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재조림 스타트업 ‘리그린’과 300만톤 크레딧 구매 계약… 지난 12월엔 150만톤 체결
크레딧 신뢰성 또 다시 도마에… 그린피스, 셸이 발급해온 ‘유령 크레딧’ 폭로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negative)’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브라질 삼림 복원을 위한 대규모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탄소 네거티브는 탄소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흡수해 실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MS는 최근 브라질의 재조림 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타트업 리그린(re.green)과 15년간 300만톤 규모의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리그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업을 통해 브라질 토종식물만을 식재해 브라질 전역 약 16000헥타르의 삼림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브라질의 재조림 스타트업 뭄바크(Mombak)와 2032년까지 150만톤 규모의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뭄바크는 이 계약을 통해 브라질에 멸종위기 수종을 포함한 토종 나무 3000만 그루를 심어 7만 에이커의 숲을 복원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할 것이라 밝혔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넘어 기존 배출된 탄소까지 흡수하는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20년에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2050년까지 1975년 회사 설립 이후 직접 배출 또는 전기 소비를 통해 배출한 모든 탄소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MS는 대규모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잇따라 체결 중이다. 지난 6일엔 스웨덴 에너지 회사인 스톡홀름 엑서지(Stockholm Exergi)와 330만톤 이상의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스톡홀름 엑서지에 따르면 이는 역대 최대 규모 탄소 제거 계약으로, 회사는 탄소포집 및 저장 시설을 갖춘 바이오 에너지 시설(BECCS)을 내년 착공해 오는 2028년부터 MS에 10년간 크레딧을 제공한다.
탄소 크레딧 3종류로 분류
탄소 크레딧은 민간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발급된다. MS와 블랙록, JP모건체이스 등을 고객사로 보유한 배출량 관리 전문 기업 ‘카본 다이렉트’에 따르면 탄소 크레딧은 ▲탄소 감축(Reduction) 크레딧 ▲탄소 제거(Removal) 크레딧 ▲탄소 회피(Avoidance) 크레딧으로 나뉜다.
탄소 감축 크레딧은 저배출 쿡스토브 교체 등 기존 활동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활동을 인증한 경우이며, 탄소 제거 크레딧은 재조림, 공기 중 탄소포집(DAC) 등 대기 중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활동을 통해 발행되는 크레딧이다. 탄소 회피 크레딧은 삼림훼손 방지나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탄소배출 억제 실적을 인증받아 발행된다.
탄소 크레딧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을 통해 거래되는데, 탄소중립 달성 등 탄소를 충분히 감축한 기업은 생성된 탄소 크레딧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다.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업은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크레딧을 매입해 사용할 수 있고 이 경우 크레딧을 소각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나 UN이 아닌 베라(Verra), 골든 스탠다드(GS) 등 제3의 기관의 승인을 거쳐 발급되는 탄소 크레딧은 표준화된 인증 기준이 없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린피스, 셸 “유령 크레딧’ 폭로
지난 6일 그린피스 캐나다는 화석연료 대기업 셸(Shell)이 실제 제거되지 않은 대기 중 탄소 포집에 대한 “유령 크레딧”을 판매해 2억 캐나다달러(약 200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고 폭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FT의 보도에 따르면 셸은 자사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2015년부터 운영 중인 탄소포집 플랜트 퀘스트(Quest) 공장에서 실제 포집량보다 두 배 많은 크레딧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앨버타주는 탄소포집저장(CCS)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벌이던 중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셸이 포집한 탄소 1톤당 그 두 배인 2톤의 탄소 크레딧을 판매할 수 있도록 주 허용하고 보조금까지 지급해왔다.
이에 따라 셸은 570만톤에 달하는 감축 효과가 없는 "유령" 탄소 크레딧을 발행해왔으며 이는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화석연료 대기업의 배출량 상쇄를 위해 거래됐다.
보고서 저자이자 그린피스 캐나다의 에너지전략 수석 키스 스튜어트는 “실제 이루어지지 않은 감축 실적에 대한 크레딧 판매는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최악의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소 크레딧 발급과 사용에 관한 국제적 표준을 만들기 위해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후원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지난 2021년에 출범했다. VCMI는 지난해 12월,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탄소 크레딧을 발급 받으려는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과 탄소 크레딧 발행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아울러 탄소 크레딧의 신뢰 문제를 보완해줄 대안으로 탄소 크레딧 보험이 주목을 받으며 이 시장에 진출하는 보험사가 늘어나고 관련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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