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M인베스터스 등 호주 당국 ESG공시 기후공시로 축소 비판
호주지속가능성금융연구소도 비판에 가세

[ESG경제=이신형기자] 호주 정부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에 기반해 ESG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호주 금융계가 금융당국에 호주의 ESG 공시기준이 ISSB가 제시한 글로벌 기준선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리스폰시블 인베스터가 14일 보도했다.
호주회계기준위원회(AASB)는 지난해 10월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호주 금융당국은 1월부터 이달 9일까지 이어진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접수된 여러 이해관계자의 제안을 고려해 공시기준을 확정한 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첫 공시대상 사업연도는 올 7월1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금융당국이 제시한 초안은 ISSB 기준 전체를 수용하지 않았다.
ISSB 기준은 'S1'으로 불리는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주 AASB가 공개한 초안도 S1에 기반을 둔 일반적인 공시원칙이 담긴 ASRS1과 S2를 기반으로 한 기후공시 기준인 ASRS2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호주의 ASRS1에는 ISSB S1에서 들어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용어가 모두 “기후(climate)”로 대체돼 있다. 따라서 ESG 공시 또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기후공시로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와 헤스타(Hesta)는 호주의 ESG 공시가 기후 공시를 넘어 다른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공시로 확장될 수 있도록 유연한 공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지속가능성금융연구소(ASFI)도 호주 당국이 ISSB 기준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ASFI는 ISSB 기준을 완전히 수용해야 호주의 ESG 공시기준이 “국제적인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할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호주 글로벌 금융기관이 요구받는 ESG 공시가 간소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SFI는 또한 AASB 초안이 기후공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ISSB 기준으로부터의 “불필요한 일탈”이라고 비판했다.
ISSB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리스폰시블 인베스터와의 인터뷰에서 S1과 S2는 함께 사용되도록 고안됐다며 “S1은 (노동이나 인권, 생물다양성 등) 추가적인 공시 주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ASFI는 호주 당국이 S1 전체를 가급적 신속하게 실행가능한 수준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야 호주의 ESG 공시기준이 국제적인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고 호주 금융시장이 ISSB가 추가적으로 마련할 새로운 주제에 대한 공시기준에 대비할 수 있다고 이 기관은 강조했다.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 ISSB 기준 준수 촉구
리스폰시블 인베스터에 따르면 책임투자원칙(PRI)로 잘 알려진 유엔의 후원을 받는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Initiative)도 ISSB 기준의 수정은 기준에서 벗어날 때가 아니라 기준을 개선할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며 S1의 수정은 글로벌 기준선을 “저하”하고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그룹(IIGCC)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IIGCC는 ISSB 기준의 일부 요소를 제외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경고했다. 이런 변화가 ESG 공시의 품질을 확보하고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데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고 잠재적으로 ESG 공시기준의 “무결성을 손상”시키는 한편,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공시의 복잡성을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IIGCC는 탄소중립 노력을 평가하는 투자자그룹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의 일원이자 이 기구 창설을 이끈 기관투자자그룹이다.
한편 호주의 공시기준은 ISSB가 권고하는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기준에 따른 산업별 ESG 공시도 요구하지 않는다. 산업 공통의 공시만 요구한다. AASB는 “SASB 기준이 미국 중심이어서 호주나 세계시장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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