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부위원장, 전문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밝혀
대다수 기업 기후공시 필요성 공감하나 "부담도 크다"
공시기준 발표와 함께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예정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기업과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ESG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당분간 이런 기대감이 충족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을 마감하는 현 시점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 발표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전문가 간담회에서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의 예측가능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경감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도입 일정도 발표하도록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당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여부를 살핀 뒤 ESG 공시 기준 및 로드맵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또 다시 그 시점을 미뤄 내년 3월 일본 등의 로드맵 내용을 보고 그 뒤에 우리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금융위가 이처럼 다른 나라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에 민감한 것은 다른 나라의 공시기준이 확정되는 것을 보며 규제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외 주요 국부펀드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은 한국이 지속가능성 공시를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의무화하고 의무화 로드맵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투자자 그룹, "한국 ESG 공시 서둘러달라" 주문
지난 10월 브리티시 콜롬비아 자산운용과 피델리티 자산운용 등 아시아 기후변화 투자자 그룹(AIGCC)에 속한 7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속가능성 공시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내 조기 의무화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 발표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과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주요 해외 투자자들도 금융당국에 신속한 공시 이행과 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보다 강화된 공시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호 기후공시뿐 아니라 1호 일반사항에 관한 공시도 의무화하고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운용자산 2250조원의 세계 최대 연기금인 NBIM은 한국에 약 27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네덜란드 연기금을 관리하는 APG는 약 12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단체 등은 기업 부담을 지적하며 지속가능성 공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도 이날 다른 나라도 지속가능성 공시를 “신중하게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의 경우 27개 회원국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크로아티아, 핀란드, 헝가리의 12개국만이 법제화를 완료하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미국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3월 발표한 기후공시 도입이 소송으로 추진이 보류됐고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코프 3 공시 충분한 사전준비 필요"
금융위원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공시 비용과 소송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기업 부담이 큰 스코프 3 공시 등은 시행 필요성은 있으나,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스코프 3 공시 의무가 도입된다고 해도 상당 기간 동안 유예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한국적 특수 상황을 반영한 저출산 대책 등 101호 정책공시는 공시기준에서 제외하거나 포함해도 정보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함꼐 공시 도입 초기에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제재나 손해배상책임 등에 대한 폭넓은 면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속가능 금융 비가역적 흐름...가이드라인 제공
김 부위원장은 “지속가능공시가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대다수의 기업은 기후공시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공시 시기나 공시 범위 결정 등에 있어 기업 부담도 고려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미국의 신정부 출범이 지속가능성 공시 확대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으나,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미 투자자의 필수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았고 자본시장에서의 압력은 특정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공시 제도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막고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지원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공시 준비에 참고할 수 있도록 재무중요성 등 일반원칙에 대한 세부 판단기준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공시 기준과 함께 제공할 예정”이라며 “공시기준 발표 전이라도 매월 기업 담당자들과 소통하고 교육을 정례화해 공시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손쉽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지속가능금융 관련 의결권 행사나 투자 감소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금융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라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 환경 변화로 투자가치가 급락해 부채로 전환될 수 있는 좌초자산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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