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 달러 이상 기후재원 총량 , 재원 공여국 합의 필요
'35 년 NDC 조기 제출 국가들 등장...韓, '30년 이후 목표 수립해야
에너지 저장용량 '30년까지 6배 확대 목표 협약 성사 주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1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했다.
12일간 열리는 이번 COP29에서는 ▲새로운 기후재원 조성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및 격년 투명성 보고서 제출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협약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약한 미국 트럼트 대통령 2기 출범을 앞두고 열려 관심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 환경부 김완섭 장관과 외교부 정기용 기후변화대사를 대표로, 관계부처(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외교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후재원, 올해도 뜨거운 감자…누가 얼마나 낼 것인가
지난 5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COP29에서 '신규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94년 3월에 공식 발효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선진국인 당사자와 그 밖의 선진 당사자는 개발도상국이 협약 이행에 수반되는 합의된 모든 비용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롭고 추가적인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에선 <칸쿤 결정문>이 채택되면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는 녹색기후기금(GCF)를 설립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2016년 COP21에서는 연간 1000억 달러 기후 재원 마련 목표 연도를 2025년으로 5년 연장하고, 2025년까지 최소 10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를 수립하는 것에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2022년 기준'으로 선진국이 개도국에 공여한 기후재원이 1159억달러(약 159조8000억원)라면서 발표했다. 그러나 개도국은 OECD 집계가 공식과 비공식, 공공과 민간의 재원을 모두 포괄한 것으로 과잉 추계했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올해 COP29에서는 구체적으로 기후재원의 총량, 재원 공여국, 지원 범위, 재원 조달 방안, 재원 분배 분야 등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재정상설위원회(SCF)는 최근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에 연간 5000억달러(약 689조3000억원)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개도국에서는 '공공재원으로 1조달러(약 1378조6000억원), 민간재원 등으로 추가 5조달러(약 6892조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올해 COP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 역시 1000억 달러의 10배인 1조 달러 이상으로 총량을 늘린 재원에 합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중국 등으로 기후재원 의무 공여국을 확대하고 민간의 기후재원 공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여 의무를 강조하고 공공재원을 중심으로 기후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UNFCCC 기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국제사회에서의 기후재원 출연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해당 분류가 이뤄진 교토의정서(1997) 당시에 비해 현재 1인당 국민소득과 온실가스 배출 규모에 큰 변화가 있었으므로, 이번 기후재원 조성에는 달라진 역할이 요구될 수 있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한국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사무국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 재원에서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UAE, 2035 NDC 조기 제출…한국의 NDC는?
한편, 지난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에서 각국 정부는 5년마다 감축목표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은 늦어도 내년 COP30까지 UNFCCC에 2035년 해당 목표와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COP29에서는 2035 NDC 제출이 의무는 아니지만, 각국이 얼마나 야심찬 2035 NDC을 조기 발표하는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의 발표는 각국의 기후 대응 의지를 가늠하고 대응 재원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브라질은 COP29 개최 전에 2035 NDC를 발표했다.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부 대변인 역시 야심찬 목표를 담은 2035 NDC를 COP30 개최 최소 9~12개월 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표한 ‘2024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는 각국의 감축 목표를 분석한 결과 현재 파리협약의 지구온도 1.5도 상승 제한 목표는 커녕 2.0도 상승 제한 달성도 위태로운 상황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COP29에서의 2035 NDC 제출은 논의된 바가 없으며 내년 COP30 이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가 한차례 수정 제출한 (2030) NDC는 분야별 세부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진전을 이루었으나,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부재했다”고 지적하며 “COP29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기후 재원 역시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한국 정부는 약 10조원가량 감축한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WF는 또한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기후소송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라 2030년 이후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해 이것이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 상위 8위를 차지하는 국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제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는 각국의 제1차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 Biennial Transparency Report) 제출이 예정돼 있다. 각국은 이 보고서를 통해 NDC 달성을 위한 진행 상황을 기술해야 하며 이 내용을 기반으로 2035 NDC 내용이 결정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 이어 저장 및 그리드 협약도
이번 COP29에 제안된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협약은 2030년까지 에너지 저장 용량을 2022년 대비 6배(1500GW)로 늘리고, 2024년까지 8000만 km 길이의 전력망을 추가 또는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개최된 COP28에서 약 200개국은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합의했으며,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리한 경제 상황, 풍부한 제조 잠재력, 강력한 정책 덕분에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햇빛과 바람을 발전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고 해가 없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때는 발전이 멈추는 간헐성 문제가 제약 사항으로 지적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량이 많은 때는 전기를 저장해두고 발전이 끊기는 시기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IEA 역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 자체만으로는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없다면서 전력망 확대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EA는 "(재생에너지)3배 목표의 모든 이점을 활용하려면 국가들은 2030년까지 2500만 킬로미터의 전력망을 건설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협력적인 추진을 해야 한다"면서 “세계는 또한 2030년까지 1500기가와트(GW)의 에너지 저장 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한가희 팀장은 “지난해 COP28에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3배에 서약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3배를 달성하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려면 재생에너지 공급업체가 전력망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화석연료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전력망 거버넌스 시스템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기술 확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COP29의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협약에 참여하느냐 여부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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