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까지 '22년 대비 ESS 용량 6배 확대...COP28 재생E 3배 서약 연장선
산자부 "'22년 기준 6배 확대하기엔 기저가 높아...한국 ESS 용량 세계 4위"
산자부 보고서, 연간 최소 0.6GW 신규 설치 필요한데 '22년 0.2GW 설치
환경단체, 정부 '36년 ESS 목표만 있고 중간 이행계획과 로드맵 없어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이 제29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9)서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확충 서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서약이 한국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내외 언론과 환경단체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각)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을 비롯 영국, 스웨덴 등 4국이 2030까지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확충 서약에 서명했으나, 한국은 여기서 빠졌다. 같은 날 넷제로 얼라이언스(UNEZA)는 회원사를 두배로 늘리고 그리드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에 대한 연간 투자를 늘려 서약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연합 GRA(Global Renewables Alliance)에 따르면, 이번 COP29에 제안된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협약은 2030년까지 에너지 저장 용량을 2022년 대비 6배(1500GW)로 늘리고, 2024년까지 8000만 km 길이의 전력망을 추가 또는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앞서 주요7개국(G7)은 지난 4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에서 자국의 에너지 저장 용량 설비를 2022년 기준 6배 늘리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개최된 COP28에서 약 200개국은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합의했으며,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기로 한 재생에너지 협약에 서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리한 경제 상황, 풍부한 제조 잠재력, 강력한 정책 덕분에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햇빛과 바람을 발전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고 해가 없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때는 발전이 멈추는 간헐성 문제가 제약 사항으로 지적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량이 많은 때는 전기를 저장해두고 발전이 끊기는 시기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EA 역시 보고서에서 용량 확대 자체만으로는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없다면서 전력망 확대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EA는 "(재생에너지)3배 목표의 모든 이점을 활용하려면 국가들은 2030년까지 2500만 킬로미터의 전력망을 건설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협력적인 추진을 해야 한다"면서 “세계는 또한 2030년까지 1500기가와트(GW)의 에너지 저장 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SS 6배 확대 한국 실정에 안맞아” VS “ESS 목표와 전망, 이행계획 빠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서약은 ESS 용량을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6배’로 늘리는 내용인데, 우리나라는 2022년 용량 기준 설치량이 10기가와트(GW)를 넘어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라고 말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삼아 6배로 늘리기에는 “기저가 너무 높아서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3배’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내 여건상 그만큼의 배터리가 필요 없다”며 “일정하지 않은 전력 생산을 맞춰주는 백업 설비에는 배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양수 발전도 있고 수소 생산도 있는데, 서약에는 ‘배터리’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괴리감이 있다고 봐서 지지를 보류했다. (총회) 의제로 채택이 된다면 (최종) 결정은 협상장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한가희 팀장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꼴찌로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는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배터리 기반 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또한 정부의 ESS 확대 목표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제10차 전기본)에서 2036년까지 26GW 규모의 장주기·대용량 중심의 ESS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발간한 ‘ESS 산업 발전전략’ 보고서에서는 이를 위해 2025년부터 연간 최소 0.6GW 용량의 신규 ESS가 확보돼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한국의 2022년 ESS 신규 설치 용량은 252MW에 그치고 있다.
산자부는 당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장주기 ESS 기술개발, 설치 의무화, 보조금 지급 등 적극적인 보급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국내 ESS 설치 규모는 ‘20년 이후 화재 발생, 지원제도 일몰 등으로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ESS 설치량(출력기준)은 2022년 기준 ▲미국(11.7GW) ▲중국(10.9GW) ▲독일(4.6GW) ▲한국(4.1GW) 순으로 한국이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30년 국가별 ESS 누적설치량은 ▲중국(175.1GW) ▲미국(123.2GW) ▲독일(29.6GW) ▲인도(20.1GW) ▲호주(16.0GW) ▲한국(6.0GW) 순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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