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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의 이해]⑤ ‘공정한 경쟁’이 조직 성공의 열쇠 

  • 기자명 김상민 기자
  • 입력 2023.05.10 17:27
  • 수정 2023.05.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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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competition과 emulation)의 어원은 다툼보다 협력 중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경쟁 없애면 독과점과 부정부패 판쳐
성과와 능력에 따라 ‘논공행상 신상필벌’ 이뤄지는 조직이 건강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ESG경제=김상민 기자]

지구 위에서 현재 살아가는 인류는 모두 경쟁에서 이긴 승자의 후손들이다. 부모님의 부모님, 그 부모님의 부모님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현 인류의 조상들은 모두 생존 경쟁의 승자, 결혼 경쟁의 승자였다. 몸이 건강하기에 성인이 되어 맘에 드는 배우자를 만났고, 후손을 남길 수 있었다. 승자를 조상으로 둔 우리는 모두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경쟁(競爭)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조직이 무언가를 놓고 겨루는 것을 말한다. 경쟁은 보통 한정된 자원을 가진 환경 아래서 공존하는 생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동식물의 세상이나 사람 사는 사회나 늘 경쟁이 있고 그에 따른 갈등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경쟁이 반드시 상대방을 죽이거나 망가뜨리는 개념은 아니다. 인류는 먹거리와 배우자를 놓고 다투다가도,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협력했다. 경쟁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competition과 emulation의 뜻을 따져보면 경쟁의 본질을 알 수 있다.

competition의 라틴어 어원 ‘competere’는 다툼보다는 ‘협력’에 가깝다. 이 단어는 ‘함께(com-)’와 ‘노력하다(petere)’가 합쳐 만들어졌다. competition을 보고 ‘경쟁’이라는 한자로 만든 것은 일본 근대화 시절의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당시 쟁(爭, 다투다)이라는 어감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 한자로만 해석하다 보니 경쟁이란 단어가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도 경쟁을 오로지 이기는 게 목적이란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출세와 지위 상승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 경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꺾고 말겠다는 ‘너 죽고 나 살자’는 방식으로 이해했다. 비판과 비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한 비판보다는 상대방을 흠집 내고 망치려는 비난만 난무하는 살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경쟁이 워낙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니,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경쟁에서 이기려 하지 말라’ ‘경쟁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순위를 가리지않는 ‘협력 달리기’,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미션 달리기’ 같은 게 생겼다. 

경쟁은 삶의 본질...피한다면 미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경쟁은 인생의 본질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스포츠가 필수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이겼을 때 겸손하며, 졌을 때도 신사답게 승복하는 법을 가르친다.

서로 존중하며 경쟁하는 걸 ‘선의의 경쟁’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알맞은 단어가 emulation이다. 선의의 경쟁은 참가자 모두의 인생이 아름답고 풍성해지는 경쟁을 뜻한다. 앞서 달리던 주자가 쓰러지면 그를 일으켜 세운 후 다시 함께 달리게 모습이 바로 emulation이다. 기업인이나 운동선수가 훌륭한 경쟁상대를 뛰어넘겠다는 의욕을 보일 때의 경쟁심(a spirit of emulation) 등에 이 단어가 쓰인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이나 조직에게 경쟁은 힘들고 비(非)경쟁은 편하다. 그렇지만 경쟁이 세상 과 인생의 본질이며, 자연의 법칙이다. 그걸 피하려는 사람이나 조직의 미래가 어떠할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이 지구 상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도 바로 '경쟁'의 산물이다. 특히 나라 안의 경쟁에 머물지 않고 무역을 통해 세계 시장을 놓고 끊임없이 경쟁한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쟁이 세상을 깨끗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것. 조직끼리의 경쟁이나 조직 내부의 경쟁은 모두 해당 조직의 발전을 가져온다. 경쟁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조직은 망가진다. ‘좋은 거버넌스’란 결국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북돋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쟁 없는 기득권은 로비와 부패의 온상

어떤 조직의 약점이나 범법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어디일까? 언뜻 정부나 감독기관, 검찰이나 경찰 등이 생각나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조직의 약점을 제일 잘 아는 주체는 바로 경쟁자이거나 내부 조직원이다.

정치를 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양당제나 다당제를 채택한다. 정당은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 정당의 약점을 최대한 들춰내 국민에게 알리고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킨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생존하기 위해 경쟁자보다 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내놓게 되고,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이로움을 누린다.

경쟁이 좋다는 사실은 그 이면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경쟁의 반대말은 기득권(旣得權) 또는 독점이다. 기득권자들은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설치하고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한다.

기득권자들의 가장 합법적인 대응이 로비다. 산업이나 업종별 단체 즉 각종 협회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친다. 그들은 소수(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다수(국민이나 소비자)의 손실을 유발한다.

기득권자의 기득권 유지 방법 중 하나가 부정부패이다. 공직자들이 돈을 받고 인허가를 하고, 독점권이나 과점권을 승인해주며, 법의 결정을 얻어내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른 손실은 곧바로 국민과 소비자의 몫이 된다.

기득권자의 극단적인 방식이 바로 국가 권력을 통째로 접수하는 것이다. 사회주의나 독재자가 판치는 일당독재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권력자의 잘못에 책임추궁이 없으며, 개인의 재산이 권력에 의해 훼손되거나 빼앗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공정한 경쟁이 없으면 ‘줄서기와 충성’이 판쳐

공정한 경쟁이 없는 기득권자들의 조직에서는 ‘줄서기와 충성경쟁’,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 찾기’가 판을 치게 된다.

기득권자는 소수이고 좁은 집단이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한 공동 행동을 조직하기가 쉽다. 기득권과 대척점에 있는 일반 대중은 이해관계가 흩어져 있어서 공동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 

‘좋은 거버넌스’는 조직의 모든 부분에 경쟁의 요소를 도입할 때 꽃을 피운다. 선출직 공무원이나 직업공무원, 기업의 주주나 경영자, 기업 내 임직원 모두를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는 게 바로 ‘좋은 거버넌스’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그런 측면에서 ‘일당독재, 경쟁소멸’을 의미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경쟁’에 필요한 원칙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책 <초격차>를 보면 ‘성과는 돈으로 보상하고, 역량은 승진으로 보상하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성과가 부족하면 돈이 적고, 역량이 부족하면 승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형적인 내부경쟁 촉진에 따른 신상필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조직...외부와 내부 경쟁이 모두 치열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는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을 보면 (외부 경쟁뿐 아니라) 극심한 내부 경쟁을 치른다"고 간파한 바 있다.

‘좋은 거버넌스’를 ‘조직의 성공을 부르는 거버넌스’로 본다면 원칙은 간명해진다. 조직이 외부 경쟁은 물론 내부 경쟁에도 강력하게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이 없어진다.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예외가 없다.

대한민국의 공조직이나 기업, 각종 비영리조직 등은 과연 그런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최근 모 통신회사에서 CEO의 '셀프연임' 시도가 논란이 됐고, 모 금융그룹은 신임 회장의 ‘학연 챙기기’가 도마에 올랐다. 그만큼 ‘좋은 거버넌스’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ESG에 관심이 큰 유명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국내 거버넌스를 살펴보니 공공 분야는 비효율성 문제가 크고, 기업 분야는 내부 부정이나 부패 방지가 취약하며, 비영리 분야는 총체적인 문제를 갖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에 ‘좋은 거버넌스’가 자리 잡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아주 멀다는 진단이었다.

                               김상민 편집국장 겸 ESG경제연구소장
                               김상민 편집국장 겸 ESG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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