁과 계급 상승의 싸움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권력에 대한 투쟁, 분열, 경쟁으로 인해 ‘튼튼한 민주정치 제도의 토대’를 구축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정당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국민 사이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것을 보면 그의 책이 지적한 내용의 핵심은 여전히 유용한 듯하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정신문화 유산이 아니다 보니 민주주의를 제멋대로 선전도구로 쓰는 경우도 생겼다. 바로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그곳이다. 북한은 ‘우리는 인민을 위한 민주주의다’라고 말하고 싶겠으나, 전 세계 누구도 믿지 않는다. 김일성 3대 세습 독재 밑에서 기본적 인권과 자유권, 평등권,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한 마디로 민주주의란 단어의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의 반대말은 독재(혹은 과두제)이다. 국가나 조직이 ‘좋은 거버넌스’를 갖는다는 것은 1인 혹은 몇몇 사람에 의해 휘둘리지 않음을 뜻한다. 기업 오너가 황제처럼 군림하지 않고, 조직 내 갑질이 없어지는 게 좋은 거버넌스다. 과연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잘 존중하고 있는가?

여담 하나. 기업 내 전제군주였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2018년 12월 1일 남미 에콰도르에서 ‘만성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당시 검찰은 그의 국세 체납액이 2,225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랫사람을 ‘머슴’으로 부려먹던 ‘주인’의 허망한 마지막이었다.  <ESG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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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훈 2023-09-07 16:42:04
소장님께 기사 관련 질의사항이 있습니다
아래 주소로 메일주소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pfsmile@naver.com
계란던진이매리공익신고제보자 2023-04-21 08:49:02
강상현개세대교수 2019년 방통위국감 위증 정정보도먼저다. 강상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위증죄 처벌받아라
한상혁방송통신위원장도 불이익조치벌금내라. 범죄수익금을 피해자에게 전부 환급입금해줘야지 엄정처벌이다
삼성방통위김만배들 검찰조사쎄게해주세요
이매리하나은행계좌로만 십년정산입금먼저다.
계란던진이매리공익신고제보자 2023-04-21 08:39:21
이재용회장재판망해라. 무고죄처벌받아라 공소유지란다.
삼성연세대비리십년이다. 삼성준법위원회 이찬희변호사썅 김만배였지. 삼성방통위김만배들 검찰조사쎄게해주세요. 이매리하나은행계좌로만 십년정산입금먼저다.
강상현개세대교수 방통위국감위증 정정보도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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