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2024년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
국제 플라스틱 조약, 생물다양성 협약, 항공유와 선박 규제 등 주목

[ESG경제=김연지 기자] 지속가능성 전문 미디어 그린비즈(GreenBiz)는 지난 19일(현지시각) 2024년 지속가능성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28가지를 선정했다. 그중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 시민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몇 가지 정책과 지침을 추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1. ISSB와 미국, 기후 관련 ESG 공시 의무화 시동
미국 정부의 정보규제담당관실(Office of Inf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에서 게재한 공식 문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및 기타 기후 문제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기후공시 세부안을 내년 제정할 예정이다. 당초 2023년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소 늦춰지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세부안과 로드맵 발표를 내년 1분기 중으로 연기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권고한 ESG 공시 기준은 2025년부터 시행되지만, 그 데이터와 실행 내용은 2024년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ISSB 공시는 사실상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ISSB 기후공시(S2)는 상장 기업들이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DHK 관련 재무 지표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10월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 및 기후 관련 금융 위험법에 서명했다. 이 기후 책임 패키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간 총 수익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초과하는 기업들(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모두 해당)은 2026년부터 Scope 1 및 Scope 2 온실가스(GHG) 배출량, 2027년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해야 한다. 또한 2026년부터 CARB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에 2년마다 기후 관련 재무 위험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대상 기업들은 2024년 말까지 2026년 보고 준비를 위한 2025년 배출량 측정 감사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 이때,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의 범주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에 따르면, FTC는 비즈니스와 마케팅 측면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정의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FTC는 지난 1992년부터 친환경 제품과 환경 마케팅에 대한 지침을 담은 ‘친환경 가이드(Green Guide)’를 발간하고 세 차례 개정을 거듭해왔다. 2024년에 이뤄질 개정에서는 그린워싱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최신의 표준을 세워 소비자와 마케팅 담당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 ESG 공시에서 앞서가는 유럽
유럽연합(EU)은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과 규제에 가장 앞서가는 지역이다. EU의 공급망 실사와 지속가능성 공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은 내년부터 사실상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미국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ESG 관련 정책에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 한다면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EU는 나홀로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 2.0’에 대한 목표협의(지속가능한 금융 프레임워크의 핵심 이해관계자 대상)와 공개협의(광범위한 이해관계자 대상)를 지난 15일 모두 마쳤다. 이번 협의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개정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SFDR은 2019년 11월 발표됐으며, 금융기관이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위험과 해당 투자가 사회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SFDR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개선과 지속가능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한편, ‘지속가능성’이라는 간판을 달고 판매되는 펀드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1월 1일부터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시행된다. CSRD는 EU 기업뿐 아니라 비(非) EU 기업도 적용 받기 때문에, 유럽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CSRD 지침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3. 자연과 생물다양성 국제 협약
국제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f Biological Diversity, CBD)에 따르면, 제 16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COP16)가 2024년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콜롬비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참여국들은 COP16 참석 전까지 국가별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실행 계획(NBSAP)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ESG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은 기후변화를 넘어 자연자원과 생물다양성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ISSB은 글로벌 ESG 공시 기준도 S2에 이어 2024년 S3 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인데, 생물다양성을 그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4.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품
지난 13일 폐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브라질, 중국, 독일, 영국과 미국 등의 주요 식품 생산국이자 소비국 134개국이 '지속가능한 농업, 회복력 있는 식량체계 및 기후행동에 관한 COP28 UAE 선언문'에 서명했다.
서명국은 전 세계 식품 소비의 70%를 차지하고 식품에 의한 온실가스 중 76%를 배출하고 있다. 서명국들은 2025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국가 적응 계획에 식량 및 토지 사용에 의한 배출량을 포함해야 한다.
5. 수송 : 지속가능한 항공유와 선박을 위한 규제
유럽의회(EP)는 지난 11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리퓨얼 EU 항공 규정( ReFuelEU Aviation Regulation)'이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됨을 알렸다. 리퓨얼 EU는 1990년과 비교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줄이는 데 적합하도록 EU의 기후,에너지, 토지 이용, 운송 및 과세 정책을 만들기 위한 입법 패키지 중 일부다.
리퓨얼 EU는 연료 공급업체에게 EU 공항에 공급하는 연료의 일부를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로 교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EU는 SAF(지속가능 항공 연료 또는 e-연료 포함)의 점유율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연료 가격이 낮은 공항에서 특정 항공편이 운항에 필요한 연료보다 더 많은 연료를 실고 운항하는 ‘연료 탱크 운송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연료 충전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EU 배출권거래제(EU ETS)는 선박의 국적에 관계없이 EU 항구에 입항하는 모든 대형 선박(총 톤수 5,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괄하도록 확장된다. EU 외부에서 출발하거나 EU 외부에서 운항을 종료하는 선박의 배출량 50%(제3국이 나머지 배출량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와 두 EU 항구 간 항해 및 EU 항구 내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100%가 규제 대상이 된다.
6. 순환경제 : 플라스틱 규제를 위한 연대 강화
유엔 환경 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에 따르면,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글로벌 플라스틱 조약)를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가 4월 21일부터 30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4차 회담(INC-4)을 가질 예정이다. 마지막 5차 회담(INC-5)은 대한민국 부산에서 11월 열릴 예정이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은 플라스틱 생산, 설계, 사용과 처리 등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국제적인 규제 및 지침이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은 플라스틱 폐기물 종식을 위한 최초의 글로벌 서약이며, 현재 17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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