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기후변화 피해 심각해지자 관련 소송 급증
정부 상대 소송 시작해 기업 상대로도 확산 조짐

[ESG경제=이진원 기자]
#사례 1) 환경단체 위르헨다(Urgenda)는 2013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변화 대응에 충분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6년간의 소송 끝에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사례 2) 2020년 3월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Youth4ClimateAction)’ 소속 청소년 19명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소년의 환경권과 생명권 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7월 말 현재 헌법재판소는 아직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구촌 곳곳이 수자원 감소부터 극심한 폭염과 산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변화 피해를 잇따르자 이러한 기후위기 관련 소송 건수가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현지시간) 유엔환경계획(UNEP)과 뉴욕 컬럼비아 대학이 발표한 공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65개 국가에서 총 2180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2017년 이전 소송 건수는 884건이었지만 이후로 소송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총 건수가 이처럼 불어났다.
기후 위기 심각해지자 기후소송 증가
기후소송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시민들이 주도해 내는 소송이다. 기후변화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거나 이미 발생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목적이다.
보고서 작성자인 컬럼비아 대학교 사빈 센터(Sabin Center)의 글로벌 기후소송 선임 연구원인 마리아 안토니아 티그레는 로이터 통신에 "기후소송에 관심을 갖는 단체와 개인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지난 5년 동안 매년 제기되는 소송 건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전체 소송 건수 중 미국이 1500건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송 중 약 17%가 개발도상국에서 제기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소송이 제기된 곳은 열대우림이 풍부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다.
UNEP의 국제 환경법 부서 책임자인 앤드류 레인(Andrew Raine)은 영국의 가디언지에 ”유럽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극심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재난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자 사람들이 점점 더 법원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면서 "이제 기후소송은 기후위기를 둘러싼 행동과 책임을 높이는 데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기업 상대로 소송 대상 확대 움직임
보고서는 특히 최근 1년 사이 정부뿐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로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문제 삼거나 기후 공시 확대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작년에 한 환경단체가 탄소중립을 약속해놓고서 석탄 생산을 늘린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실제 승소했거나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해 4월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하자 "책임감 있게 지속가능한 비행"이라는 내용의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이 광고가 항공사의 비행이 지속가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처럼 대중을 오도함으로써 유럽 소비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두 달 전에는 스웨덴 법원이 유럽 유제품 회사 알라푸드(Arla Foods)가 스웨덴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광고 문구에 "넷제로 기후 발자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금지시켰다. 이 회사 제품이 기후 발자국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기업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영을 지속할수록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받는 취약 계층이 제기하는 소송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패한 소송도 기후 행동의 명분을 상기시켜 기업 의사 결정자들이 경영 전략을 바꾸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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