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대표하는 이사회에서 승인 투표 부결
독일, 이탈리아 기권 고수... 프랑스 지지 철회
오는 6월 의회 선거 앞두고 막판 타결될지 주목

[ESG경제=김현경 기자]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공급망실사법(CSDDD)이 공식 제정을 앞두고 EU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만 남겨놓은 가운데 이사회의 최종안 승인 투표가 부결되며 법안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유랙티브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EU이사회는 28일, 공급망실사법의 최종 타협안 승인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으나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잇달아 기권 혹은 반대를 표명하며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의 승인을 얻으려면 EU 회원국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최소 15개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27개국 중 13개국이 기권, 1개국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독일, 이탈리아 기권 고수... 프랑스는 지지 입장 철회
EU는 공급망실사법에 대해 지난해 12월 공동입법기관인 이사회와 유럽의회 사이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법안은 공식 제정을 위해 통상 형식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각 기관의 최종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사회의 승인을 얻으면 의회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독일과 이탈리아가 막판 기권 의사를 밝히며 공급망실사법 최종안에 대한 표결이 2차례나 연기됐고, 이날 최종투표에서 끝내 부결됐다.
독일은 연립정부의 일원이자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FDP)의 반대로 찬성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자유민주당은 이미 독일 자체적으로 공급망 실사법을 도입한 가운데 EU 차원에서 유사한 법이 또 도입되면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프랑스는 당초 공급망실사법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법안 적용 범위의 대폭 축소를 요구하며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랙티브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EU순환의장국인 벨기에와 회담에서 공급망실사법의 적용 기준을 완화해 영향권에 있는 기업 수를 1만 5000개에서 1400개로 대폭 줄이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전망은?
의장국 벨기에는 법안에 대해 기권 혹은 반대표를 던진 EU 회원국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지 유럽의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밝혔다.
유랙티브는 이와 관련해 벨기에는 6월 치뤄질 유럽의회 선거 전 마지막 열리는 4월 본회의에서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한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EU 외교관은 법안을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등 기술적 작업을 위한 수정 기간을 활용해 3월 중순까지 협상 속도를 높여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할 여지가 있다고 유랙티브에 밝혔다.
그러나 유랙티브는 초안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마무리된 이후 입법 단계에서 법안의 핵심내용과 관련한 중대한 변경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향후 2주 안에 돌파구가 마련돼지 않는다면 표결이 유럽의회 선거 이후까지 미뤄져 승인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EU 공급망 실사법은 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 협력‧납품업체들의 인권 현황과 환경 오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자체 조사해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해당 기업은 제품의 생산 및 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 노동이나 아동 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 훼손,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U 집행위의 자료에 따르면 이 법은 직원 수 500명 초과, 매출 1억 5000만 유로(약 2000억원) 초과 기업(그룹 1)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될 예정이다. 법을 어긴 기업에는 글로벌 매출의 5%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금이 부과된다. EU 매출액이 1억 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비EU 기업에도 이 법이 적용되나,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EU 이사회(European Council)는 유럽연합 내 27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EU의 정책 방향과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회원국 시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EU의 입법 기구다.
관련기사
- EU 이사회, 공급망 실사법 표결 연기...전망 엇갈려
- EU, 공급망실사법에서 금융업 제외하기로
- EU 풍력발전 빠른 진전...'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무난할 것
- 유럽 현지법인 없는 국내 기업도 EU ESG 공시..."간접 영향 대비해야“
- EU 집행위 '40년 기후목표 공개...온실가스 90% 감축
- [주간 해외 ESG] 캐나다, 두 번째 녹색채권 발행 개시...원전 투자도 포함
- EU 생태계 파괴 엄벌...환경범죄지침 개정안 유럽의회 통과
- EU 에너지헌장조약 탈퇴...기후정책과 엇박자
- EU 공급망 실사법, 적용기준 대폭 완화해 이사회 승인
- EU 공급망 실사법 최종안 유럽의회 법사위 통과
- EU, 주요 ESG 관련 법 제정 마무리 단계…공급망 실사법부터 유럽판 IRA까지 잇따라 승인
- EU 공급망실사법 확정… 발효 앞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